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편한 것을 좇는 동물이니까요.
최근에 저와 같이 글쓰기 모임에 계신 분께서 대면 미팅의 이점에 대해서 말씀을 주신 바가 있습니다. 재택근무는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관점에 대한 저의 생각을 기고한 적이 있었는데 그분의 글을 보고 왜 사람들이 대면 미팅을 선호하게 되는 걸까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실 저도 대면 미팅이 더 편합니다. 사람 간의 에너지를 알아채는데도 용이하고 의도에 대한 파악도 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 보니 저도 비대면 미팅보다 대면 미팅이 쉽다는 이유로 선택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쉬운 방법을 선택했던 것뿐이지,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선택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라고요.
비대면 미팅은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소통이 아닙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상대를 보고 말을 해야 한다고 우리는 자라면서 배웠고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말하기와 듣기 방식은 사람을 대면해야 하는 것으로 익혔고 그 방식에 익숙하게 자랐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가 대화를 하다 발생하는 모든 돌발적이거나 예측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서도 나름의 대비책들을 생각하여 대응하기도 합니다.
비대면 미팅은 글, 그림 등의 편지를 통해 소식을 전달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편지는 오늘날의 이메일로 대체되었고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과 다른 전화의 방식이 생기면서 위치의 제약을 받지 않는 대화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메일의 변환 형태로 메신저가 나타나면서 시간에도 구애받지 않는 소통 방식이 점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전달만 가능했던 방식은 점차 소통도 가능하게 변해갔고 이 변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은 두 방식을 경험하며 자라왔습니다.
그런데 점점 비대면이 익숙한 세대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19가 일어났습니다. 방식의 변화는 서서히 이뤄져야 하지만 코로나 19가 삶의 방식을 바꿔버리게 되면서 비대면 소통의 형태가 각광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재택근무와 비대면 미팅이라는 형식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형태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형태의 근무는 기업들의 과거 문화를 바꿔야 했습니다. 몇몇 기업들은 과거부터 만들어 놓았던 문화를 쉽게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문화가 바뀌지 않은 사람들에게 비대면 형태는 여전히 한계가 있는 방법으로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면 미팅을 선호하게 된게 아닐까 싶습니다.
비대면 미팅이 잘 정착이 된 회사들과 그렇지 않은 회사들의 차이를 보면 비대면 미팅은 너무 어려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재택근무가 잘 정착이 되고 비대면 논의가 유기적으로 진행되는 회사를 보면 비대면 논의에서 꼭 따라야 하는 규칙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비대면 미팅은 꼭 화상을 켜야 한다, 발언 등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 적절한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카메라에는 꼭 내 얼굴이 다 나와 있어야 한다 등의 규칙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규칙을 꼭 지키도록 독려하고 비대면 회의도 중요한 회의의 일종임을 인지시키도록 합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가 되도록 만들었고 모두가 그 문화를 지키게끔 유도한 부분이 결국 비대면 회의가 잘 지켜지는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우리 마음에는 비대면 미팅은 어렵다는 관점이 이미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온라인 미팅이 생기기 이전에 이미 우리는 전화 등을 통한 Conference Call을 진행했을 때, 상대방이 보이지 않아 상대를 예측하는 미팅을 주로 진행했을 것입니다. 이 형태의 미팅은 정말 어렵습니다. 나의 발언에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기도 어렵고 상대의 분위기를 알 수 없어 서로 논의 간 발생하는 침묵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 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이 간극을 해결하기 위해 출장이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과거에 비해 지금은 온라인 미팅을 통해서도 상대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료 공유를 통해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의사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고 내 의사가 잘 전달되었는지도 서로의 얼굴 및 반응을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더 좋은 도구들이 등장하고 있기에 알아챌 수 없었던 상대의 반응도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할 수 있음에도 이미 선을 그어놓았고 더 나은 방향으로의 고민을 해야 함에도 하고 있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정리하면 비대면 미팅은 아직 인간에게 익숙하지 않고 소통의 방식으로 어려운 방법이라는 인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익숙하게 만들고자 하는 문화가 없다면 사람들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결국 우리의 인지를 다시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문화를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실 저는 대면 미팅보다 비대면 미팅이 더 낫다는 흑백논리의 사고를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할 때, 어찌 보면 다른 부분의 장점이나 효율성을 무시하고 내가 편한 길을 가고 싶어서 선택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다른 관점을 가져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비대면 미팅을 하나의 예로 들었지만 아마 우리가 겪는 경험의 모든 것들이 이런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편한 방법을 선택하면 분명히 내게는 편합니다. 하지만 그 편함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관점을 다각도로 봐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편한 것만 해서는 안됩니다. 다양한 시각과 시야를 가져야 하고 따져봐야 합니다. 그래야 남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관점을 찾아낼 수 있고 생각하지 못한 위험도 미리 막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