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팀과 협력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관리 업무를 했을 때, 이상하리만치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는데 서로가 자신의 의견만을 내세우며 의견 통일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분명히 우리는 같은 팀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서로가 논쟁하는 모습들을 보면 마치 서로 적대하는 관계의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한 배를 탄 느낌으로만 보였습니다.
이 모습이 한없이 남의 모습으로만 여겨지지는 않았습니다. 저 또한 개발 업무만을 수행했을 때, 다른 사람들과 싸우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싸우려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나는 한 명인데 일은 나를 고려하지 않은 순서로 들어왔었고 저는 나의 위치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의견을 열심히 내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물론 당시에는 이런 모습을 보여야 상대가 나를 함부로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자신만의 생각과 확신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그만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자만심도 있던 게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이런 나를 움직이게 하는 건 타인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임을 보이고 싶었던 것 일지도요.
그런데 프로젝트 관리라는 업무를 맡고 나니 그 당시의 제 모습이 다르게 비쳤습니다. 나는 내 의견을 제대로 피력했다고 생각했던 제 모습은 굉장히 날이 서있던 사람으로 여겨졌습니다. 당시의 저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협력이 아닌 경쟁으로만 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사람들은 이 경쟁이라는 관점을 벗어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 시험을 통해 학교를 선택할 수 있었던 세대였습니다. 그리고 수능이라는 큰 산을 거쳤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등수라는 기준으로 사람들이 나뉘었고 내가 잘되기 위해서는 타인을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었습니다. 입 밖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라는 생각들을 주변을 통해 학습하게 되었고 정말 그 결과를 현실로 맞이하면서 생각은 점점 굳어갔습니다.
그렇게 사회에 나오고 난 뒤에도 남들보다 내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여전했습니다. 나는 내 동료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여야 내가 더 좋은 평가를 얻어낼 수 있고 그래야 더 높은 위치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관리라는 위치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게 되니 내가 얼마나 시야가 좁았던 사람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서로가 자신만의 의견을 내다보니 이루려고 하는 프로젝트의 완성에 더 거리가 멀어지는 일들을 보았고 서로의 시간을 사용했던 프로젝트들이 급기야 종료되는 광경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가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팀이라는 조직은 경쟁이 아닌 서로 협력이 이뤄져야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협력을 하는 것은 자신의 뛰어난 모습을 보일 수 없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협력을 통해 자신의 유능함을 보이는 것이 타인을 이기는 것보다 더 두각을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혼자서 다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모든 것을 진행해도 되지만 실제 우리의 일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고 우리의 일은 과거에 비해 많이 복잡해졌기 때문에 혼자서 하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인이 아닌 팀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어떤 목적에 의해 이뤄진 것이 팀이고 이 팀은 전체가 하나의 개인이 된 것처럼 유기적으로 행동해야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협력이 중요합니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배를 저어야 속도가 더 나게 되는데 서로가 자신이 옳다면서 각자의 방향으로 움직이려 한다면 배는 속도도 나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서도 올바르게 갈 수 없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협력하는 법은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내가 일을 하기 위해 진행했던 행동을 타인과 함께 하는 행동으로 변환만 해주면 됩니다. 내가 나 자신만 이해하고자 했던 일을 타인에게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타인이 내 의미를 잘 이해해 주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타인에게 전달하는 나의 말투도 신경 써야 합니다. 우리가 체력과 감정이 없는 기계와 일을 한다면 고려하지 않아도 되지만 상태와 마음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잘 알아들으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사람은 말을 통해 정보와 그 사람의 감정이 함께 전달됩니다. 타인이 나에게 감정을 전달하면 그 감정에 영향을 받게 되고 감정과 함께 전달된 정보는 더 효과적으로 전달되거나 아니면 더 나쁜 전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우리가 사람과 일을 하기 때문이고 사람은 기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시너지를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생각하지 못한 업적들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모인 게 팀입니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고 싶다면 내 팀을 이길 필요는 없습니다. 팀이 잘 가도록 도와주기만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