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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Nov 15. 2021

독일 마트 역세권

마트 자부심

  운전을 못하는 나를 배려하여 집을 구한 남편 덕분에 10분을 나가면 마트, 또 걸어가면 또 마트, 또 마트가 나오는 마트 천국인 동네이다. 지하철 역 근처에도 독일 유명 마트는 다 있다. 이미 난 해당 날 세일을 파악하고 핸드폰 앱에서 쿠폰을 다운로드하여 할인권으로 물건도 산다. 여기 와서 비타민도 20% 쿠폰을 다운로드하여 샀다. 물론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미 이런 마트는 섭렵한 지 오래다. 심지어 우리 동네는 걸어서 한인마트도 나오고 터키 마트도 많다. 지난번 학교 엄마들을 만났을 때도 우리 동네를 설명할 때 마트 역세권이라고 자랑을 했다. 말하면서 나도 참 웃기다.


  여기서 내가 나가서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버스회사에 전화해서 아이들 스케줄을 이메일로 보냈으니 확인해달라는 것과 마트에 가서 물건이나 가격을 물어보는 것이다. 물론 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파파고로 연습을 하고 말을 하는데 알아들을 때 너무 기쁘다. 물건을 찾다가 못 찾으면 연습을 하고 판매원에게 물어보고 물건을 산다.

  나는 이번에 역 주변에 아주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파는 터키 마트를 발견해냈다. 그쪽으로는 아직 도전해보지 않은 쪽이라 안 걸어가 봤는데 이번에 도전하다 찾은 곳이다. 독일 마트에 없는 야채들이 많았는데 거기서 청양고추를 찾아냈다. 나도 모르게 영어로 맵나고 물어봤다. 알아들은 아저씨가 매우 맵다고 이야기를 해서 얼른 비닐봉지에 잔뜩 담았다. 청양 마요 소스가 너무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독일에 와서 매콤한 게 먹고 싶은데 뭔가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가 청양고추를 발견하고 너무 신났다. 가격도 괜찮았다. 20분 걸어오지만 걸어와서 사야겠다는 굳은 다짐까지 할 정도로 신선하고 매웠다. 운전을 못하는 나에겐 이런 마트가 주변에 있는 게 얼마나 고마운 줄 모른다. 독일은 지하철이 없는 곳이 많아 운전이 필수인 나라에서 걸어서 마트를 다닐 수 있는 건 행운이다. 지난번 금요일엔 걸어서 대형 마트에 가서 냄비까지 샀으니 우리 동네는 마트 역세권이다.


우리 동네에서 중국인 마트도 찾았다. 없는 게 없다. 앞으로 자주 이용할 거 같다.


   독일에 와서 고기나 야채는 자주 사 먹었는데 해산물은 잘 해먹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처럼 생선을 파는 마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가족과 함께 토요일 동네 구경을 나갔다가 중국인이 운영하는 아시아마트를 발견했다. 우리 가족은 동네 구경도 할 겸 주말에 계속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큰 애가 엄마 여기 아시아마트가 있다며 알려줬다. 한인마트에 터키 마트까지 있는 동네에 살아서 자부심이 있었는데 중국인 마트까지 발견을 하다니... 중국인 마트에 갔더니 없는 게 없었다. 반가운 한국 물건들도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냉동 해산물을 잔뜩 샀다. 앞으로 여기는 해산물이 먹고 싶을 때 오기로 했다. 해산물도 잔뜩 사고 기쁜 마음에 남편과 아이들과 걸어오는데 멀리서 천막이 보였다. 장이 열린 것이다. 독일 와서 장이 열린 건 처음 본다. 조그만 광장에 과일, 야채, 소스, 빵 등을 파는 장이 열린 것이다. 과일도 신선하고 빵도 맛있어 보였다.  우리는 여기서 석류를 3개에 3유로를 주고 샀다. 비가 와서 우산을 쓰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마트를 발견하고 먹고 싶던 것들을 사고 오니 오는 발걸음이 신났다.

우리는 이날 석류를 3유로에 3개를 샀다. 사실 옷도 도전하고 싶었지만 독일인들은 키가 커서 내 다리에 맞는 바지가 없었다.

  집에 와서 해물 스파게티를 해 먹었다. 마늘과 파를 올리브기름에 달달 볶아 해물을 잔뜩 넣은 스파게티라... 너무 맛있었다. 한국에선 바쁘다는 핑계로 그렇게 음식을 많이 못해먹었는데 여기와 서는 매일 요리를 연구하고 있다.

  석류를 까다가 혹여나 흰 벽에 튈까 봐 세상 조심히 석류를 까다 어깨가 결려 고생도 했다. 아이들에게 석류는 우리 집에서는 먹는 건 아닌 거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은 석류는 포기할 수 없다며 엄마가 조심히 까달라고 부탁을 했다. 나는 알았다고 했다. 그대신 벽에는 묻히면 안된다고 이야기했다.

  


  독일에 온 지 46일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우리 동네서 많은 마트를 발견했다 자부했는데 이제야 중국인 마트를 발견했듯이 앞으로도 내가 알지 못한 것들이 많아 찾으려는 적극성을 보여야겠다. 독일의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싶다. 아직도 알아갈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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