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안되는 도움의 기쁨
18개월 아이들은 자아 형성이 되면서 주관이 뚜렷해 진다고 한다. 그래서 열여덟 열여덟 소리가 절로 나오기에 18개월이라고 한다는데 최근 우리 아이도 비~슷 한 것 같다.
밥을 먹여주려해도 스스로 먹겠다고 거절하고, 약먹고 나서는 빈 약병이 뭐가 그리 좋은지 입에 물고 다니다가 여기저기 흘려서 뺏으려하면 뺏기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어린이집 가기 위해 옷을 입힐 때도 도망다니기 일쑤다. 한숨도 나오고 화가 나기도 하지만 빙그레 웃어보이면 또 미소짓게 되는게 자녀인가 보다.
엊그제는 대청소를 하려는데 청소기만 보면 뭐가 그리 신기한지 우와우와 하면서 따라다니고 걸레질 하고있으면 본인도 하고싶은지 손에 쥔채로 손을 휘적거리기도 한다.
빨래를 널고 있으면 같이 와서 건조대에 거는 시늉도 해서 칭찬해주면 기분 좋은지 환하게 웃으며 더 뭔가를 하려하지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말린 빨래를 개고 서랍장에 차곡 차곡 쌓고있으면 개둔 빨래를 다 헝클러서 들고와서 서랍에 넣고는 날 쳐다보며 칭찬해달라는 눈빛을 보낸다. 역시나 1도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 마음이 참 예쁘다.
대걸레로 바닥을 닦고 있는데 그게 또 재밌어 보였나보다. 잠시 대걸레를 내려둔 틈을타 바로 집어들고 휘두르고 다닌다. 도움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된다. 뺏으려고 가도 도망치다가 커튼 뒤로 숨는다. 그냥 내가 졌다. 대걸레는 나중에 하자... 하면서 또 한숨을 내쉬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입가에 머금는다.
청소를 마치고 잠시 앉아 쉬는데 아이가 다가와 다리에 매달리며 얼굴을 부빈다. 바라보고 있자니 그냥 예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해보니 청소하는 중에 떼부리지 않고 따라다니며 어지르지 않은 것만해도 감사한데 나를 돕고자 뭐라도 자꾸 시도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 기특한 마음이 생긴다. 나도 열여덟 열여덟 할 때도 많지만 그 이상으로 사랑스러운 마음이 생기는구나.. 그게 부모에게 자연스러운 마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네 부모님들도 우리를 키우며 바라보시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도움은 되지 않아도 그 마음의 중심을 바라봐주시고 그 자체로 예뻐하시는 것. 아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내 아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도 사랑스럽다는 마음..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며 이렇게 또 아버지의 마음을 배운다. 부모님에게도, 우리를 조건없이 사랑해주시는 하늘아버지께도 감사한 마음의 이어달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