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술제이 성훈 Nov 22. 2019

<고도는 기다린다.>


고도는 무엇일까?

'난 알아요. 이 밤이 흐르고 흐르면
누군가가 날 떠나 버려야 한다는 그 사실을
그 이유를 이제는 알 수가 알 수가 있어요.'

전혀 몰랐다.

초등학생인 나는. 이 가사의 의미를.
그래도 텔레비전 앞에 꼬마는 전율했다.

십칠 년 전 랩을 시작했다.

'한 평짜리 삶에서 백 평짜리 행복을
만들 수 있다'라는 개리 형의 마음이 좋았다.

하지만 '힘들게 들어갔던 대학을 포기한 채
마이크를 잡은 지 벌써 6년째'라는 가사는

솔직히 좀 후달렸다.
래퍼가 되려면 다 때려치워야 하나?

동아리 형에게 술에 취해서 물었다.

'형 대학 포기하고 랩할 수 있어요?'
'못하지. 넌 할 수 있냐?'

아주 자신 있게 답했다.

'저도 못해요.'

닿기에 너무 먼 듯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릴 순 없었다.

십 년 후를 목표로 잡았다.
'난 이 씬의 구세주.'라 외칠 패기도 넘쳤다.

전국을 돌며 프리스타일 랩을 알렸다.
마이크를 잡은 지 4년째 래퍼라 불렸다.

기뻐야 하는데. 불안했다. 경쟁했다.
때론 이겼지만 주로 진 듯했다.

다행히 용케 밥벌이는 했지만
모난 마음이 문제였다.

행운은 늘 함께했지만
감사할 줄 몰랐고 눈이 멀었다.

피해 망상과 우울증이 심해질 즘,
명상, 심리 상담, 영성을 공부했다.

그리고 고도를 만났다.

놀랍게도 고도는 늘 함께하고 있었다.
기억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판단하지 않고, 감사하고,
축복하고, 사랑하면 그 기억이 떠오른다.

GOD IS

꿈속에서 나는 또 다른 꿈을 꾼다.
마음을 치유하는 역할을 선택한다.

평화에 취해서 답해본다.

‘아무것도 포기할 필요 없다.’
‘그저 나부터 용서하면 된다.’  

평생을 목표로 잡았다.
그리고 꿈으로부터 깨어나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 2019 '공감의 뿌리' 2학기 기말고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