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파리 단계와 프로젝트 관리
프로젝트 관리 업무를 어떻게 진행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늘 생각에 잠깁니다. 일반적으로 수행하는 형태의 단계를 이야기해도 되지만 실제 진행되는 일들은 일반적인 형태가 꼭 정답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늘 해야 했던 과정들을 생략해도 되기도 하고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해 필요했던 과정들이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일반적인 형태를 이야기해달라고 할 때, 생각을 하다 결국 각 프로젝트의 맞는 형태로 진행을 한다고 답을 하곤 합니다.
누군가는 이 대답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형태가 제가 더 배우고 역량을 끌어올리는 과정 중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저의 단계는 아직 더 배워가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저만의 것을 끌어내기 위한 준비단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저의 이 생각은 수련의 한 단계인 수파리와 일맥상통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검도에서는 사범의 자격을 가지기 위해 익혀야 하는 것 중, 수파리라는 수련 단계가 있습니다. 먼저 수의 단계는 가르침을 잘 따르고 이에 맞춰 수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파의 단계는 다른 도장에 가서 내가 배운 것 이외의 것들을 익혀가며 수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리의 단계는 남으로부터 배운 것이 아닌 자신만의 검도관을 세워서 수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과거 애자일 컨퍼런스를 통해 애자일에 대한 이해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을 이 수파리 단계에 접목해서 설명하는 세션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기억을 떠올려 보니 지금 각 프로젝트에 대한 관리의 방식도 결국은 이런 수파리 단계와 상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입니다.
수의 단계로 프로젝트 관리 업무를 접목해 보면 프로젝트 관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프로젝트 관리를 하는 일반적인 프로세스를 익히고 관리의 종류를 알아가고 각 단계들의 세부 절차를 이해해야 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의 단계로 시작을 하게 되니 어떤 부분을 말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개시, 계획, 실행, 성과, 종료의 단계를 거치며 각 단계가 잘 수행되기 위해 확인되어야 하는 절차들을 이해하는 과정은 모두 일맥상통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수의 단계를 거쳤다면 더 높은 경지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파의 단계입니다. 저는 이 파의 단계가 다양한 프로젝트를 다양한 사람들이랑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식으로 일을 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실제로 일을 할 때는 그 일에 맞는 새로운 형태에 맞춰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파의 단계가 자신이 익히고 있는 것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잘 관리하고자 하는 기본을 가지고 각 형태에 맞도록 조정하는 것이 결국 더 나은 단계로 가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관리를 잘하고 싶다면 프로젝트는 모두가 같지 않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각기 다른 상황을 확인하고 각 현상에서 제일 잘 맞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합니다. 다른 프로젝트에서 잘 맞았던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그 방식이 또 잘 맞을 수 있다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상황 및 현상에 대해 열린 마음을 지녀야 하고 변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프로젝트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으로 배워가다 보면 모든 상황에서도 나만의 대응 방식이 도출될 수 있는 리의 단계에 안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검도에서 사범이라고 불리는 단계에 접했지만 아직 제가 자신만의 검법을 구사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저만의 형태가 나오는 느낌도 갖게 되지만 막상 수련을 하다 보면 리의 단계를 가기 위해 끊임없는 수와 파의 단계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 관리도 이와 동일한 형태가 아닐까 합니다. 나만의 경지를 갖게 되기까지 저는 수많은 프로젝트를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각기 다른 점들을 익혀가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반복을 통해 나만의 방식이 나올 것이고 그제야 다른 분들께 이제 좀 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나 합니다.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검도를 수행해서 점점 그 경지를 알아갔듯이 일도 꾸준함을 통해 점점 그 경지를 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