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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장하트 Aug 25. 2023

제일 자신 없는 글을 써보기로 했다

나의 심장이 무겁지 않기를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몇 년 전,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다가 낙방(?) 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급제(?)한다는 기대는 없었다.

글을 쓸 수 있다는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이 기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누구에게도 자랑할 수 없는, 내가 나에게 상을 준 것 같은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충만감이었다.

이런 나의 모습이 귀엽고, 처음으로 '어쩌면 나를 사랑할 수도 있겠다'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자아(自我)

시작은 너를 찾겠다고 여기저기 헤맸는데, 그러다가... 이곳 브런치라는 공간을 만났어

사람들을 만나서 많이 떠들어도 봤는데, 결국 말로 풀어내는 내 이야기는 공중으로 사라지더라.

소리 내는 새들의 말은 아름다워서 '노래'라고 하지만, 내가 떠들어대는 인간의 소리는 어느 날 내 귀에도 무한 반복되는 소음 같았고, 나도 내 말에 피로를 느꼈어.

그래서 글로 끄적거리며 한 글자씩 풀어내다 보니까 위로가 되었어. 

'내가 그래서 그랬구나'

'그 사람이 그래서 그렇게 했구나'

나를 안쓰러워할 수 있었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어.

이젠 이곳이, 하루 중에 가장 설레고 숨을 고르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어.

시간과 공간이 만나, 작은 진동을 한 번 두 번 느낄 수 있게 되었어.




나에게 어려워하는 일들 중에 하나는, '글쓰기'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지원서를 쓸 때 '자기소개서' 조차 쓸 엄두가 안 나서, 언니에게 도움을 받았었다.

병원에서 비서실 업무를 할 때 '회의록'을 작성하는 게 두려워서, 녹음한 회의 내용을 수십 번 들으면서 정리하는 일은 환자가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보다도 스트레스였다.


어찌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제일 자신 없어하는 방법으로 나를 찾아보겠다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어릴 적,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마음만큼 불안감이 컸다. 사랑의 시작과 동시에 나는 늘 혼자서 이별을 준비했다. 갖고 싶은 것들은 어차피 내 것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었고, 하고 싶은 일들도 어차피 남들보다 잘할 수 없다고 포기했었다. 그런 나를 보면서, 타인들은 항상 나에게 '쿨하다'라고 말했다.

돌이켜 보면, 나 자신도 나를 쿨하다고 믿고 싶었고 꾹꾹 누르고 다지면서 살아온 것 같다.

이번에도 매거진을 만들어 보면서, 이 '글쓰기'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부터 고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당황스러웠다. 습관적이면서, 익숙하게 몸에 베인 패턴이다. 회피하고 싶은 두려움과 불안감 때문이다.

'글쓰기'를 통해서 나는 쿨하지 않고, 조금은 찌질 해 보여도 나에게 솔직해 보려고 한다.

그래야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을 테고, 늦었지만 알아갈 테고, 안아줄 수 있을 것이다.



이 나이까지 살다 보니, 한 번쯤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질 때도 있었다.

내 궤도에는 없을 것 같았던 마주침들이 있다.

나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내가 가야 할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가령, 실수를 해서 경로를 벗어나더라도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내가 보고 있는 내비게이션을 믿지 못했다. 

경로를 이탈했다고 아무리 경고음이 울려도, 내비게이션이 틀렸다고 착각하고 살아왔다.

내가 무엇을 봐야 하는지,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고 살아왔다.


이제는 조금은 자신감을 갖고, 믿고, 움직여 보려고 한다.

덜컹 선물 받은 이 공간을 소중히 여기며, 다른 작가들의 삶과 글을 배워가며, 언젠가는 만날 나를 위한

'자아 찾기' 놀이를 해보려고 한다.



자아, 오늘도 반갑다.

그리고 고맙다.



 [ 자화상 2020. S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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