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한국에서만 살면 크게 문제는 없었다. 남편과 달리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도 아닌 데다 모국어인 한국말을 39년 동안 듣고 배웠으니.. 한국에서는 지하철이나 버스노선만 있으면 환승도 하고 어디서 타는지 바로바로 파악이 되고 커피전문점을 가도 할인도 받고 적립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마트를 가도 아직 적립이라든지 앱은 깔았는데 어디로 들어가서 계산원에게 보여줘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 물어보면 되겠지만 뒤에 계산을 하기 위해 줄 서있는 사람들을 보면 얼른 계산만 하고 돈을 내고 나오게 된다.
내가 독일에 와서 느낀 것은 운전뿐 아니라 영어도 필수였다는 것이다. 상점에 가서 독일어를 미숙하게 파*고를 켜며 하자 바로 나오는 질문은 영어를 할 수 있느냐이다. 그렇다고 내가 영어를 자유롭게 알아듣고 대화하지는 못한다. 아주 조금 한다고 이야기를 하면 천천히 이야기를 해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10일 차에 접어들자 느낀 것은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오는 길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말을 하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길을 가다 독일어의 단어는 보이는데 상점에 가서 물어볼 때 직원이 내 독일어를 못 알아들으면 나도 모르게 바로 핸드폰을 켜서 확인을 해준다. 나도 독일어로 우산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끝발음이 달랐는지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었다. 핸드폰이라도 없었으면 어찌했겠는가! 그러나 핸드폰만 의존하고 있다가 나의 언어 실력이 늘지 않을 거 같은 불안감도 있는 건 사실이다.
나의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이 일주일 뒤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 선생님과 상담을 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니 어찌 대처해야 할지 걱정이다. 처음에는 아이들 학교에서 입학 관련하여 메일이 계속 와서 서류를 보내고 길게 메일이 왔을 때 사실 당황했다. 선생님한테 답변을 보내야 하기에 천천히 읽고 해석을 하다 메일에 번역 기능 버튼이 있는 게 아닌가! 그 버튼을 누르니 번역이 된다는 것이 신기하고 기뻤다. 사실 그래서 선생님과의 상담 등은 메일이 편하다고 답변을 보냈다. 당분간은 걱정이 없을 거 같다.
아직은 파*고의 힘을 빌려 메일을 쓰고 물어보고 하는 단계이지만 6개월, 1년 뒤에는 독일어를 알아듣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알아듣지 못하지만 항상 독일어 라디오를 틀어놓는다. 아이들 영어를 배울 때 흘려듣기를 한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