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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장하트 Jul 08. 2024

인간, 외로운가요?

외로움이라는 사치

나, 대형견 온돌이, 오늘도 동물의 관점에서 인간들의 삶을 관찰해 본다.

인간들의 삶은, 참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선들이 마구잡이로 얽혀있는 것 같다.

간혹 굳이 잡고 있지 않아도 되는 선들도 있어 보이는데, 놓치고 싶지 않아서 애를 쓰며 산다.

인간엄마의 목소리가 들려, 잠을 자다 귀를 세워본다.


"나이를 어디로 먹은거야. 나한테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인간엄마가 씩씩거리며 인간아빠에게 무언가 하소연을 하는 모양이다.

인간아빠는 오늘도 손바닥만 한 화면 속엔 무슨 세상이 있는지, 그곳만 쳐다본다.


"내 얘기 들어? 듣고 있냐고!!" 인간엄마의 목소리 한 톤이 올라간다.

"그냥 무시해. 그걸 왜 무시하지 못하고 혼자 스트레스를 받고 그래"

(삐... 인간아빠야. 틀렸어. 지금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타이밍인걸 모르니. 인간엄마 얼굴을 좀 봐봐)


"야.. 내가 무시하면 되는 걸 몰라서 지금 너한테 얘기해? 내가 말하는 이유를 몰라?

그냥 들어달라는 거잖아. 들어주는 것도 못해?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니?"


"왜 지금 나한테 화를 내? 그 사람한테 가서 화를 내!!"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인간들의 대화는 늘 이런 식이다. 처음에 시작됐던 대화의 내용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서로 스크래치난 감정 상처에 소독약을 들어붓고 있는듯 하다.

내용을 들어보니, 인간엄마가 친구의 급한 일을 도와줬는데 그 친구한테 돌아온 답이 '고마워'가 아니고

'살다가 네 덕을 볼 줄 몰랐네'였다고 한다.


고마워... 세 마디면 아무 일도 아닌 것이, 표현하는 법이 부족한 친구 덕분에 무슨 일이 되었다.

오늘도 인간엄마는 혼자서 '상처'라는 걸 받고 대일밴드라도 붙여보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아빠도 '그랬구나. 속상했겠다. 그 친구는 진짜 별로다' 대충 이런 말로 대꾸했으면 끝났을 일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인간아빠는 아마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인해 심신이 피곤한 모양이었다.

이렇게 복잡하다. 인간들의 삶이란...


"온돌아, 이리와. 우리 들어가자"

인간엄마가 소파에 앉아 상황을 관전하던 나를 끌고 방으로 들어왔다.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 같은 혼잣말을 내뱉으며, 운다.

짠한 마음도 드는 것이, 인간엄마는 몇 달 전에 '엄마'를 떠나보내 아직까지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상태다.

작은 일에도 쉽게 지치고, 힘들어하고, 자주 운다.

나의 궁둥이를 대어준다. 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위로다.

말도 못 하는 동물인, 개인 내가 큰 위로가 될 수는 없겠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인간엄마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친구 때문에 속상했던 일과 인간아빠에게 서운한 얘기를 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인간엄마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말들을 건네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인간엄마가 웃으며 전화를 끊는다.




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담아두는, 심장과 머리라는 그릇은 용량이 적은 것 같다.

다른 감정을 담으려면, 그전에 담아두었던 감정을 빼야 담기는가 보다.

어떤 생각들은 잊고 싶지 않아 애를 쓰지만, 금방 까먹는 걸 보면 분명 그 용량이 적은 게 맞다.


그렇게 해야만 살아갈 수 있어서 그런가?

일부러 복잡하고 다양하게 만들어서 많은 일을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럴 수도 있겠다.

인간의 시간과 동물인 나의 시간은 다르다.

나 같은 대형견의 시간은 대략 10년에서 12년인데, 인간은 나의 8배는 더 살아야 하니 복잡하고 어려워야 그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걸 지도 모르겠다. 인간에게 우리처럼 10년이라는 시한이 주어진다면, 자잘한 감정 따위에 소중한 하루를 그냥 쓰고 버리는 일은 없을 거다.

아... 인간엄마는 감정이라는 사치를 부리는 거구나.

그러기에는 이제 인간엄마도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은 것 같은데...



온돌이 가라사대...

외로움, 서러움, 두려움, 망설임, 불안감 같은 마이너스만 되는 사치는 접어두고

평온함, 충만함, 안정감 같은 넘쳐도 되는 사치를 맘껏 부리는 게 어때?

오늘도 나는 창밖을 보며, 돼지귀나 잘근잘근 씹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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