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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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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Oct 07. 2021

아무것이나 주워 먹지 말아야 한다.

침엽수와 밤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독일에 온 후 첫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동네도 구경하고 아는 독일어 단어도 발견하러 동네 나들이를 시작했다.

  독일은 평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절대 떠들면 안 되고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도 조용해야 하며, 특히 일요일이나 공휴일은 잔디도 깎으면 안 된다고 하니 일요일은 평일의 고요함을 이긴 적막감이 돌았다. 특히 우리가 이사 온 프랑크푸르트 지역은 다 주택단지라 그런지 더 고요했다.


나와있는 사람이 없다.

  한국에서 주말부부로 하루하루 시간에 쫓기며 육아와 일을 병행하던 나로서는 이러한 고요함이 그동안 느끼지 못한 평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더구나  나를 아는 사람들이 없는 독일에 있다 보니 마음이 더 한결 편해졌다. 그래서일까 그냥 지나다니는 다람쥐도 귀엽고 꽃도 예쁘고 비가 조금씩 내려도 그냥 맞으며 걸어갔다. 그래서일까 잔디에 엄청 많이 떨어져 있는 밤에 대한 거부감이 없이 주워서 쩌먹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나 보다. 인터넷에서 밤을 찌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찾아보고 쪄먹어 봤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맛이 나서 한 번 뱉고 양치를 하고 다시 한번 내가 입맛이 이상한가 하고 다시 먹다가 다 토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건 밤이 아니라 침엽수 열매였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산에  떨어져 있는 밤도 안 주워 먹고 사 먹는데 11시간 비행을 하고 와서 침엽수 열매를 먹고 죽으면 너무 억울한 일이 아니가! 우리 아이들은 내가 죽을까 봐 걱정하고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  


  독일에 와서 5일 만에 침엽수를 먹고 죽다 살아난 나는 이제 떨어져 있는 것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역시 나는 긴장을 놓고 살면 안 되는 팔자인가 보다. 일요일 이후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마트를 갈 때 침엽수가 떨어져 있는 그 자리를 가면 왜 독일 사람들이 안 먹는지 이제 이해가 간다.


  이젠 절대 떨어져 있는 것은 주워 먹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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