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ren's story telling
맞벌이 부부로서의 고민 중 한가지가 아이의 등하원을 누가 시키느냐 였다. 다양한 관점에서의 이야기를 나눈 결과, 와이프는 8시 출근 & 17시 퇴근을 하고 난 9:30 출근 18:30 퇴근을 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아이 등원 준비를 하고 어린이집까지 데려다주는 역할을, 와이프는 퇴근 후 케어를 담당하기로 해서 꽤 오랜 시간 지속해오고 있다.
등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정해져 있는 내 출근시간이다. 아이는 아침부터 세상의 다양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나를 찾고, 같이 이거하자 저거하자 하면서 부르지만(요즘은 "아빠, 여기 와서 앉아~ 앉으라구! 하기도 한다..) 난 맘마도 먹여야 하고, 세수도 시켜야 하며 양치도 다 시킨 후에 로션도 바르고 옷도 입혀서 신발까지 신기고 문을 함께 열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게다가 가는 길의 즐거움들도 많아서 "아빠 아저씨 뭐해?", "빠방 뭐해?", "(떨어진 과실을 보며) 저거 누가 한거야?") 등등의 다양한 관찰과 흥미를 함께해줘야 한다. 준비하는데 1시간반 이상을 소요하는데 꽤나 지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이 루틴을 한번에 잘 따라주면 좋겠지만... 아시는 분들 다 아시다시피 관심사가 순간순간 확 바뀌고 또 다양한 활동을 하기에 종잡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런걸 와이프는 참 잘해서 존경스럽기까지 한데 아이가 어떤 활동을 하다가 지치면 "어? 저게 뭐지? 저거 봐라~" 이러면서 잘 꼬신(?)다. 이런 부분에서 내가 융통성이 없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장모님께 여쭤보니 남편들이 이런데서 부인들보다 좀 약한게 있지.. 라고 말씀하신게 그나마 좀 위안이 되긴 했다.
위안은 위안일뿐, 현실로 돌아오면 내 출근시간의 기로에서 아이의 변덕과 다양한 흥미는 내 지각에 대한 조바심을 더 앞당기는 계기일뿐, 더 많은 활동을 해주고 싶지만 마음처럼 했다가는 지각을 하게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기에 아이를 더 재촉하고 불가피한 물리력행사가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있다. 이 경우에 아이도 "안할거야~ 더 놀거야!" 하면서 도망다니거나 울면서 떼를 쓰거나 하면... 정말 답이 없다.
오늘 아침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려는데 뭔가 타이밍이 맞게도 해결이 되어 내게 인사이트를 제공해주었다. 아침식사로 고구마를 섞은 오트밀에 우유를 섞어서 만들어줘서 맛있게 잘 먹었는데 너무 잘 먹다보니 입가에 고양이 마냥 하얀 우유자국이 범벅이 되었기에 이따 씻어줘야겠다.. 생각했다.
아이가 책을 집중해서 읽다가 갑자기 날 보며 "아빠, 입에 많이 묻어떠"라고 하기에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그럼 입에 묻은거 씻으러 세면대 가서 세수도 하고, 손도 씻고 양치도 할까? 아빠가 다 닦아줄게" 하니 "응!" 하면서 본인이 입던 조끼를 단추 하나하나 풀어가며 티셔츠 팔도 걷고, 신발도 신나게 신어서 세면대로 가는 것이 아닌가. 세면대까지 가는게 그렇게 어려운데 그 어려운걸 스스로 해낸 것이 대견했다.
세수를 하고 나면 보통 물놀이와 겸하기에 티셔츠가 젖곤 한다. 이걸 계기로 "재밌었어? 옷이 젖었으니 갈아입자~"라고 하면 본인도 불편하니 잘 갈아입는다. 이 어려운 동작들이 본인 필요와 나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연결되니 평소보다 시간도 절약되고, 서로 간의 감정 소모도 줄어들었으며 훨씬 수월한 등원길 준비가 되었다.
위와 같은 상황을 복기하며 리더십에 접목해보니 아래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첫째, 아이 관점에서의 흥미를 유도하면 자연스러운 행동을 이끌어 낼 확률이 높아진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고 시간 제한이 있다면 권한과 권위로 오더를 내릴 수 있겠지만 서로 정서적으로도 피곤하고 시간도 더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본인의 불편함이나 필요를 체감하니 스스로 행동하려는 모습을 보였기에 그러한 계기를 가질 수 있도록 관점의 전환을 유도하고,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하도록 이야기를 해주니 자연스러운 행동변화가 일어났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 해줌으로써 강하게 인지하는 것'이었는데 리더로서도 마찬가지로 팀원에게 스스로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 타이밍에 핵심적인 한마디를 해주면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리라 생각한다.
둘째, 이러한 행동을 했을 때 자연스럽게 칭찬해주면 이를 더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아이 입장에서는 본인의 본능적 필요를 아빠가 알고 이야기해주니 평소보다 조금 더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겼을 뿐인데 칭찬을 받았다. 칭찬을 굉장히 좋아하는 아이 입장에서는 박수치며 활짝 웃었고, 나도 "아들이 세수도 잘해서 얼굴이 금방 깨끗해졌네~ 보기도 좋고 아들도 기분좋지? 다음에도 이렇게 아빠랑 같이하자"하며 덩달아 즐거워 할 수 있었다. 리더 입장에서도 팀원이 이런 행동을 실천에 옮겼을 때 당연한 것이 아닌, 칭찬받아 마땅한 일로써 구체적으로 칭찬해주면 이후 행동 강화에 더욱 큰 동기부여가 되리라 생각한다.
어찌보면 아주 간단하고 쉬운 일이지만, 이를 일상에서 해당 상황에 맞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상시 신경쓰고 있어야 하고, 그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접목하고 인사이트를 스스로에게 부여할 수 있으리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당연한 것은 없다. 그것을 늘 마음 곁에 둬야 순간적으로 활용 할 수 있다. 오늘도 아이를 통해 하나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