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안부, 물컹한 꿈

신용목 <진흙 반죽 속에서 조금씩 내가 되어 걸어 나오는 진흙인간처럼>

by 시나

안녕하세요 시나입니다.

오늘은~ 요근래 부유하던 생각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싶어서 안부를 묻는 형식으로 적어봤어요. 누군가에게 말을 전한다고 생각하면 생각정리가 잘 되더라구요. 때론 대화를 주고받다가 정리되는 것들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오늘 동료샘과통화하며 많이 정리되기도 했거든요.


먼저 시 한편을 소개할까 해요.

신용목 시인의 <진흙 반죽 속에서 조금씩 내가 되어 걸어 나오는 진흙 인간처럼> 이라는 긴 제목의 짧은 시입니다.


진흙 속에서 사람으로 걸어나오는

진흙 인간을 상상하면서 읽으니

더욱 와닿았어요



"사랑은 내가 꾸는 꿈이 나를 찾아 헤매는 순간이어서

번번이 아침은 실패한 꿈을 물컹한 몸으로 바꿔 놓는다."



이 두줄이 시의 전문이에요.

저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특수교육은 잘하려고 할수록 늪에 빠지는 기분이에요.


매년 만나는 아이들이 다르고 주어지는 상황도 다르구요. 특히 중증의 친구들을 만나면 더욱 그런생각을 합니다. 잘하고 싶어서 움켜쥐면 마치 뭔가 있는것 같은데 살짝 놓으면 형태가 없는 머드같아요.


"사랑은 내가 꾸는 꿈이 나를 찾아 헤매는 순간이다"


꼭 교육이 아니더라도자기 분야에서 잘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모두가 자기가 꾸는 꿈안에서 결국 자신을 찾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흔히 말하는 자아실현이죠.


결국 그래서,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이고 나는 아무리 발버둥처도

나 만큼밖에 못한다는걸 알게되는 날들의 연속인것 같아요. 저는 오늘도 저처럼 살았고 그게 때론 다행이기도 때론 지긋지긋하기도 한것 같아요.


"저는 그냥 내버려둬요"


어린 시절 이런 이야기를 들었더라면 방임이라고 확신했겠지만 작년에 전학공을 하는데 퇴직을 곧 앞두신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하셨어요.


"선생님들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되는 일이 있지 않나요? 손재주가 없는데 계속 바느질을 시킨다면 그림그리기를 강제로 해야한다면 정말 극 내향형인데 체육활동에서 공동체놀이를 꼭 해야한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서 저는 어느정도 내버려둬요"


저는 그 연륜이 너무 부러웠어요.

내버려둬도 방임이 되지 않는 연륜이요.

무언가 하지 않음은 가장 최고 수준의 내공이니까

그렇다고 아이들을 방치하시는 분도 아니셨거든요

오래 교직에 있으시며 경험으로 쌓은 아이들의 서로 다름에 대한 인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슷한 일을 지난주에도 겪었어요.


"아이들의 속도에 맞추는 거 아무나 못해요"


대학원 수업 중 방학에 돌린 프로그램 슈퍼비전을 받았는데 20년정도 차이나는 선배교사와 비슷하지만 다른 성격의 프로그램을 같이 돌렸거든요. 교수님께서 그 선생님께 이렇게 말하셨어요.


"아이들의 속도에 맞추는거 아무것도 아닌것 처럼 보여도 아무나 못해요"


"정말 아무나 못하는걸 해내셨네요"


참여자들이 행복한 프로그램

그들의 반응 지연을 오래 기다려주는 수업

실제로 저도 그 수업에 참관하는 것 자체로 울림이 깊어서

집에 가는 내내 일렁이는 가슴을 붙잡던 그날을

저는 아직도 기억하는데요.

교수님이 딱 그러시더라구요.


"이건 연륜이다."


제 수업은 뭔가 참여자가 쉬지않고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수업이었거든요.

애들이 엄청 열심히 90분을 꽉채워서 수업을 참여해줬어요.

문제행동을 막 하면서요.

제 수업에 배움은 있지만 문제행동 대파티.. 90분


그런데 그 선생님의 수업은 확실히 달랐어요.

그 격차가 엄두가 안나서 질투도 안나는 수준이었습니다.


뭐랄까

그 선생님의 프로그램은

참여자가 뭘 안하는거 같은데

교수자도 뭔가 안내만 하는 거 같은데

모두가 배우는 수업이었어요.

아니 이게 진짜 되더라니까요.


말론 설명이 잘 안되네요.

사실 이 격차를 느끼고 나서

저는 생각이 많아졌던거 같아요

그 선생님도 27년간 교직 중

정말 원없이 열심히 준비해봤다 하셨는데

마찬가지로 저도 더이상 어떻게 해볼수 없이

열심히 했거든요 그러니까 이만큼이 제 한계인거죠


그 선생님과 프로그램 협의하면서

저는 협의회에서 반대의견을 냈었어요

그 시간동안 방치나 다름없다면서요

하지만 웬걸 제가 못한다고

남도 못하는건 아니더라구요.

그리고 저도 어느새 그런 수업을

꿈꾸게 되었답니다.


나 열정 있다~!!

내가 다 준비했다~!!

애들이 배울수 있다!!! 이런거 말고


애들이 즐겁고

교사는 여유있고

그런거요 ㅎ

(저도 머리로는 알고있습니다!

안될 뿐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 ^_^)


지금은 마치 단단한 무언갈 잡은 기분이지만

얼마나 많이 실패할지

그 물컹함 속에서 나는 얼마나 헤맬지

벌써 아득합니다.

어휴


"번번이 아침은 실패한 꿈을

물컹한 몸으로 바꿔 놓는다"


오늘 순회교육에 가서

아이가 하기 싫다고 물건을 다 집어 던지는데

너무 화가났어요.

지난주에는 저를 꼬집고

공익샘은 얼굴을 맞았죠


화가나서

"너 이렇게 하면 나 이제 안올거야"


하는데 담임샘이 개입하셨어요


"선생님 그런데 쉬는시간도 없이 계속해서

힘든게 아닐까 싶어요"


아이가 제가 가져가는 교구만 보면

쉬지 않고 무언가 하길 원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가서 2-3시간을 전혀 안쉬고 ㅎ

무언가 계속 해요 ㅎ

선생님이 제발 쉬라는데 애가 안쉬는데 어떻게 쉬죠?

그런데, 아이는 마음과 달리 체력도 인지도 협응도 따르지 않으니 화가 난거였어요.

그러니, 아이에게도 쉬는걸 가르쳐줬어야 하지 않았나 그런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내속도에 맞춰 열심히 배워준

우리반 아가들이 떠올랐어요

참.. 나는 내가 잘해서 너네가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너희가 나한테 다 맞춰준거구나

새삼 미안하고 고맙더라구요

내가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며 속도를 올리면

그 페이스 메이커는 자질이 없는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지금 이 시간들은

아이들의 속도에 나를 맞춰보는

연습을 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어요

담임교사가 아니기에

아이들의 좋고 싫음의 표현을

오롯이 다 받아줄수 있는 지금이

가장 좋은 연습의 기회니까요.


던지는건 나쁜거지만

말을 못하는 아이들은 때론 그게 언어인데..


저는 늘,

제 열심과 열정을 자랑했지만

제가 어떤 선생이었는지는

애들한테 들어봐야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배움의 형태는 다양하고

우리 아이들은 더 다양하고

애가 수업에 참여하게 할수만 있다면

동기유발만 40분 할수도 있는거지

5분 10분 10분 10분 5분

누가 정한거냐고 하시던

학부때 교수님들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하는 교육은 그런거 같아요

남들 보기엔 당연하고

때론 보육같기도하지만

작은 성취와 변화에 설레고

그 것들이 쌓여 학기 단위 1년 단위로 모아보면

조금씩 옮겨놓은 아이들의 옮겨진 자리를 보는 거죠


아이들은 손톱만큼 자라지만 어느새 자라고

우리는 그걸 지켜볼 수 있는 특권이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저는 욕심껏 가르치던 시간들을

지금 잘 매듭짓고

이제 저는 물컹한 꿈을 다시 잡아보려고합니다.

물컹해서 다행인 꿈을

밤마다 실패하고 다시 물컹해질 꿈을요.


선생님들이 얼마나 멋지고 부러운지

제가 얼마나 그렇게 되고싶은지 모르실거에요.

본능적으로 그렇게 하고계시다면

그건 재능이니까요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다시한번

현장에 모든 선생님들이 몸도 마음도

안녕하시길 기도합니다.


결국 교육은 선생님의 질이고

선생님이 행복해야 애들이 행복한건

진리니까요


이 글은 어디까지나 안부였어요.

아참

저는 나름대로 잘 지내는것 같습니다.

생각이 많았는데 잘 정리된거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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