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함'의 소중함

알함브라궁전 같은 엘리베이터야, 너무 반갑고 고마워!

by 기운나는 해결사

항상 누리던 것은 우리에게 당연함으로 다가오고, 그런 당연함은 잃었을 때 비로소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단적인 예시로 공기(산소)가 있는데 일상에서 늘 호흡 편하게 하고 지내다보니 없으면 안된다는 생각조차도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물 속에서 잠수를 하거나 수영을 할 때, 좁고 밀폐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있는 경우 등을 겪어보면 숨막힌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산소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에 이사온 아파트 단지 전체가 노후화한 엘리베이터 교체공사를 하기로 했다. 심지어 현수막으로 ‘경축, ㅇㅇ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공사’ 플래카드를 단지 입구에 붙여뒀다.

대략 이렇게 생긴 엘리베이터였는데 세월의 향기가 느껴졌다.


엘리베이터 공지사항 게시판에는 불가피하게 교체 공사를 해야하며 계단 이용 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내용이 붙어있었는데 이 문구는 아직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방법이 없습니다. 모두가 힘을 합쳐 이겨내야 합니다” 라는 내용이었는데 이후 대안으로 다양한 고민을 한 흔적이 느껴졌다. 2층마다 의자를 설치해서 쉬어갈 수 있게 한다던가, 어르신들의 경우 1개월 정도 소요되는 공사 기간 동안 다른 친척 집에 가 있는다던지, 무거운 택배는 미리미리 시켜서 비치 해두는 등의 방법이었다.


법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고, 지자체에서 지원금도 보조 받는 상황으로 들었기에 덤덤히 수긍하긴 했지만 이사온지 얼마 안 된 나로서는 하필 이 시기에..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그래도 한 달이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기로 했다.



택배는 줄이면 되고, 계단 오르내리기도 원래 운동삼아 종종 했던지라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아이 등하원이 가장 큰 이슈였다. 아이를 한 팔에 들고, 아이 짐과 내 짐도 들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게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가끔 장까지 봐야하는 상황이면 배낭까지 짊어져야 했기에 내 팔과 허리는 잘 못 만난 주인에게 하소연 하기 일쑤였다.


한 주 한 주 시간이 흐르면서 누전된 내 팔과 허리의 하중만큼이나 너무나도 당연한 존재로 여겼던 엘리베이터가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이 깊어졌다. 그렇게 한달 여를 지내며 조금씩 무뎌지고 포기하고 감사함이 쌓여갈 때쯤 엘리베이터 시운전 하는 모습이 보였고 이제 드디어 엘리베이터를 쓸 수 있구나 하는 기대감이 커졌다. 해외 직구 사이트에 택배 시켜뒀다가 잊어버린 후에 도착 문자를 받았을 때의 느낌이랄까.



엘리베이터 운행 재개의 날이 밝았고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길에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그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엘리베이터 문과 버튼을 봤다. 엄청 번쩍번쩍한게 오래된 아파트에서 ‘궁궐’느낌이 풍겼다. 문이 사악 열리는데 내부 모습이 마치 ‘알함브라궁전’같았다. 바닥도 번쩍번쩍하고 천정도 높아지고 속도도 뭔가 더 빨라진 것 같고, 이렇게나 엘리베이터가 훌륭한 장치였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분리수거를 마치고 올라와서 와이프와 ‘알함브라베이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앞으로 더 감사히 사용하자는 훈훈한 교훈을 주고 받으며 맛있는 식사를 했다.

사진찍는 재능을 여실히 살펴볼 수 있는 '알함브라베이터'



소중한 것은 늘 가까이 있다.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할 뿐. 일상에서, 주변에서 느끼는 당연한 것들을 오늘 하루 감사하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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