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책, 그리고 독서

나를 만들어준 것은 독서입니다.

by 시혼

이영도 작가님의 <드래곤 라자>라는 판타지 소설이 있습니다. 한창 무언가를 배워나갈 초등학교 시절, 이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을 통해 용이나 골렘, 엘프와 같은 상상 속의 존재들을 접한 적은 있지만 책을 통해 직접 머릿속에서 그 세상을 그려 나간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책 속의 주인공이 갖는 여정이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상상하며 이야기의 다음을 맞이하는 일은 정말 흥미로웠고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며 공부를 해야 한다는 핑계로 한동안 책을 접하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군대에서 책을 읽고 싶다는 욕구를 다시 느꼈고 미하엘 엔데 작가님의 <모모>라는 책을 접했습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평이 마음에 들어 읽기 시작했던 그 책은 머릿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그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상상력을 통해 다시 세상을 그리고 이야기를 보려 하니 그동안 굳어 있던 머리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수축되어 있던 뇌가 이완이 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날의 일을 계기로 저는 다시 책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관심을 가진 것도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새로운 큰 걱정거리인 취업이 저에게 다가왔을 때, 저는 독서보다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핑계로 책을 멀리했습니다. 그리고 취업이 되고 난 뒤에는 회사의 일을 열심히 해야 하고 남에게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또 다른 핑계가 생겼습니다. 게다가 OTT 서비스를 맞이하게 되면서 읽는 것이 아닌 보는 형태의 콘텐츠에 더 마음이 빠져 들었고 내 생각을 뛰어넘는 영상들을 바라보면서 휴식 시간을 지내는 게 점점 저의 일상생활이 되었습니다.


이런 시간을 계속 보내다가 다시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매우 단순했습니다. 요즘 잘 나가는 책을 읽어야 남에게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읽게 된 작품이 바로 유발 하라리 작가님의 <사피엔스>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피엔스>를 읽었을 때,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전혀 새로운 관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게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며 살아오고 있었는데 그 생각을 뒤엎는 관점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진화가 자연스럽게 시간에 의해 넘어온 것이라고 알기만 했던 제 생각이 어쩌면 오스트랄로 피테쿠스가 다른 종을 멸종시켰기 때문에 이렇게 지내온 것이다라는 관점을 통해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전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하는 법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여러 관점의 책을 마구 사들이며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저의 모습을 본 어머니가 제게 추천해 주신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작가님의 <호밀밭의 파수꾼>, 이 책은 저의 마음을 뒤흔들었습니다. 이전에는 콘텐츠를 통해 전달되는 감정에만 집중했습니다. 무언가를 보고 기쁜 것, 슬픈 것, 재미있는 것, 폭력적인 것 등으로 단순하게 나누기만 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표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캐릭터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가 소설의 제일 중요한 항목이라고 생각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는 퇴학을 당하고 뉴욕 길거리를 방황을 하게 됩니다. 퇴학부터 방황 그리고 다시 돌아가기까지의 홀든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 바로 이 소설의 내용입니다. 과거의 저라면 내용적으로 보면 전혀 재미있을만한 것이 없었을 테지만 그 당시의 저는 생각의 방황이 매우 잦았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시기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겪고 있는 마음이 훨씬 더 크게 와닿았고 그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그가 점점 치유되는 과정을 통해 저도 왠지 모를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 체험을 겪고 나니 문학 작품들이 가져다주는 효과와 철학 작품들이 말해주는 요소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 내에서 북클럽을 운영하면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좋은 계기였습니다. 책을 읽고 생각한 내 느낌에 대해서 기술만 했을 뿐, 나와 다른 의견을 내가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와 정반대의 느낌이었지만 그 사람이 가진 느낌에 대한 이유를 들어보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의 책을 통해 여러 생각을 전해 들을 수 있다는 것에 참 많이 배웠고 다른 의견을 수용하는 법에 대해서도 많이 익혀갔습니다.


저는 저의 인생을 통틀어볼 때, 제 인격의 모습을 형성시켜 준 매개체는 결국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이 있었기에 생각을 더 깊게 할 수 있었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으며 서로 다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매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제가 그 매력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글을 쓰고 있기도 합니다. 제가 가졌던 그 경험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체험하며 그 기쁨을 알아갔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그동안 읽어야지라고 생각했던 책을 하나 꺼내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책을 읽으면서 머리에서 나누는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면 아마 바쁘고 조급해 긴장되었던 마음들도 차분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려놓았던 여유를 되찾으며 잠시동안 그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분명히 내가 나에게 고마워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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