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와서 나는 이젠 마트도 세일하는 날을 맞춰 가서 사고 운전은 못하지만 그래도 아이들 병원을 방학에 맞춰 예약해서 S-Bahn을 타고 데리고 다니고, 독일 마트에서 찾은 한식 재료 비슷한 것들로 잡채나 한식 등을 해주고 있어 내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
물론 아직 언어는 A1단계 이지만 말이다. 언어도 하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없는 게 생겼다.
2달 전부터 우리 집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마구 버려지고 있었다. 갈색 뚜껑의 쓰레기통에는 음식물쓰레기봉투를 사서 거기에 넣어서 버려야 하고 검은색 뚜껑은 일반 쓰레기, 초록색은 종이, 노란색은 페트병, 비닐 등 재활용될 수 있는 곳에 버려야 한다. 쓰레기가 잘 안 버려지면 FES에서 안 가져간다고 들었기 때문에 정말 잘 정리해서 쓰레기를 버렸었다. (차마 사진은 찍어두었지만 지저분해서 이 글에는 올릴 수가 없다.) 근데 자꾸 누군가가 페트병이나 비닐 등을 버리는 노란색 쓰레기통에 먹은 쓰레기며 먼지, 종이, 일반 쓰레기 등을 하나의 큰 비 닐로로 해서 버리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정리를 해줬다. 쓰레기를 안 가져가면 안 되니 말이다. 그러나 이게 한 두 번도 아니고 매일 이렇게 버려지는 것이었다. 심지어 음식물에도 일반 쓰레기가 마구 버려졌다. 지금은 날씨가 추워서 그나마 괜찮지 곧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이렇게 버려지면 벌레며 냄새가 날 게 뻔했다.
우리 독일 집은 하우스 구조의 집이라 우리 집 말고도 많은 독일인들이 산다. 나는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서 쓰레기를 버렸나 싶었다. 그러나 그 빈도가 너무 많았다. 사람들을 함부로 의심할 수 도 없는 상황이고 이 상황을 같은 세입자들과 함께 말로 할 정도로 언어가 되려면 독일어 능력시험 B1는 되어야 한다.
앱에서 언제 쓰레기를 가져가는지 확인을 할 수 있다.
나는 독일에 와서 바로 핸드폰에서 FES 앱을 다운로드하여 언제 쓰레기를 가져가는지 알림까지 받고 있다. 그럼 그 전날 가서 한 번 쓰레기통을 확인한다. 일회용 장갑을 끼고 말이다. 지금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참 나도 별난 거 같다. 안 가져가면 어찌 되겠지 하고 내버려 두어도 되는데 집 앞에 쓰레기가 가득 차 있는 것도 싫고 냄새도 나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 번 노란색 쓰레기 뚜껑의 쓰레기는 안 가져갔다. 나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집주인에게 메일을 썼다.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단계가 지난 거 같았다.
나는 집주인에게 그동안 찍은 쓰레기 사진도 같이 첨부해서 쓰레기가 마구 버려지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심지어 몇 번 FES에서 안 가져갔었다고.. 세입자들이 다 볼 수 있도록 안내문을 입구에 붙여주면 좋겠다고 메일을 썼다. 집주인에게 메일을 보면 답문을 달라고까지 썼는데 메일이 안 왔다. 전화를 해야 하나 싶었지만 조금 기다려보기로 했다.
메일을 보내고 한 이틀 뒤에 우리 집 벨이 눌렸다. 자신을 Hausmeister라고 소개를 했다. Hausmeister(집주인, 건물 관리인) 이란 뜻이다. 한국에서 사 온 독일어 단어장에 나온 단어였다.
알파벳을 누르면 많은 독일어 단어 들어 나온다. 여기서 내가 버리고 싶은 쓰레기 이름을 독일어로 치면 어디다 버리는지 나온다.
대부분 사람들이 남편이 없을 때 오기 때문에 벨을 눌러도 당황하면 안 된다. 처음에는 많이 당황하고 그랬지만 이제는 이야기하시라고 알아듣는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나를 위해 천천히 이야기를 해준다. 나는 말을 바로 못 해도 이젠 대충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는 듣는다. 바로 대응이 안 될 뿐이지..
나는 쓰레기 이야기를 했다. 미리 온다고 이야기를 하면 문장을 외웠을 텐데 갑자기 오니 쓰레기가 막 버려진다는 문장이 생각이 안 나 노란색 뚜껑에 일반 쓰레기, 먹는 쓰레기가 막 버려진다고만 다시 이야기를 했다. Hausmeister는 메일을 봤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 하고 이야기했다.
나는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왔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우리 큰 딸이 자기가 엄마가 독일어로 쓰레기 이야기하는 거 들었다며 독일어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나는 고맙다고 이야기를 했다. 사실 크게 이야기한 건 없고 쓰레기통 단어와 색깔, 먹는 쓰레기, 일반 쓰레기란 단어들을 막 이야기하며 몇 개의 동사와 제스처를 취했다. 역시 생활 독일어는 정확히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진작에 집주인에게 메일을 쓸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알지 못해서 막 버린 것인가. 아님 귀찮아서 막 버린 것인가는 알지 못했지만 우선 앞으로는 막 버리는 사람은 없겠지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내 집도 아닌데 이렇게 까지 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나는 내가 독일에 사는 동안 해당하는 날에 우리집 쓰레기를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