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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 Feb 24. 2019

뗏목 여행을 위해 필요한 것들

메콩강의 라오스 강변

    

여섯 시 사십 분. 알람 없이 눈을 뜬다.

그는 내 등에 얼굴을 베고 포개지듯 엎드려 있다.      

오늘의 계획을 세운다.

해야 할 것이 많았으므로 우리는 함께 목록을 만든다.  

   

① 천 지지대와 노로 쓰일 나무막대 구하기

강변 공사장 옆 쓰레기터를 찾는다. 이빨이 보이는 뼈 옆에서 나무막대 네 개와 대나무 세 개를 구한다. 하나는 여분이다.

강변에 내려가 나무를 씻고 나무껍질을 물에 불려 칼로 벗긴다. 땡볕에 앉아 껍질을 벗기며 ‘뭐 이렇게까지’라고 생각했지만, 다 벗긴 것을 보니 훨씬 가볍고 매끄럽다. 역시 목수. 

우리는 깨끗하고 반짝이는 나무막대를 숙소 앞마당에 말려 놓는다.         


② 천과 나무판을 맞춰 본 후에 재봉하기     

가로 2m, 세로 2m. 4m가 꼭 맞았으므로 옆에 댈 천을 4개 더 구입한다.   


③ 타이어 튜브 충전하기

타이어 튜브를 완벽하게, 크게 충전할 필요가 있다. 작은 펌프는 만약을 대비해 가져 가는 것으로 한다.

트럭 택시와 4만 킵에 이야기한 후에 타이어 튜브에 바람을 넣는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택시 기사가 작은 집의 문을 두드리자 젊은 남자가 충전기계를 들고 나왔고, 신나게 튜브에 바람을 불어넣는다. 완벽하게 충전된 타이어 튜브는 탄탄하고 사랑스럽다.

타이어 튜브 여섯 개 충전, 2만 킵.       


④ 비닐 장판 사기

뗏목에 물이 스밀 것이므로 바닥에 깔 비닐 장판을 사기 위해 시장에 가야 한다. 

오토바이를 한 시간에 2만 킵을 주고 빌리고 No.2 마켓 입구에서 3m*4m 커다란 비닐 장판을 구한다.

호텔에 들어와 뗏목을 감쌀 수 있는 정도로 자르고 나머지는 비상용으로 남겨둔다.       

  

⑤ 뗏목에서 먹을 음식 준비하기

시장에서 돌아오는 길, 과일을 산다. 바나나 한 개, 사과, 작은 코코넛, 4만 2천 킵.

초콜릿은 녹을 거라서 안 되고, 참치 캔을 찾으려고 여러 가게에 들르지만 찾지 못한다. 숙소 근처 식당에서 메뉴로 참치 샌드위치를 본 것을 기억하고 식당에 가서 참치 네 캔을 산다. 6만 킵.        

 

⑥ 기도하기

배가 떠나기 전 기도를 하자고 패트가 말한다.

패트는 무신론자였고, 나는 기독교인에 가까웠지만 우리는 둘 다 절을 좋아했다. 누군가 자신의 삶을 바쳐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안정을 주었다.

길에서 각각 2천 킵과 3천 킵을 주고 꽃을 사서, 호텔 옆 절로 향한다. 

마침 예불 시간이다. 백여 명의 어린 스님이 주황색 천을 두르고 한쪽 어깨를 내놓은 채로 기도를 올린다. 우리도 옆쪽에 자리를 잡고 기도를 드린다. 스님들의 맑은 염불소리에 눈물이 날 것 같다.

예불 시간 내내 흘긋흘긋 우리를 돌아보던 어린 스님들이 예불을 마치자 우리에게 몰려들더니 눈을 반짝이며 이것저것을 묻는다.

“얼마나 타켁에 있어요?”

“언제 떠나요?”

“우리는 절 안의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둘이 결혼했어요?”

“우리는 매일 수학하고 영어를 공부해요.”

“어디에 묵어요?”

“하룻밤에 얼마씩이에요?”

쏟아지는 말들에 우리는 계속 고개를 돌려가며 대답을 하고 끄덕거린다.

“호주의 상징은 뭐예요?”

패트가 “캥거루”라고 대답하자 그들은 “캥거루, 캥거루”라면서 서로를 본다. 패트는 땅바닥에 캥거루를 그려 보인다. 나는 디지털카메라를 뒤져 코알라 사진을 보여 준다.

장난스러운 미소를 띤 한 스님이 “I like Korea country. Woman Korea is beautiful.”이라고 하고, 다른 스님들이 모두 웃으며 그 스님을 때린다.

“Good luck to you!”

수많은 스님들이 행운을 빌어주니 안심이 된다.


⑦ 가족에게 인사하기

인터넷 카페에 가서 엄마에게 메일을 보낸다. 카메라의 사진을 USB에 옮겨 담는다. 사촌언니에게 엽서를 보낸다.  


⑧ 마지막 식사를 잘하기

절 앞의 거리 식당.

“Hello.”

젊은 청년들이 싱글싱글 웃으면서 말을 건다. 그들이 먹고 있는 볶음국수가 맛있어 보여서 우리도 그들 옆에 자리를 잡는다.

어디서 왔냐는 질문에 한국이라고 하자 다 같이 비명을 지른다. 그들 중 하나인 여자애가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저는 한국을 사랑합니다.”

웃는 게 귀여운 열여덟 살 여자애는 6개월째 한국어를 공부 중이었다. 여자애가 내민 휴대폰에는 한국 배우 사진이 가득하다.

“저는 한국인 가이드가 되고 싶어요.”

여자애의 한국어는 바르고 명랑하다.

“출발 날짜가 얼마예요?”

나는 여자애의 한국어 실력에 놀라며 한국어로 라오스 단어를 몇 개 묻고, 여자애는 내게 한국어와 라오스어 사전을 내민다. 뗏목 여행에 필요한 단어 몇 개를 받아 적는다. 내가 적는 단어를 큰 소리로 읽으면서 다들 깔깔댄다.

“다시 한번만 읽어 주세요.”

나는 부탁하고, 발음을 내가 알아볼 수 있게 표시해 놓는다.

여러 개 단어를 몇 번 연습하고서 나는 곧장 국수의 가격을 라오스어로 묻는다. 주인이 내 서툰 라오스어를 알아듣고 7천 킵이라고 라오스어로 대답하고, 내가 돈을 내자 다들 박수를 친다.


⑨ 짐 싸기

가방 안의 모든 물건을 비닐봉지로 싼다. 물결이 치면 물이 뗏목 위로 올라올 터였고, 가방이 모두 젖을 터였다.

마지막으로 물을 사서 가방에 넣는다. 이로써 모든 준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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