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아침에 둘째가 갑자기 크림빵이 먹고 싶다고 했다. 그냥 먹고 싶은 게 아니라 너무 먹고 싶다고 했다. 한국 빵집에서 먹던 크림빵이 생각이 난다며 엄마 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우리 동네에 빵집이 하나 있었는데 아이들과 오고 가며 자주 들렸었다. 사실 한국에서 사 먹던 빵들을 내가 독일에 와서 만들어 먹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나는 독일에 와서 크림을 만들 수 있는 핸드 믹서기가 세일을 하길래 하나 샀었다. 그래서 그 이후 사실 쿠키도 만들어 봤었다.
음식에 설탕을 안 넣고 건강하게 먹어보자고 시작한 지 꽤 시간이 되었던 터라 빵을 안 만들어주고 있어서 둘째가 빵이 먹고 싶었나 보다. 내가 아직 못 찾은 거 일 수 있지만 독일에 와서 한국과 같은 크림빵을 본 적이 없다. 나는 둘째에게 크림을 만들면 할 수 있지..라고 이야기했다. 다행히 냉장고에 버터도 있었고 바닐라 오일도 있었다. 유튜브에서 내가 갖고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건 스위스 버터크림이었다. 좋은 버터를 사놨으니 좋은 재료로 만든 크림은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한 번이니 만들어주자라고 시작했다.
설탕을 권장량보다 적게 넣어도 맛있었다.
빵 만드는 것은 몇 번 해봐서 밀가루, 계란, 효모 등을 넣고 반죽을 하고 발효시킨 후 오븐에 구우면 된다. 모양 틀이 있는 게 아니라 모양은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었다. 맛만 좋으면 되지 하는 생각에 돌돌 말았다. 빵은 구운 즉시 먹는 게 제일 맛있다. 빵이 오븐에 구워지는 동안 얼른 스위스 버터를 만들었다. 핸드 믹서기가 있으니 힘이 안 들어도 버터와 재료들이 잘 섞였다. 그렇게 완성된 스위스 버터를 미리 만들어놓은 빵에 발라 먹으니 진짜 맛있었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하나씩 먹었다. 둘째는 정말 맛있다며 한국 빵집 거 보다 더 맛있다고 했다. 이런 칭찬을 들으니 아이들이 음식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할 때 거절을 할 수가 없다. 역시 칭찬은 언제나 들어도 좋다. 그래서 내가 애들 칭찬에 음식을 계속 만드는 거 같다.
나도 오랜만에 크림빵을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독일에서 한국에서 먹던 것들이 슬슬 그리워지기 시작하는 거 같다. 독일에서 사 먹을 수 없는 것은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만들어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