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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Mar 28. 2022

삼겹살에는 파절임이지!

  나는 한국에서 직장 근처의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서 퇴근한 적이 꽤 많았다. 고기도 싸고 신선했지만 인심 좋은 사장님이 파절이도 같이 해 먹으라고 항상 끼워주셨다. 그때는 아이들이 어려서 파절이를 해도 나랑 신랑만 먹었었다. 한국은 마트를 가도 파절이를 따로 팔기도 했기 때문에 독일에서 느끼는 거처럼 파에 대한 소중함을 잘 몰랐었던 거 같다.

  독일에 오고 처음에는 고기 코너에 스테이크가 많이 진열되어 있어 스테이크를 사 먹었었다. 그러나 역시 사람은 익숙한 맛이 항상 그리운 거 같다. 이젠 고기 코너에 목살이나 삼겹살이 있으면 얼른 집는다. 우리 동네 근처 매장에는 삼겹살은 아예 없고 목살도 많이 없다. 대부분 닭고기나 스테이크, 햄버거용 고기 등이 많다.  우리 가족이 삼겹살이 먹고 싶은 날은 우리 동네 역 근처 마트까지 가야 한다. 내가 20분씩 걸어서 마트까지 가서라도 사는 이유는 독일에서 느끼는 삼겹살의 맛은 더 맛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삼겹살을 구워 먹다 큰 애가 "엄마. 고기를 먹을 때 파절이가 있으면 좋겠어"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사실 독일에 와서 큰 애는 그렇게 쌈장도 찾는다. 한국에서는 먹지도 않았었는데... 나는 한국에서는 먹지도 않다가 독일에 와서 웬 파절이를 찾나 싶었다. 한국에서 천정 엄마가 파김치를 해서 주시면 큰 애는 파김치는 잘 먹었었다. 매운데 꽤 잘 먹었던 거 같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점심이 서양식으로 나오니 꽤 느끼했던 모양이다.

  나는 큰 애의 말을 듣고 다음 날 동네 마트로 향했다. 사실 나는 한국에서 파를 사도 파절이를 해서 먹지는 않았었다. 고깃집에서 파절이를 얻으면 양념만 무쳐서 해봤지, 파를 사서 적극적으로 파절이를 해서 냉장고에 넣어놓지 않았었다. 직장을 다니다 보니 시간을 줄이기 위해 나는 항상 미리 파를 많이 사서 잘게 잘라 국거리용으로 냉동해놓곤 했었다.

독일 마트 야채 코너.. 나는 주로 양배추와 파를 즐겨 산다.

  큰 애의 파절이가 먹고 싶다는 이후 파를 더 즐겨 사게 되었다. 파절이에 진심이 되었다. 처음 독일에 왔을 때 파 하나의 가격은 0.49 EURO였는데 지금은 0.59 EURO이다. 독일은 한국처럼 비닐에 넣어서 파는 것이 아니라 낱개로 하나씩 판다. 독일 파는 한국 파보다 좀 크고 센 느낌이다. 뿌리 부분은 잘라서 말려 육수를 낼 때 사용하고 중간을 잘라 파절 이용으로 자른다. 초록색 부분은 너무 크고 강해 파절이를 하려고 자르다가 손을 베일 염려가 있다. 초록색 부분은 국거리용이나 찌개 용으로 쓰면 된다.  생각해보니 파는 버릴 게 없다.

  나는 파의 중간의 흰색과 연두색 부분을 둥글게 말아 열심히 자른다. 그러다 보면 눈에서 눈물이 나와 이제는 안경을 끼고 자른다. 그렇게 자르다 보면 일주일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이 나온다. 파절 이용으로 자른 파를 물에 5분에서 10분 정도 담가놓았다가  간장, 식초, 꿀, 고춧가루 등을 넣고 미리 만든 양념장에 담가놓으면 맛있는 파절임이 된다. 언제 먹어도 파절이는 맛있다.

  

파는 버릴 게 없다.
간장과 식초, 고춧가루 등을 넣고 버무리면 맛있는 파절임이 된다.


  신기하게 독일에 와서 이젠 둘째까지 파절이를 먹게 되었다. 큰 애처럼 한 번에 많이 먹지는 못하지만 두 세줄씩 먹는다. 아이들이 이제 파절이를 먹을 나이가 된 건지 한국의 익숙한 밥상이 생각이 나서 열심히 먹는 건지 모르겠다. 덕분에 나의 파절이 양념 솜씨도 같이 늘어만 간다.  오늘도 점심으로 파절이에 삼겹살을 먹었더니 꿀맛이다. 독일에 있지만 삼겹살에 파절이를 먹는 순간 우리는 한국에서 밥을 먹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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