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식스와 우즈, 그리고 의문의 위문공연

위문공연 변천사에서 얻는 '좋은 기획'의 인사이트

by Cyrano

연말이 다가오면서 각종 결산 콘텐츠도 슬슬 올라오는 모양이다. 어제는 올 한 해 역주행한 노래들을 모아둔 글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웠던 이름은 데이식스. 군복 입고 부른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슬슬 뜨더니, 멤버들이 전역하고 모이자마자 각종 행사를 점령하는가 하면 아마추어 밴드들의 커버 1순위가 되었다. 데뷔 때부터 오랜 시간 함께한 그룹이라 그런지 오늘 같은 인기가 아직은 신기하다.


두 달이 채 안 된 우즈WOODZ의 ⟨Drowning⟩ 역주행도 기억에 남는 사건이었다. 그가 조승연 상병으로서 무대에 올라 열창한 그 무대. 나 역시 그 영상을 보고서 우즈를 찾아 듣기 시작했다. '데이식스도 띄우고, 우즈도 띄운 불후의 명곡 국군의 날 특집은 대체 뭐냐'는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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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의 한페될과 우즈의 Drowning를 함께 이야기할 때 락스타의 장르적 인기를 짚는 것은 기획자로서 괜찮은 선택이다. 작년 실리카겔 붐부터 올해 오아시스 재결합까지 여러 이슈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밴드붐은온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위시한 콘텐츠들이 알고리듬을 타고 흥했으니까. 그렇지만 내가 기획자로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바로 두 곡 모두 위문공연의 일환으로 올린 무대가 역주행 모멘텀을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니 군 위문공연이 화제가 되었던 일은 오래 전부터 간간이 있었다. 다만 최근 주목받은 위문공연 무대들은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무대들과는 사뭇 다르다. 일반인 장병들이 직접 무대에 등장해 수십만 회의 조회수를 올리는가 하면, 전우들의 공연을 진심으로 즐기는 관객석의 모습도 어색하지 않다. 이것이 앞으로도 지속될 위문공연의 새로운 흐름인지, 한때의 사건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변화가 기쁘다.


스크린샷(775).png 신병교육대대 조교들이 직접 커버한 Supernova / 유튜브 “위날 we nal”


이전에는 어땠나? 군인들의 리액션에 힘입어 인기를 얻는 가수들은 오직 걸그룹뿐이던 시절이 있었다. 브레이브걸스가 그랬고, 효과에 차이는 있었지만 다른 많은 걸그룹들도 위문공연을 화제성의 발판으로 삼았다. 물론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군부대 위문공연을 애초부터 그렇게 기획한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부대 위문공연 하면 떠오르는 무대들의 전형도 있었다. 무대 위에는 걸그룹이 오르고, 무대 아래에서 용사들이 소리치다, 팔을 뻗다, 기절하는 시늉을 한다. 카메라는 넋이 나간 표정의 20대 초반 남자아이들을 로우앵글로 따고는, 이내 크레인을 타고 부감으로 훑으면서 걸그룹에게서 수천의 용사들로 퍼져나가는 파문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이런 장면에 꼭 들어가는 "○○부대 장병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따위의 자막까지.




말하자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군 위문공연의 기획과 연출은 “군인들의 사기를 ‘어떻게’ 높일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미디어나 결정권자들이 내놓은 어떤 대답을 전혀 숨길 생각 않는 방식이었다. 오늘날의 변화는 몇 년 사이에 그 대답이 시대착오적인 것이 되었다는 증거다. 물론 무대 한 번 한 번이 간절한 가수들에게 소중한 기회를 줬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획자의 요상한 대답을 구현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게 된 이들이나, 무대 아래에서 늘 비슷한 군집으로 프레이밍되어야 했던 이들 중 누구도 축제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최근 군인들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큰 호응을 얻은 그 무대들은 기획자들이 똑같은 질문에 새롭게 답할 수 있도록 나름의 힌트를 줬다. 연예인이든 비연예인이든, 국가에 봉사하는 청춘들을 무대의 진짜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군인들의 사기를 올리는 더 현대적인 방법이라고. 대중들이 일반인 용사의 무대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내는 현상은 특히 고무적이다. 꿈 많은 20대 친구들이 직접 자신들의 시간을 기획하고, 능력을 발휘하고, 환호를 받는 것만큼 '사기 진작'이라는 취지에 잘 부합하는 무대도 없을 것이다.


공연자와 관객 모두를 소외했던 과거 위문공연은 어쩌면 '군인' 집단의 특수성만을 너무 많이 고려하고 곡해한 결과일 수 있다. 그들도 그저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청년들임을 앞서 생각해야 한다. 여기 징병제 국가에서 군인 복지 제도가 점차 변화하는 것처럼, 문화도 발맞추면 될 일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우리는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다’는 말을 너무나 자주 쓰기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만드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간과하는 것 같다. 강력한 미디어와 잘 설계된 콘텐츠는 무언가를 공급함으로써 수요의 정체를 정의한다. 아직 정의되지 않은 충동에 방향을 제시해서 어딘가로 향하는 욕망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획을 잘한다는 것은 프레이밍을 탁월하게 한다는 뜻이다. 누군가가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면 그는 잘하는 기획자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기획이 좋은(good) 기획인가,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문제시한 예전 위문공연들도 군인들의 리액션을 효과적으로 프레이밍했고, 무대 위 걸그룹의 인기에 분명 기여했을 것이다. 그렇게 상업 논리에 치중한 탓에 캠페인의 목적 그 자체인 장병들을 수단화한 것이고.


어떤 기획이 좋은 기획인가. 우리가 ‘오디세이를 하는’ 기획자라면 여기에 나름의 대답을 해야 한다. 수많은 답안이 나올 수 있겠지만 오늘 내가 내놓을 답은 이것이다. 좋은 기획은 반복하지 않고 번복한다. 위문공연에 부는 새 바람처럼, 선배 기획자들이 내놓은 오래된 대답을 의심한다. 그래서 쉽게 답하기보다 차라리 새로운 질문으로 끝내는 것이 더 나은 기획이고, 여기에 어떻게든 대답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기획에 도전하는 일이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설득적이다.

대체 불가한 기획자로 성장하는 에세이 프로젝트,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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