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일생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 Oct 08. 2021

내가 사용한 물건들이 깨끗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것은.

분리수거의 긴장감

   가족과 함께 독일로 온 후 8일 차에 접어든 나는 이제 어느 정도 독일의 고요한 아침과 따스한 햇살의 오후, 금세 어두워지는 저녁에 적응을 했다지만 아직도 독일어와 함께 나를 긴장하게 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분리수거이다.


  평소 분리수거를 잘한다고 자부한 나로서 독일의 분리수거는 버릴 때마다 긴장의 연속이었다.

  독일 입국 후 만난 부동산 거래를 해주시는 분이 말씀으로는 독일은 분리수거 날짜가 정해져 있고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가져가지 않고 안 가져간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이 와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고 이야기를 하시면서 특히나 음식물 쓰레기를 조심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특히나 걱정이 많은 나로서는 매번 정리를 할 때마다 분리수거에 대한 쓰레기 나누는 방법을 읽고 또 읽고 확인했다.


  독일의 우리 지역은 검은색 뚜껑은 'Restdfall'라고 하여 일반 쓰레기를 버리는 곳으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것들이 들어간다.

  갈색 뚜껑은 'Bioafall'이라고 하여 플라스틱류가 아닌 신문지나 쓰레기봉투를 마트에서 구매하여 버려야 한다. 이 봉투도 종류가 워낙 많아 어느 것이 맞는지 파파고를 켜서 마트 직원에게 물어보고 구매했다.  

  노란색 뚜껑은 'Gelber Sack'이라고 리싸이클 봉투로 알루미늄 용기, 청소용품 용기 등을 버리는 곳이며 마지막 녹색 뚜껑은 'Altpapier'로 종이류이다.

  내가 제일 마음이 편하게 버리는 곳이 녹색 뚜껑이다. 종이류만 버리기 때문에 크게 부담은 없는데 예를 들어 테트라 재질로 되어 있는 것은 버리면 안 된단다.

  독일은 비가 자주 와서 독일일 온 지 일주일 동안 비가 2번 이상 내렸다. 이번에 종이류가 너무 많이 나와 뚜껑을 넘어서까지 채워지자 종이가 젖을까 물이 들어가지 말라고 큰 비닐을 덮어주었다.

  

  나는 분리수거 일정표를 보며 우리 지역의 음식물쓰레기를 가져가는 날은 10월에 2번, 일반 쓰레기는 3번, 비닐류는 3번 종이류는 2번만 표시가 되어 있어 음식물쓰레기에 벌레가 꼬이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서부터 페트병과 비닐은 같이 버려야 하고.. 한국의 경우 내가 살던 동네는 월요일과 목요일만 분리수거를 했기 때문에 동 입구로 각자의 쓰레기를 버리기 때문에 누가 무엇을 버렸는지 몰랐지만 여기는 누가 봐도 우리 집이고 심지어 독일은 모든 서류들이 우편함으로 오기 때문에 이름까지 밖에 쓰여있기에 분리수거며 쓰레기가 내가 버린 것을 다 알 수 있다는 점이 생각보다 부담으로 다가왔다. 물론 가져가시는 분들은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일을 하실 것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분리수거에 최선을 다하자!'였다. 누가 들으면 웃을 수도 있지만 괜히 잘 정리 안 했다가 안 가져가면 독일어도 못하는데 가져가 달라고 전화를 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니 말이다.

  나는 사용한 비닐을 깨끗이 씻어서 모으고 아이들에게도 음식은 절대 남겨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플라스틱도 재활용이 되는지 안되는지 표시를 보고 버리고 분리수거를 할 때마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하고 버리고 나서야 "아. 이 정도 하면 충분하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독일은 아침에 해당 날짜에 쓰레기 FES라고 쓰인 차가 돌며 쓰레기를 가져간다. 차가 커서 특유의 큰 차 소리가 들리면 나는 큰 딸 방 창문으로 가 커튼 뒤에서 우리 쓰레기가 선택을 받았나 확인을 했다. 아저씨들이 쓰레기통을 가져가서 통이 비워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마음의 안심과 함께 다음번에도 이 정도 하면 가져가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아직은 8일 차 적응을 하는 중이라 모든 것이 긴장되고 조심스럽지만 오늘까지 분리수거 통이 모두 비워지고 나서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독일에서의 일주일 동안 분리수거의 긴장감과 함께 중요성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조금 더 적응하면 이젠 설명서를 안 보고도 편하게 버릴 수 있는 날이 올 거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것이나 주워 먹지 말아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