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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Apr 07. 2022

한국인에게 김치는 사랑이다.

독일에서 느끼는 김치사랑

   어느 날 아이들과 밥을 먹는데 큰 애가 갑자기 나에게

" 엄마. 짜파게티를 먹다가 짜파게티랑 파김치랑은 먹으면 안 돼."라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왜?"라고 하자 큰 애가 "아빠가 그러는데 너무 맛있대. "라고 말을 해줬다. 순간 빵 터졌다.

"맞아. 진짜 맛있어. "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 큰 애가 파김치가 먹고 싶다고 했다. 사실 큰 애뿐 아니라 나도 파김치가 먹고 싶어졌다. 독일에 와서 아이들에게 독일 음식에 익숙해지자고 했지만 나 역시 한식이 제일 맛있고 그립다. 그러니 독일 마트에서 재료를 찾아 한식으로 요리를 해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파김치를 쪽파로 하는데 독일 마트에서 나는 쪽파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번역하면 양파 속(Lauchzwiebeln)이라는 쪽파보다는 조금 두꺼운 파 모양은 본 적이 있었다.  한국 배추는 없지만 여기 배추로 김치도 담가먹는데 파김치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그러나 파가 두꺼워 맛이 없으면 어떡하지 하나 싶다가도 맛없으면 내가 다 먹으면 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의 4월 날씨는 일주일 내내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눈도 내린다. 이번 주 내내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나가려면 아직도 겨울 잠바를 입고 나가야 한다. 오늘은 우산도 챙겨서 나갔다. 바람이 너무 불어 나가지 말까 했지만 그럼 내일도 하기 싫어질 거 같아 얼른 옷을 입고 나갔다.

  나는 한동안 독일어 공부를 한다고 집에만 있었더니 내 체질에 맞지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하루에 만 오천보 이상을 걸어야 하고 엘리베이터도 안 타고 걸어 다녔던 성격이었다. 한시도 잠념이 있으면 안 되는 성격이었다. 들리지도 않는 독일어 공부를 하며 많이 위축되고 너무 정적여진 거 같아 다시 적극적으로 살아보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독일의 파는 묶음으로 판다. 한 묶음에 0.95Euro이다.

  나는 보통 마트갈 일이 있으면 아이들이 학교를 가면 그 시간에 바로 나간다. 그래야 채소도 많고 사람들이 적다. 요즘같이 독일물가가 밀가루와 오일이 없는 상황에서 일찍 가야 밀가루를 하나라도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마트에 가서 Lauchzwiebeln을 7개 묶음을 집었다. 내가 7묶음을 집으니 5개가 남았다. 차마 다 갖고 올 수는 없었다. 계산을 하는데 점원이 7개나 사냐는 듯한 표정을 짓길래 나는 sieben(7)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계산을 하고 나왔다. 집에 와서 파를 다듬고 너무 두꺼운 것은 반을 잘랐다. 다듬어 보니 쪽파랑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사전에 유튜브에서 음식 고수들의 파김치 만드는 법을 습득했다.

  나는 독일에 와서 벌써 김치를 3번 담가먹었었다. 아이들이 김치를 너무 잘 먹어주고 심지어 둘째는 김치전와 김치찌개를 너무 좋아한다. 아이들의 김치 사랑 덕분에 나의 실력이 나날이 늘고 있다.

  찹쌀가루를 사놓은 게 있어 풀을 쑤고 고춧가루, 생강, 꿀, 액젓을 넣어 양념을 만들었다. 내가 영상을 시청한 음식 고수님은 파김치에 마늘은 안 넣는 게 좋다고 하셔서 안 넣고 생강만 넣었다. 풀물이 조금 잘 못 쒀지긴 했지만 우선 양념장 맛이 좋았다. 역시 멸치액젓이 들어가야 한다. 양념장이 식은 다음 파에 부으니 제법 그럴듯한 파김치가 완성되었다. 이제 잘 익으면 끝이다. 맛있으면 좋겠다.

  

파김치가 잘 익길 바랄 뿐이다.  

  한국에서는 양가에서 때 되면 김치를 항상 얻어먹었다. 내가 직장도 다녔지만 항상 김치를 받다 보니 해볼 생각도 안 했었다. 때가 되면 옆에 사시는 어머님이 김장을 해서 통으로 가득 채워 냉장고에 넣어주시고 냉장고에 김치가 떨어지지 않게 채워주셨다. 엄마도 항상 김치를 새로 하시면 우리 집에 들러서 김치를 주고 가셨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고마운 사랑이다. 그건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독일에 와서 나이 40에 이제 독립 아닌 독립을 하고 있다.

 나도 우리 아이들이 뭘 해달라고 하면 모르는 요리는 유튜브를 보며 배워서라도 하게 되고 그저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우리 부모님들도 그러실 것이다. 나는 파김치 한 통을 담그며 오늘따라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이 생각이 많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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