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명상
아침부터 시작이 좋았다.
따로 명상의 시간을 가지진 못했어도 노래를 틀어놓고 샤워하는 게 기분 좋았고 아침식사 대신 마시는 딸기 스무디가 맛있었다. 조금 늦게 출근하지만 눈치를 볼 상사가 출장을 가서 마음이 편하다.
비가 오려나? 날씨가 흐린 것처럼 보여 우산을 챙겨 버스정류장까지 여유롭게 걸어간다. 비는 이미 내리고 있었고 파란색 버스가 들어는 순간 아차 싶었다.
저 버스 한 대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반응하는걸?! 전쟁이다! 빨리 타서 공간을 확보해야지!
버스엔 이미 사람들이 70% 정도 채워져 있었고. 나와 함께 탄 사람들이 나머지 30%를 채웠다. 뒷문으로 끼어 타긴 했는데도 늦었다. 공간 확보가 쉽지 않다.
눈앞의 청년의 가방이 너무 거슬린다. 비도 오고 해서 가방에 물이 많이 묻어 있는데 나에게 너무 가깝다. 옷이 버릴까 봐 너무 신경이 쓰였다.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가방을 벗어 앞으로 매거나 손에 들어줘야 주변 사람들이 덜 불편한데, 사회 초년생처럼 보이는 이 청년은 모르는 눈치다.
안경을 쓴 그의 얼굴이 보니 화가 치민다. 매너 따윈 모르고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표정
매섭게 쏘아보며 한마디 해주고 싶다.
'저기요. 당신 물 묻은 가방 때문에 내 옷이 다 졌네요?'
내 기분이 상한걸 그에게 보상받고 싶은 기분이다.
매우 합리적인 논리와 유추를 통해서 나온 결론이라고 내가 나를 설득한다.
버스를 내리고 나서야 이런 생각을 멈출 수 있었다.
내가 나의 소중한 아침시간을 스스로 아껴주지 못했구나.
내가 그 청년을 아껴주지 못해서 안쓰럽게 바라보지 못해서 내 기분이 나빠졌구나.
다시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출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