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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 Mar 03. 2019

라오스에 전혀 가까워지고 있지 않아

메콩강

패트는 네 시 반에 일어나 먼저 씻고 나간다. 나는 패트가 나가고 나서 씻고 타이어 튜브 두 개를 양팔에 끼고 강변으로 내려간다.

해가 뜨지 않은 메콩 강변에서 패트가 나무판에 나무막대를 고정시키려 로프로 단단히 감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다가와 나무판을 가리키며 패트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고 있었다. 

새벽, 보름달이 떠 있다. 좋은 징조 같아서 안심이 된다.     


뗏목을 만드는 순서는 이러하다.

① 나무판에 네 개의 막대를 로프로 칭칭 감아 나무판 두 개를 단단히 고정시킨다.

② 타이어 다섯 개를 고정시킨다. 

기억해야 할 것은 두 가지. 

하나, 공기 주입구가 위로 올라와야 한다. 만약의 경우, 뗏목을 탄 채로 공기를 넣을 수 있고, 공기주입구가 나뭇가지 등에 걸리는 일이 없도록.

둘, 뗏목 바깥쪽에 걸쳐져야 한다. 누웠을 때 배기지 않도록.

③ 뒤집어서 물에 띄운다. 타이어 튜브를 땅에 두고 밟으면 튜브가 터질 수도 있으니 물에서 작업하기로 한다.

④ 비닐장판을 감는다.

⑤ 천을 지지할 나무막대를 네 귀퉁이에, 각각 세 개의 로프로 고정시킨다.

⑥ 천을 나무막대 끝에 감고 로프로 고정시킨다. 뗏목의 정가운데에 여분의 나무막대를 세워 천이 내려앉지 않도록 한다. 

⑦ 대나무 끝을 쪼개 그 틈에 길에서 주운 얇은 돌조각을 끼운다. 역시 로프로 단단히 고정시키면 그것이 우리의 노가 된다.

⑧ 스페어 튜브에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엮어 로프로 감고 비닐장판을 덮어 가방을 올린다. 가방을 다시 튜브에 단단히 고정시키면 끝.

뗏목을 만드는 과정 @까만


새벽 다섯 시부터 시작한 작업은 예상과 달리 네 시간이 넘게 걸린다. 모두 마치고 뗏목 위에 오른다. 아홉 시 삼십 분.


내가 먼저 뗏목에 오르고 패트가 강물로 뗏목을 밀고는 따라 올랐다. 강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노를 저었다. 웃음이 나왔다.

“왜 계속 돌기만 하지?”

패트가 짜증을 냈다. 알고 보니 스페어 튜브가 그물에 걸려 있었다.

십오 분 뒤, 나는 ‘이거 꽤 지루한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삼십 분 뒤, 그러니까 열 시에 우리는 평온한 뗏목에 놀라고 있었다. 뗏목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생각보다 빨라 벌써 우리가 떠나온 곳이 멀리 보였다.

“태국이 저렇게 가까워.”

금세 가까워진 태국을 가리키며 놀라는 사이 배가 뭍에 닿았다. 태국에 닿은 것이었다. 그게 열 시 반, 떠나온 지 한 시간이 되었을 때였다.     

태국에 불시착한 뗏목 @까만


그곳은 넓은 모래사장이었다.

갑자기 모르는 곳에 불시착한 것 같은 기분이 좋았고, 웃음이 나오고 재미있었다. 

우린 그곳에서 뗏목을 끌어내기 위해 모래에 발을 파묻고 뗏목을 밀었지만 뗏목은 강으로 나가기는커녕 모래를 벗어나지조차 못했다. 우리는 뗏목에 올라타 노로 땅을 찍어 밀면서 쉼 없이 노를 저었지만 뗏목은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이 심했고, 천을 지지하던 나무막대 두 개가 쓰러졌다.

“바람이 잦아질 때까지 기다려 보자.”

내 말에 상관없이 패트는 계속 뗏목을 밀었다. 바람에 천이 무섭게 펄럭였다. 옆을 감싸던 천은 뜯어진 지 오래였다. 그 바람에 맞서 뗏목을 밀고 나가는 건 무리였다.

“I give up.”

쓰러진 나무막대를 고치다 집어던지며 패트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태국에 계속 있을 수는 없었다. 우리에겐 태국 비자가 없었고, 비자가 없는 곳에 배를 대고 있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라오스로 돌아가야 했다. 

뗏목을 모래사장 위로 끌어올려 떠내려가지 않게 고정시켜 두고, 저 멀리 무리 지어 있는 태국 청년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의 옆에는 늠름한 통통배가 몇 개 있었다.

우리는 배를 가리키고 강 건너편 라오스를 가리켰다.

“라오.”

그들과 우리는 한참 동안 각자의 언어로 열심히 의사소통을 했다. 

“머니, 머니.”

“오케이, 하우 머치?”

남자는 손에 B(바트)를 적었다. 우리가 킵이라고 하자 5만 킵이라고 했다.

“오케이, 오케이.”

우리는 태국 청년의 배에 우리 뗏목을 묶고 라오스로 건너갔다. 

태국으로부터 @까만


그들이 우리를 데려다준 곳은 깎아지른 절벽 아래였다. 우리는 그곳에서 다시 시작했다.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았다. 절벽이 막아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최대한 라오스 쪽에 붙어서 떠내려 가기로 했다.

천 지지대를 고치고 다시 강으로 나갔다. 강은 부드럽고 잔잔했다. 우린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라오스에 거의 붙다시피 해서 가다가 어부 아저씨로부터 강으로 나가라는 핀잔을 들었다. 우리는 조심조심 강 중앙으로 나갔다.

“너무 많이 왔어. 다시 라오스로 돌아가야 해.”

우리는 반대로 노를 저었다. 어느 정도 라오스에 가까이 가면 물결이 금세 라오스 쪽으로 우리를 잡아당겼고, 뭍을 벗어나기 위해 중앙으로 갈라치면 태국으로 휩쓸렸다. 

그렇게 몇 시간을 우리는 눈물겹게 노를 저었다. 나는 정말로 눈물을 흘리면서 노를 저었다. 너무나 힘들었다. 팔 근육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배 위는 한가로웠지만 강물을 가르며 노를 젓는 건 엄청난 노동이었다. 평화롭게 흐르는 강물은 사실 강변으로 무섭게 끌어당기는 힘에 지배받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힘에 저항해 끊임없이 노를 저었다.

천 지지대가 다시 쓰러져 뜨거운 해를 받으며 노를 저어야 했다. 잠시라도 노 젓기를 쉬면 뗏목은 무서운 속도로 뭍을 향했다.


노 젓기를 포기한 건 세 시가 훌쩍 넘어서였다. 우리는 계속해서 태국을 향하지 않도록 노를 저었으나 이미 태국 편으로 치우친 배는 아무리 노를 저어도 중앙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라오스에 전혀 가까워지고 있지 않아.”

체력이 완전히 고갈된 나를 보면서 패트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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