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파리를 체험하는 중입니다.

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by 시혼

검도의 수련을 설명할 때, 불교에서 쓰는 용어인 수파리(守破離)를 주로 이야기합니다. 수파리는 수행이라는 과정을 '수', '파', '리'의 3가지 단계로 나누어 본다는 의미입니다. '수'는 스승을 통해 배운 그대로의 것을 이행한다의 의미로 배워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파'는 배운 것을 기초로 자신만의 것을 적용해 나가는 단계입니다. 배운 것을 기본으로 하며 자신만의 노하우나 방법 등이 적용되기 때문에 남과 다른 나만의 모습이 점점 갖춰지는 단계입니다. 그리고 '리'는 어떠한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자신만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의 경지에 오르는 사람은 내가 맞게 하고 있는 건가라는 의심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형태가 몸에 체득되어 있어 고수로서의 여유가 느껴집니다.


이 수파리단계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지금 무슨 단계에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검도의 기초를 배우며 익혀가는 과정을 이미 지났기에 그래도 '파'의 단계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검도에서 이제 사범이라 불리는 4단의 영역을 맞이했기 때문에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4단이라는 자격을 막 가졌을 때, 내가 정말 '수'의 단계가 지난 게 맞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내가 알던 고단자들의 몸놀림을 나와 비교하였을 때, 이제 막 3단에서 4단이라는 명칭만 바뀌었을 뿐 내 동작이나 다른 어떤 것이 특별하게 달라졌는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내가 그 자격을 운 좋게 받은 것일 뿐, 실제 나는 그 자격을 가질 능력이 없는 사람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나만의 것이 무엇이 있는지를 잘 살펴보았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처럼 시합에 대한 끈질김이 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공격적인 검도를 하기보다는 바른 검도를 하기만을 더 원했습니다. 그래서 시합보다는 검법에 더 관심이 있었고 검법을 통해 바르게 칼을 쓰는 법을 더 수련했습니다. 그 남과 다른 점을 저의 칼 쓰는 방식에 적용하니 남들과 다른 저만의 방식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쯤 되니 저만의 '파'라는 단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호검도관-전체 사진-95879036.jpg 출처 : 강호검도관

사람의 능력은 그 위치가 만들어 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제 경험을 통해 이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저의 실력에 대해 고민하며 발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면 저는 '수'의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더 높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검도에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높은 단계를 가기 위해서 고민하고 생각해야 그에 맞는 칼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은 내가 필요를 느끼고 나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함으로써 결실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면 그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고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복권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복권을 사야 하고 어떤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면 그 회사에 지원을 해야 합니다. 내가 팀장이 되고 싶다면 팀장이 되기 위해 인사권자에게 자신의 모습을 증명해야 하고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싶다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검토해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일을 나의 이야기로 써보고 싶다면 배우기만 하고 알기만 했던 '수'의 단계를 벗어나야 합니다. 실제로 부딪히고 실천해 보며 나의 이야기를 적용하는 '파'의 단계를 맞이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모든 경우에서 경험이 쌓여 점점 익숙해지며 여유 있게 맞이할 수 있는 '리'의 단계를 맞이할 테니 말입니다.




저는 '수'의 단계에서 '파'의 단계로 넘어가 저 자신만의 검을 완성하려 하고 있습니다. 남과의 대련에서 이기고 지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내 칼이 오늘 나의 마음에 드는 칼을 썼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이 점점 익숙해지니 운동이라는 이 과정도 이전보다 더 재미있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여유로움이 다른 일에도 동일하게 퍼져가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모든 일에 대한 단계를 '파'로 올려보자라는 생각으로 진심을 다해보고 있습니다. 이유를 묻는다면 간단합니다. 잘하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 외에도 그 단계로 올라가는 과정이 상당히 기분 좋은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것을 내가 수행한다는 기분이기에 불안함이 사라지고 여유로움이 나를 감싸는 기분입니다. 그 기분 좋음을 매사에 느끼고 싶어 저는 저의 단계를 더 올려보고자 합니다. '수'에만 머물러있기는 인생이 너무 아까우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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