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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Oct 07. 2021

각자도생

"각자가 스스로 살 길을 도모한다."

  남편의 주재원 발령으로 인해 2021년 9월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출국을 하게 되었다. 2개월 전부터 나름 꼼꼼하게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단순히 한국에서의 이사가 아니라 해외로 가는 것이라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더구나 코로나로 인해 건강도 챙겨야 하고 준비할 게 정말 많았다. 나도 다니던 직장에 휴직을 신청하고 인수인계하는 등 바쁜 일정을 마무리되고 나서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한국에서 이삿짐을 독일로 부치고 나서 저녁 8시에 벤을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아이들은 피곤했는지 잠이 들었고 공항으로 가는 길 내내 계속 비가 내렸다. 서울에서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아쉽게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 아이에게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 생활을 하러 가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아빠는 가서 독일회사에서 적응해야 하고, 엄마도 가서 독일어를 배워서 일상생활이 가능해야 하고 너희는 학교에 가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고 이야기를 했다. 평소 독립적으로 두 아이를 키우려고 노력을 했지만 막상 이렇게 이야기를 해놓곤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큰 아이가 잘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이야기를 하며 오히려 나에게 엄마가 독일어도 잘할 수 있을 거 같다며 응원을 해줬다. 우리는 캡슐호텔에서 하룻밤을 묶고 독일행 비행기를 탔다.

 각자 가방에 자신의 노트북과 하루 정도 입을 옷, 한국에서의 추억의 인형들을 하나씩 가방에 넣고 메도록 했다. 무겁다고 투덜대는 아이들은 없었다. 각자 자신의 가방을 메고 척척 걸어갔다. 특히 둘째는 운동복이라고는 입지 않는 스타일인데 비행기에서 편하게 입어야 한다고 운동복을 주니 군말 없이 운동복도 입었다.


 10시간 30분의 비행이 끝나고 독일 푸랑크프르트 공항에 도착을 하고 나서야 독일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가을바람이 우선 오후 12시에 출발을 했는데 여기 도착하니 낮 4시 30분이었다. 공항의 모든 서비스가 무료인 우리나라와 다르게 카트 하나 사용하는데 1유로를 내야 하는 것에서부터 독일과 한국의 다른 점을 생각하게 되었다. 미리 얻은 우리 집으로 짐을 가는 택시를 잡는 것에서부터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기만 했다.




  한국에서 갖고 온 짐이 생각보다 많아 큰 아이도 짐을 끌어야 했다. 키가 작아 앞이 잘 안 보였지만 나랑 남편도 하나씩 끌어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 옆에서 둘째가 방향을 이야기해주고 큰 아이가 열심히 끌고 공항 밖으로 나갔다.

 미안한 마음과 키는 작지만 아주 당차고 야무진 큰 딸이 밖으로 남편이 택시를 잡는 동안 동생을 돌봐주는 모습에서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독일 집으로 와서 모든 짐을 풀고 나서야 나의 마음도 한시름 놓였다. 앞으로 한국에서 짐이 오려면 3개월이 걸린단다. 어설픈 독일어지만 핸드폰을 찾아가며 현지인들과 어울려 살아봐아겠다. 강한 엄마로 생산적인 아내로 4년 동안 최선을 다해봐야겠다.


우선은 폭신한 침대에서 한 숨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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