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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May 02. 2022

치킨엔 피클보단 치킨 무지

익숙한 맛이 제일 맛있다.

 나는 지난주 우리 동네 역 근처 마트에서 주방 세제 가격이 할인된 가격으로 파는 데다 2개를 주면 한 개를 준다는 광고를 보고 얼른 그 마트로 향했다. 독일 마트나 상점의 앱을 깔면 전 주 주말쯤에 할인되는 것을 광고메일을 보내준다. 한 달에 한 번씩 10프로 쿠폰을 주기 때문에 앱에서 다운을 받고 사면 제법 쏠쏠하다. 최근에 독일도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생필품은 할인될 때를 기다렸다가 사면 꽤 기분이 좋다.

  그렇게 나는 기쁜 마음으로 마트에서 주방 세제를 사고 나오면서 근처에 신선한 야채를 많이 파는 터키 마트를 찾아갔다. 야채를 천천히 보다 우리나라 무처럼 생긴 게 내 눈에 보였다. 길이는 한국 무 보다 짧았지만 모양은 정말 똑같았다. 나는 얼른 5개를 집었다. 이미 다른 곳에서 장을 봐서 가방이 무거웠고 우선 5개를 사서 맛보고 맛있으면 더 사 올 생각이었다. 무를 사 오면서 나는 걸어서 터키 마트에 독일 마트, 한인마트까지 다 있는 우리 동네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해외생활을 하다 보니 매사 감사하며 살고 있다.

이날 무랑 매운 고추를 샀다. 앞으로 자주 이용할 거 같다.

  생각해보면 나는 무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던 거 같다. 그러나 독일에선 내가 직접 치킨을 직접 만들어먹다 보니 서서히 치킨무가 먹고 싶어졌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치킨이 먹고 싶을 때 가끔 치킨을 시켜먹었고 같이 배달되어 오던 치킨무를 당연히 맛있게 먹었던 거 같다.

  최근에 깍두기를 담그려고 무를 사려고 갔는데 독일 마트에 무가 없어 사지 못했었다. 독일 마트의 무라고 해봐야 한국 무의 무가 아니다. 길쭉한 단맛이 나는 무이다. 그래도 그것이 있다는 것에도 감사하다. 한동안 배추만 있어 계속 맛김치만 했었다. 독일 마트에는 배추도 작은 4포기 정도만 갖다 놓기 때문에 한 번에 김치를 많이 하지도 못한다. 정말 딱 2통만 나올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맛김치도 자주 하게 된다. 그랬던 내가 무를, 그것도 한국무처럼 생긴 무를 보니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치킨을 먹다 느끼함을 느낄 때 라든지 새콤함이 필요할 때 치킨무는 필수였다. 그러나 나는 치킨무를 만들어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치킨이 튀김이라 치킨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만 해주기 때문에 자주 먹지는 않았었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독일에 와서 나는 치킨을 만들어 먹을 때 피클과 함께 먹었었다. 독일 마트에는 피클을 많이 판다. 그리고 피클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도 않다. 그러다 보니 나도 피클을 사서 먹었다. 그러나 무를 봤으니 이젠 아이들이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하면 무조건 치킨무다. 나는 집에 가면서 "한국무랑 맛이 같으면 좋겠다." 고 속으로 생각을 많이 했다. 치킨무 담글 생각에 혼자 신이 났다.

  나는 집에 오자마자 짐을 얼른 놓고 무 하나를 집고 씻어 한 입 먹어보았다. 내가 찾던 한국 무의 맛이었다. 정말 맛있었다. 나는 얼른 유튜브로 치킨무 만들기 영상을 보고 나머지 무를 깨끗이 씻은 후 얼른 깍둑 썰어 통에 담아두었다. 그리고 설탕, 식초, 소금을 물에 끓여 식힌 다음 무에 부었다. 그리고 하루를 실온에 두었다가 뒷날 냉장고에 넣어 3일이 지나서 먹으니 내가 원하는 치킨무의 맛이 났다. 이 쉬운 걸 왜 그동안 하지 않았을까. 무를 못 찾았으니 할 생각을 안 했던 거 같다.

  독일에서 내가 먹고 싶거나 가족들이 먹고 싶은 게 있거나 하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부지런해야 한다. 나는 독일에서 혼자 열심히 찾아가며 적응하고 살아가고 있다. 물론 아직도 찾아야 할 게 많았다. 올 10월까지 살다 보면 그래도 1년을 살아보면 계절마다 나오는 과일이나 야채를 좀 파악할 수 있을 거 같긴 하다.  

새콤달콤한 치킨무. 역시 익숙한 맛이 제일 맛있다.



   나는 이젠 치킨도 닭다리만 사는 게 아니라 닭날개도 같이 사서 치킨을 만들어본다. 독일은 부위별로 고기를 팔기 때문에 기호에 따라 살 수 있다. 닭날개도 참 맛있었다.

  나는 아이들이랑 치킨이랑 치킨무를 먹으며 둘째에게 엄마가 치킨이랑 치킨무까지 해줄 수 있으니 외국인 친구 00 이를 초대해도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영어 대화가 원활하지 않으면 엄마가 번역기로 찾으면 되고 걱정하지 말라고 까지 이야기를 했다. 둘째는 한 번 이야기해보겠다고 했다.  

  이젠 무를 파는 걸을 알았으니 무생채까지 해볼 생각이다. 터키마트에서 발견한 무 하나에 이렇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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