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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Oct 10. 2021

독일 문구점 적응기

그리운 학교 앞 문구점...

독일의 문구류 가격은 상상초월이다.

  두 아이가 입학할 학교가 정해지고 학교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을 챙겨 오라는 메일을 받고 토요일 문구점으로 출발했다. 한국처럼 학교 앞에 문구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큰 마트에 가야 문구점이 있었다.    메일을 출력을 못해 나는 모르는 것은 문구점 직원에게 물어보기 위해 독일어로 적어갔다. 적다 보니 정말 많은 준비물이 있었다. 둘째는 2학년이고 첫째는 5학년으로 배정이 되어 준비물도 조금씩 달랐다. 독일어 단어들은 왜 이리 긴지 쓰다가 팔이 아플 지경이었다. 문제는 이거 내가 가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되었다. 모르면 부딪혀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나는 문구점에 가서 문구 가격에 충격을 받았다. 예전에 독일에서 지우개가 비싸다는 말은 들었지만 지우개 가격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딱풀이 4천 원 정도 하고 연필 하나의 가격이 3천 원 정도 하니.. 2학년인 둘째는 연필을 16자루나 갖고 오라고 적혀있어 정말 하나하나 담을 때마다 한숨이 나왔다. 연필이 필요할까 한국에서 연필을 갖고 왔으나 여기는 HB 연필을 사용하고 있었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은 4B와 2B였다. 너무 아쉬웠다. 더구나 미술은 수업마다 준비물이 많았다.

  나는 문구점 장바구니에 문구류를 찾으며 담는 동안 한국에서 미리 알았으면 달라졌을까에서부터 딱풀을 많이 사 올 걸까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와중에 아이들과 남편은 1층에서 무슨 말도 안 되는 해리포터 일기장을 특히 가격이 35,000원 정도 되는 걸 갖고 와서는 앞으로 여기서 영어로 일기를 쓰겠다는 둥 정말 나의 속을 터지게 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반드시 영어로 일기를 써야 한다. 내가 반드시 확인할 거야.라고 이야기를 하고 바구니에 담게 했다. 컨테이너에 갇혀있는 다양한 문구류들이 그리워졌다. 특히 초등학교 앞 문구점이 너무 그리워졌다. 문구류는 한국이 천국이었다.


이 두 바구니의 들어있는 문구류가

  모르는 것은 직원에게 물어보고 한국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문구류도 있었다. 준비물이 하도 많아 담다가 땀이 날 지경이었다.

  이 두 바구니에 들은 문구류가 무려 298유로가 되었다. 문구류에 40만 원 넘는 돈을 쓰게 될 줄이야. 영수증도 너무 길었다. 아이들은 계산원이 나중에 사탕을 주자 여기 감기 사탕 한 개씩 들어간 걸 3개를 얻어먹고 좋다고 이야기를 하자 "그래. 많이 먹어라."라고 이야기를 했다.

  집에 가서 일일이 이름표를 붙일 생각에서부터 이 문구점에 없는 문구류는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 것에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건 빙산의 일각이었다. 체육시간과 수영시간에 입는 것도 다 정해져 있어 그것도 사러 가야 한다. 독일은 야채 빼고 싼 게 없었다.





  나의 걱정과 다르게 아이들은 학교를 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문구류를 하나씩 보며 마음에 들어 하고 집에 와서 당장 이름을 붙이고 학교 갈 준비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아이들이 저리도 행복해하니 나도 기분이 나아졌다.  그래도 오늘은 한국의 학교 앞 문방구가 너무나 그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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