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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Oct 28. 2021

둘째의 학교 적응기

Let's go!! Ok!!

  우려했던 것과 달리 아이들이 독일에서 학교를 잘 적응하고 있다. 오늘은 학교에서 할로윈 파티를 한다고 엄청 신나 하며 학교를 갔다. 이젠 나보고 아침에 문밖에 안 나와도 둘이 나가서 차를 타겠다며 씩씩하게 인사를 하고 나간다.

  사실 큰 애는 성격이 워낙 씩씩하고 어디 가서도 잘 적응을 하는 편이라 걱정을 안 했는데 둘째는 완벽주의 성격에 꼼꼼하고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성공적으로 해내려는 성향이 강한 아이라 독일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은 첫날은 너무 재밌었다고 이야기를 하더니 등교 이틀 째 되던 날 둘째는 집에 와서 외국인 친구와 단짝이 되었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대견하고 신기해서 바로 외국인 친구를 사귄 둘째에

"대단하네. 그 친구 이름은 뭐야? 어느 나라에서 왔대?"

"이름은 00이고, 금발머리에 눈도 예쁘고 다 예쁘다고 예뻐.  근데 00이가 나도 예쁘대. 근데 어느 나라에서 온 지는 몰라. 안 물어봤어."

"그럼 내일 물어봐. 어느 나라에서 왔다고 물어볼 수 있잖아"

"응. 알았어"라고 둘째가 대답을 했다.

 사실 처음에 독일에서 친구들에게 자기 소개할 내용을 적어가며 큰 애랑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고 하는 형식으로 연습을 많이 했던 터라 자다가도 나올 정도로 할 수 있는데 왜 말을 안 하지 궁금하기도 했다.  


뒷날 학교 끝나고 집에 온 둘째에게

"외국인 친구는 어느 나라에서 왔대?"라고 하자

"몰라. 안 물어봤어. 금발머리니까 유럽이나 미국 아닐까? 엄마 나 너무 배고파. 빨리 밥 줘."

라고 이야기를 했다. 배가 고프다고 해서 아직 학교 밥이 적응이 안 된 건지 밥을 다 안 먹은 거지 궁금했다.

둘째에게

"점심 안 먹었어?, 아님 밥이 맛이 없어?"라고 묻자

  둘째는 먹었는데 친구가 밥을 빨리 먹는다고 했다. 친구가 밥을 다 먹고 Let's go를 하면 둘째가 ok라고 하고 밥을 그만 먹고 나가서 놀거나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둘째는 밥을 빨리 먹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외국인 친구들은 밥을 빨리 먹는다고 했다. 만약에 자기가 ok라고 안 하면 그 친구가 Why?라고 물어볼 거고 그럼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복잡해질 거 같아 ok라고 하고 밥을 그만 먹는다고 했다.

  걱정이 된 나는 둘째에게 친구들 말은 알아들어? 라고 하자 말은 다 알아듣고 대답을 한다고 했다. 근데 왜 밥을 더 먹는다고 이야기를 못해 라고 이야기를 하자 그럼 길게 설명해야 하니까 계속 질문이 들어오면 대답을 해야 하니까 복잡해질 거 같다고 했다.


  큰 애는 나랑 둘째가 하는 이야기를 한참 밥을 먹으며 듣고 있다가 한마디를 했다.

"엄마. 간식시간에 내가 카페테리아에서 둘째를 매일 보는데 그 친구랑 둘이 맨날 붙어 다니더라고. 알아들으니까 같이 다니겠지. 걱정하지 마. 그리고 둘째에게 너도 말할 수 있으니까 해봐. 나도 영어로 계속 말을 하고 다니는데 하면 늘어. "

큰 애의 한마디에 둘째는 알았다고 했고 나도 걱정을 한시름 놓았다. 사실 큰 애는 방과 후가 끝나고 둘째를 데리고 같이 스쿨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에 둘째가 놀이터에 없으면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며 동생의 이름, 반 등을 말하며 찾아다닌다고 했다. 그래서 이젠 영어로 물어보는 것에 어려움이 없어졌다고 했다.




  며칠 뒤 둘째가 학교를 다녀오며 즐거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했다.

"내 친구는 오빠가 몇 명 있대. 오빠들 나이도 이야기해줬어. 그리고 이젠 나도 밥을 빨리 먹어서 같이 다 먹고 놀았어" 그러면서 그린 그림을 보여줬다.

  생각해보면 나도 독일 마트 가서 스티커북에 붙일 스티커 하나 달라고 하는 것도 말하기 어려워서 버벅대고 연습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한국에서 이제 1학년 반학기 다니고 온 둘째가 이 정도 알아듣고 친구들이랑 사귀고 노는 걸 보면 대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카페테리아에서 첫째가 둘째를 만나면 둘째가 간식을 다 먹었는지 선생님한테 숙제를 냈는지 만나면 확인까지 한단다. 고마운 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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