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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Dec 16. 2021

서로 문 열어주는 사이

친근해진 이웃

  아이들과 남편이 학교와 회사로 가고 혼자 집에 있는데  벨소리가 울렸다. 우리 집 벨소리를 굉장히 크다. 나는 가족들이 아무도 없을 때 누가 벨을 누르면 아직도 당황스럽다. 길게 대화가 안 된다. 모르는 사람이면 없는 거처럼 하려고 조용히 인터폰으로 갔는데 2층 새댁이었다. 순간 나는 왜 벨을 밖에서 눌렀지? 싶었다.

  나는 얼른 인터폰을 들었더니 2층 새댁이 문을 열어달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순간 나는 아.. 밖에 나갔다가 문이 닫혔는데 열쇠를 안 갖고 갔구나 싶어 얼른 열어주었다. 2층 새댁은 올라가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나도 괜찮다고 인사를 했다. 그 이상 대화는 안 된다.



  우리 빌라의 구조는 빌라의 대문을 열쇠로 따고 들어오면 우리가 1층, 새댁이 2층, 3층엔 1인 가구들이 많이 산다. 집 구조가 한국의 빌라 구조인데 집주인이 좀 독특하게 지었다. 내가 지하실로 빨래를 하러 가려면 우리 집 현관문을 잠그고 내려가야 한다.

  독일은 한국과 같이 비밀번호키가 아니라 아직도 열쇠로 문을 연다. 그래서 항상 나도 주머니가 달린 옷을 입고 다닌다. 독일에서 열쇠는 내 친구이다. 순간 놓고 나갔다가 문이 잠겼는데 사람이 없으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있고 얼마 안 되어 나는 아이들이 올 시간에 맞춰 음식을 하고  집 밖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나는 항상 열쇠를 들고 다녀서 빌라 대문을 닫고 나간다. 그러나 가끔 열쇠가 안 열릴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빌라 대문 열쇠를 혹시 몰라 2개를 들고 다닌다. 지난번에 빌라 대문이 안 열러 한 번 엄청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다른 열쇠로도 시도해봤지만 안 열렸다.  조금 있으면 아이들이 올 거고 아이들이 올 때까지 안 열리면 어떡하지 싶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2층에 벨을 눌렀다. 다행이다. 2층 새댁이 있었다. 문 좀 열어달라고 영어를 하자 바로 알아듣고 열어주었다. 그러나 우리 빌라는 인터폰에서 문 여는 버튼을 누를 때 문을 밀고 들어가야 문이 열린다. 다시 닫혀버렸다. 진짜 당황스러웠다. 다시 열쇠로 문을 열어보려 했지만 안 열리던 그때 현관에 불이 커졌다. 2층 새댁이었다. 2층 새댁이 직접 내려와서 빌라 대문을 열어주었다. 너무 고마웠다. 나는 고맙다고 독일어로 이야기를 했다. 2층 새댁은 괜찮다고 했다.



  나는 집에 와서 빌라 대문 열쇠를 열쇠꾸러미에 한 개 더 꽂았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서 오늘 열쇠 사건에 대해 이야가를 해주었다. 애들은 진짜 착한 분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나도 아이들에게 2층 새댁의 고마움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우리 빌라는 택배를 받을  때도 빌라 현관에서 물건을 받는다. 예전에도 2층 새댁과 인사를 했지만 이젠 택배를 받을 때 2층 새댁를 보면 더 반갑게 인사를 한다. 언어는 잘 통하지 않지만 2층 새댁과 서로 문을 열어주는 특별한 사이가 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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