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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Feb 05. 2022

독일어로 전하는 진심

다시 만난 핸드폰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항상 바로 가방에서 모든 짐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충전시키고 태블릿을 충전시키는데 갑자기 큰 애가 다급한 목소리로 "엄마 내가 엄마한테 핸드폰을 줬어?"라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나한테 안 줬다고 하자 핸드폰이 없다는 것이다. 큰 애랑 버스에서까지 통화를 했는데 왜 갑자기 핸드폰이 없냐고 이야기를 했고 아무리 찾아도 핸드폰은 없었다. 심지어 큰 애는 학교에서 울릴까 봐 모든 소리가 무음이다.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얼른 버스회사에 문자를 넣었다. 버스 번호와 핸드폰을 놓고 내린 거 같다고 혹시 기사님이 찾으시면 연락을 달라고 문자를 남겼다. 그리고 출장 중인 남편한테 전화를 해서 버스회사에 전화를 한 번만 해달라고 했다. 사실 버스회사와 내가 메일이며 문자를 하는데 너무 다급한 나머지 남편한테 전화 부탁을 했다. 남편은 알았다고 얼른 해줬다. 버스기사님이 운전 중이라 전화가 안 된다며 운행이 마치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결과는 핸드폰이 차에 없다는 것이다. 나는 보이스톡을 하니 다행히 핸드폰은 켜져 있었다. 그리고 혹시 떨어졌나 핸드폰 손전등을 켜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생각해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마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봤을 거 같다.  

  큰 애는 사실 자기 물건도 잘 챙기고 굉장히 꼼꼼하다. 개인정보도 민감하여 핸드폰 사용에 항상 조심하고 핸드폰을 해주고 한 번도 이런 실수를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본인도 좀 당황한 거 같았다.

  순간 나는 이런 것도 못 챙기냐며 큰 애에게 화를 냈다. 화를 내면 안 되는데 화를 내고 미안한다고 사과를 했다. 참 못난 엄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큰 애에게 핸드폰은 다시 사면된다고 너희가 더 소중하다며 이야기를 하다 바보같이 울었다.

  큰 애는 항상 버스에서 앉는 자리에 있을 거 같다고 했다. 무음이니 기사님이 못 봤을 수 있다고 내일 차를 탈 때 찾아보자고 했다.

  


  다음 날이 되었다. 큰 애는 잠을 못 잤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나서 잠이 안 왔다. 우리는 버스 시간을 맞춰 나갔다. 버스가 오는데 왜 이리 떨리던지... 나는 기사님께 인사를 하고 핸드폰을 한 번만 더 찾아보겠다고 했다. 기사님은 정말 푸근한 인상의 할아버지 기사님이다. 유머도 많으시고 아이들에게나 부모들에게나 친절하시다. 괜히 핸드폰 때문에 미안했다. 기사님은 어제 찾아도 없었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나는 보이스톡을 계속 울리자 소리는 안 났지만 큰 애가 자기 앉은 구석 자리에서 핸드폰을 찾았다. 엄마 여기 있어.라고 이야기를 하자 기사님도 마음이 좋아졌다고 독일어로 이야기를 하셨다. 나는 기사님에게  "Das Handy klingt nicht."(핸드폰이 소리가 안 나요)라고 아는 단어를 조합해서 얼른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Vielen, vielen Dank.(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사실 기사님도 핸드폰을 찾았는데 없어서 마음이 안 좋았는데 찾고 나서 마음이 좋아지셨다고 이야기를 했다. 대충 알아는 듣는다. 나는 Einen schönen Tag.(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집을 들어왔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핸드폰도 찾고 마음이 편해졌다. 마트에 가서 건강주스를 하나 샀다. 기사님이 신경 썼을 걸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도 컸다. 그리고 Es ist ein Geschenk für Sie.(당신을 위한 선물입니다. ). Vielen Dank. Danke, dass Sie gestern mein Handy gefunden haben(어제 핸드폰을 찾아주신다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하기 위해 연습을 했다.

  사실 아직 문법적으로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나는 독일어를 많이 하려고 노력 중이다. 내가 만나는 독일인들은 버스 기사님과 마트에서 포인트 달라고 이야기하는 점원이다. 아님 독일 드라마에서 만나는 배우들이다. 유창하게 말할 준비를 하고 집으로 오는 버스를 기다렸다.

  내가 기사님한테 Es ist ein Geschenk für Sie.(당신을 위한 선물입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자. Nein. Nein.이라고 안 줘도 된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나는 연습한 문장을 이야기를 하고 한국 유심이 있는 핸드폰이어서 중요한 거였다고 이야기를 했다. 기사님은 고맙다며 잘 마시겠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아이들이 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

  나라가 다르고 언어는 다르지만 사람의 진심은 통하는 거 같다. 내가 기사님한테 느끼는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마음과 어제 버스에서 핸드폰을 못 찾아 마음이 안 좋았던 기사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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