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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03. 2022
나는 시방 민감한 짐승이다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
나는 쉽게 흥분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있다
누군가 화를 내면, 그것이 나를 향한 감정이 아니더라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는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여 있을 때 강렬한 기쁨을 느낀다.
가끔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거슬리지 않는 소리가 내 신경을 극도로 자극할 때가 있다
나는 배가 고프거나 추위를 느낄 때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힘들다.
나는 잠을 거의 자지 않아도 견딜 수 있다.
개인적 사고와 내적인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복잡한 내적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나는 민감성이 높게 측정된다.
진화론에 따르면 다양성은 종의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 종에게는 다양한 개체를 보유할수록 혹독한 환경 변화로부터 멸종의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이 올라간다. 추운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개체, 목이 길어 나뭇잎을 먹기에 유리한 개체, 수영에 유리한 개체 등 다양한 변이는 랜덤 하게 일어난다. 유전자 변이가 다양하게 일어날수록 알 수 없는 미래의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도 있는 개체가 태어난다. 낚싯바늘의 개수가 많을수록 얻어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민감성도 개체가 가지는 다양성 중 하나다
불안을 느껴야 위험을 감지하고 생존할 수 있다.
민감하게 주위의 변화를 감지하고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은 뛰어난 생존 능력이다. 한 집단에서 이런 민감성이 높은 개체가 전체의 10% 이상을 구성한다. 민감도 정도에 따라 전체의 2~30%라고 할 수도 있다.
무리를 구성하는 일부가 민감해야 전체가 살아남기 유리하다. 사슴 무리 중 한 마리만 사자를 발견해도 전체 무리가 생존할 확률이 높아진다. 단체 생활하는 단일 개체의 입장에서도 유리하다. 타인의 의견이나 전체 무리의 의견을 공감하고 따라야 무리가 날 버리지 않는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 호모 사피엔스나 돌고래에게 자연은 더 위험하다. 생존 확률이 낮아진다.
민감성은 집단이나 개체의 생존을 위해 진화의 과정에서도 계속 유지되었다
하지만 그 개체가 더 편하거나 행복한 삶을 사는 건 아니다
더운 날씨보다 추운 날씨에 더 적합한 개체가 있다고 하면 그 개체는 현재 더운 날씨에 잘 적응하고 있는 대부분의 다른 개체들에 비해 더 고통스러운(더 땀을 흘리고 쉽게 체력을 잃는) 삶을 산다.
민감성은 좋게 평가되지 않았다. 유별나다고 여겨졌고 좋지 않은 덕목으로 평가되어왔다. 특히 남자가 민감하면 더 좋지 않게 봤다. 유교 문화에서도 인내가 강조되고 단체가 중요시되는 경향이 있다. 미운 오리새끼는 사랑받지 못한다.
내가 가진 특성이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받고 제거되어야 하는 특성으로 판단한다면 개인 행복에 불리하다.
제거할 수 없는 걸 제거하려 하지 말자. 치료할 필요가 없는 걸 치료하지 말자.
민감성은 가치판단이 들어갈 수가 없는 타고난 기질이다. 문명사회는 오랫동안 인감의 감정을 통제하려 했으며 부정적인 감정은 없애려고 해왔다. 현대에 와서는 감정이 다르게 평가받는다. 감정은 몸에서 보내는 매우 중요한 신호이다. 현재까지의 빅데이터를 수집해 정황적인 판단의 결과가 감정이다. 앞으로 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근거이다.
긴 대화를 주고받고 난 뒤 내 기분이 나쁘다는 것은 꼭 집어 기억은 못하더라도 대화중에 부정적으로 느낄만한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동안 만나지 못하던 사람과 다시 만났는데 기분이 좋다는 것은 과거 긍정적으로 판단할만한 정보들이 있었고 효과적인 저장을 위해 함축적으로 그 감정만 기억하는 것이다.
뇌는 기분을 신뢰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신호의 해석이 좋지 않다고 신호를 제거해서는 안 된다. 고통을 느끼는 통각은 부정적인 거라고 생각해서 신경을 죽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우울증이 생기면 우울감을 없애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잘못된 해석이다. 불안하다고 불안감을 없애면 우리는 생존하기 힘들다
우리가 감정이 없을 때는 죽고 나서 밖에 없다. 잠을 잘 때도 감정이 생기고 살아 있는 한 무의식 중에도 감정이 존재한다.
우리의 민감성을 사랑해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