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나를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검도를 시작하는 분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행동이 있습니다. 검도 동작을 수행할 때, 기합을 넣는 행동입니다. 검도에서는 머리나 손목, 허리 등 각 격자부위를 공격하는 동작을 취할 때, 각 격자 부위를 외치거나 기합을 넣으며 공격합니다. 예를 들면 머리 부위를 공격할 때, '머리'라는 소리를 외치면서 칼과 몸을 뻗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동작 자체가 처음 검도를 접하시는 분들께는 상당히 어색합니다. 살면서 소리를 크게 지르면서 몸동작을 취하는 일이 일반적으로는 없기 때문입니다. 군대 등의 동작으로 익숙한 남자분들은 어느 정도는 괜찮게 따라하시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나 여성분들은 큰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가르치는 분들은 늘 기합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를 하는 모습을 매번 보게 됩니다.
기합을 넣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상대의 기세를 누르기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나의 기세가 상대방보다 약하다면 이미 그 심리 상태가 목소리를 통해 표출될 것이니 내 기세가 무너지지 않았음을 보이기 위해서는 그 기세를 보일 수 있는 강한 기합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신체적인 측면에서 기합을 크게 내지름으로써 복부에 힘이 들어가게 됩니다. 복부에 힘이 들어가면 허리도 동시에 힘을 넣게 됩니다. 이로 인해 허리는 곧게 펴지고 몸은 더 앞으로 잘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바른 자세로 몸을 사용하기 때문에 몸에 부담도 덜해지고 속도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평상시의 나와 다른 페르소나를 내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개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소리를 지르며 지내지 않습니다. 큰 소리는 감정을 크게 드러내야 한다거나 어떤 특정 상황의 경우에만 활용됩니다. 일상생활에서 큰 소리를 질러 버리면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자신을 제어합니다. 어찌 보면 타인과 함께 생활할 때, 자신을 억누른 페르소나를 만들어 놓고 상대방을 대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검도는 소리를 지르는 행위 자체를 허용하면서도 그 행동과 동시에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야 상대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 행동이 충분하지 못하면 상대에게 제압을 당하거나 기세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대련에서 패배를 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기합이라는 행동과 함께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승리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행동 자체를 새로운 페르소나를 구축하고 선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검도인들의 평소를 보면 한없이 친절하고 선하신 분들입니다. 그런데 장비를 착용하고 죽도를 들고난 뒤, 시합 시작이라는 신호에 맞춰 강하게 기합을 넣고 나면 매우 공격적이고 대범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같은 사람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모습을 드러내시기 때문에 저는 이 기합이라는 행동이 나의 다른 면모를 끌어내는 트리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집니다. 그리고 그 트리거를 통해 자유로운 페르소나를 선보임으로써 어쩌면 여러 일로 억압되어 있던 스트레스도 풀어낼 수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심리학적으로는 페르소나와 자신과의 밸런스가 잘 맞아야 제일 건강한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일상생활뿐만이 아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생존을 위해 또 다른 페르소나를 생성합니다. 그리고 생성한 페르소나와 자신을 점점 맞춰가게 됩니다. 서로 다른 차이를 이해하며 사람들은 점점 자신을 이해하게 되고 각 사회를 잘 지낼 수 있는 자신의 최적의 상태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처음에는 검도라는 환경이 처음이라 어색하겠지만 어쩌면 그간 자유롭게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행동에 내가 제약을 걸며 나를 묶어 놓았어서 일 수 있습니다. 원래 자신일 수도 있는 또 다른 페르소나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검도를 위한 나를 만들어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새로운 나로 인해 내가 행동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겪어보면 검도에 대해 적응을 하는 스트레스도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그게 원래 나였구나, 하는 생각도 하면서 한 층 더 나를 이해하는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