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오늘도 숨은그림찾기 놀이를 하나요?
인간세상은 요즘 장마철이다.
종일 내리는 비 때문에, 대형견인 나 온돌이 집콕 중이다.
털이 많은 겨울개인 나에게 더운 여름은 힘들다.
나의 유일한 행복인 산책을 나갔다가 뜨거운 바닥의 온도를 느끼고,
인간엄마를 집으로 끌고 들어온 적도 있다.(그럴 때면 은근, 인간엄마도 좋아하는 눈치다.)
"온돌아~~ 너어무 덥지??"
빵빵하게 에어컨을 틀고, 비 오는 창밖을 보거나 곰돌이 인형이나 물고 뜯는 게 좋은 날도 있다.
그렇게 불쌍한 표정으로 엎드려있으면, 가끔 인간엄마가 닭고기를 삶아준다.
그게 바로 개이득 :)
얼마 전, 동네에 전입신고된 강아지가 있어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3개월짜리 골든리트리버 동생인데, 인간들은 유기견이라고 불렀다.
'유기견, 버려진 개'
정말 끔찍한 단어다. 인간세상에서 버려진다는 것, 얼마나 무섭고 당황스러웠을까?
물론, 인간들 입장에서 보면 3개월짜리 강아지라도 대따 큰 개다.
보통의 소형견 5마리는 합쳐놓은 사이즈니까, 강아지로 보일리가 없다.
간질간질한 이빨을 긁는 게, 당장이라도 사람을 물어뜯을 것처럼 느껴졌을 테다.
쉬야를 조금 실수한다는 게, 엄청나게 많은 쉬야를 싸댄 것처럼 느껴졌을 텐 다.
다행히도 세상 얼마나 철부지인지, 나같이 큰 대형견을 보고도 쫄지 않았다.
'그래,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게 낫지. 네가 버려졌다는 사실도 모를 테니까'
유기견을 입양한 가정은, 작년 나의 친구를 하늘나라로 멀리 떠나보냈다.
많이 슬퍼했고, 아파했고, 다시는 반려견을 키울 자신이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같은 견종의 버려진 '유기견'의 사연을 듣고, 몇 날 며칠 고민하다가 달려간 듯하다.
나의 친구는 10년을 살지 못하고, 암에 걸려 떠났었다.
그렇게 친구가 떠난 후, 가끔씩 나를 보고 만지며 눈물을 훔치는 걸 몇 번 보았다.
"왜 그렇게 빨리 갔을까... 조금만 더 살지. 우리 온돌이는 아직도 쌩쌩한데...."
인간의 상실에 대한 슬픔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나중에 내가 없을 빈자리에 아파할 나의 인간엄마, 아빠,
형아가 걱정되는 대목이다. 내가 언제 떠나야 하는지 고민된다.
이름이 무강이다.
'만수무강'하라고 지으면서, 만수보다는 무강이가 낫다고 지어진 이름이다.
자는 모습이 세상 천사같이 예쁘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도 구분 못하는 어린 강아지다.
내가 냄새를 맡아본다.
천방지축 뛰어대며 나에게 점프를 한다. 그건 예의가 없는 행동이라고, 내가 알려준다.
바로 꼬리를 내리고 앉아서 올려다본다.
"다행이야. 좋은 가정에 식구가 되어서... 사고 치지 말고 잘 지내라"
인간세상에서 10년 살아본 어른 개가, 3개월짜리 강아지에게 덕담을 해본다.
그래도 무강이는 개인생에서 행운의 찬스를 얻은 개다.
자기의 의지로 인생이 달라진 게 아니다. 우리 같은 동물은, 노력한다고 달라지는 인생이 아니다.
무강이가 직접 인스타에 잘 나온 프로필 사진과 사연을 올린 게 아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기회를 얻은 거다. 그 사람을 통해, 안락한 가정을 만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인간들이 사는 세상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인간의 세상은 자신의 노력만으로 보상받는, 좋은 곳이 아니다.
그럴 수 있다면, 모두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도 세상을 살아갈 테지.
노력을 해도, 애를 써도, 죽을힘을 다해 뛰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들이 있다.
누군가는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을, 뜻밖의 행운을 만나야 달라질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렇지 못할 때 좌절하고, 힘들어하고, 쓰러진다.
나 같은 동물들에게는 없는 세상이라, 보기에 안타깝고 안쓰러울 때가 있다.
인간엄마가 주는 닭다리 하나에 나는 행복할 수 있지만, 인간은 닭 한 마리로 행복할 수는 없다.
그래도 부러운 것이, 인간세상에는 반짝거리는 행복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것 같다.
숨은그림찾기 놀이를 하듯이, 그래서 인간엄마는 오늘도 부지런히 살아가는 거겠지.
인간엄마, 화이팅이야.
무강이도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