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일생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 Nov 11. 2021

나의 만능가방

독일에서 쌀 사 먹기

  나는 아직도 독일 마트를 가면 긴장이 된다. 가서 말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계산을 할 때가 떨린다. 물건을 사고 페이* 카드를 적립해야 하는데 순간 가방에 물건을 넣다 보면 바로 결재가 되고 영수증이 나오면 적립이 안된다. 처음에 적립카드를 만들고 엄청 좋아했는데 적립 방법을 몰라 고생을 하다 이제는 제법 적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젠 계산이 시작되면 바로 적립카드를 대고 앱을 켜서 포인트도 넣고 한다. 뒤에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있기 때문에 다 나를 쳐다보는 거 같다. 적립이 늦게 되어해 달라고 이야기를 하면 스팻 이라고 늦었다는 독일어로 Nein.(아니오)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럼 나는 Danke.라고 이야기를 얼른 산 물건을 가방에 넣고 나온다.

  


  

쌀만 먹기 그래서 현미까지 구입했다. 이 쌀을 사기 위해 한인마트를 2번을 왔다 갔다 했다.

  독일에서는 1유로, 2유로가 동전이라 계산원이 합산된 금액을 이야기할 때 센트까지 이야기를 하니 사실 카드결제가 제일 편하다. 동전을 냈다가 세기 시작하면 뒤의 눈초리가 따갑다. 문제는 독일에서는 항상 카드를 넣고 핀번호 4자리를 입력한다. 이 번호가 틀리면 결재가 안된다. 오늘 내가 항상 외우고 다니는 핀번호에서 마지막 4번째 자리가 틀렸다. 사실 틀리고 나서야 내가 틀린 줄 알았다. 3번을 틀리고 나니 계산원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더니 Nein.(아니오)을 계속 외쳤다. 겔트로 하겠다고 하고 현금을 내고 나왔다.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핀번호가 틀려서 도둑으로 몰리면 어떡하지? 바보같이 마지막 자리를 잘 못 누르다니... 걱정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내 카드가 있지만 독일에서는 내 카드가 없다. 남편 카드다. 먹을 거를 사고 18유로 내는데 이 애를 먹다니... 나도 참 한심하다 싶었다.

  집으로 오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혹시 카드가 핀번호 3번 틀려서 정지되면 어떡하지? 걱정이 되었다. 다른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고 결재를 해보고 싶었는데 다 독일어라 이 상황에 대해 내가 설명할 수 없으니 쌀을 살 때가 되어 한인마트로 향했다.

  지난번 터키 마트에 가서 쌀이 있나 보러 갔는데 쌀은 있는데 현미쌀이 없어 현미쌀은 한인마트에 가서 사야겠다고 생각했던 참이었다. 토요일 살 걸 미리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현미쌀을 고르고 카드를 내밀었다. 혹시 결재가 안 되면 한인이기 때문에 내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할 수 있었다. 카드결제가 되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핀번호 틀렸다고 카드가 정지되고는 아닌 모양이었다. 이제 문제는 9kg 쌀을 가져가는 거였다.

  나는 항상 여기서 큰 가방을 메고 다닌다. 카키색 잠바에 자주색 가방이라니.. 나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 괜찮다. 가방에 쌀을 넣고 걷기 시작했다. 사실 좀 많이 무거웠다. 근데 카드결제가 되니 기분이 좋아 사실 무거운 줄도 몰랐다. 집에 와서야 어깨가 나가는 줄 알았다.

  아직은 독일에서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받고 있어서 혹시 나의 실수가 크게 될까 위축이 된다. 독일에서 한 달 살면서 사실 쉬운 게 없었다. 거의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니 스트레스도 많았다.

  현미쌀을 사고 오다가 이왕 현미쌀 산 김에 쌀도 사야겠다고 싶어 현미쌀을 집에 두고 다시 쌀을 사러 갔다. 쌀도 9kg라 무거웠다. 그래도 집에 와서 부엌에 두니 마음이 든든하다. 아이들이 한국에서는 밥을 그렇게 잘 안 먹었던 거 같은데 독일에 와서 밥을 잘 먹는 거 같다. 그래도 잘 먹으니 다행이다. 모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나의 쇼핑 만능가방. 이 가방만 있으면 웬만한 짐이 다 들어간다. 9kg 쌀 하나가 거뜬하다. 단, 어깨가 아프다.


  나는 쌀을 부엌에 내려놓으며 그래도 큰 가방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부탁하지 않고 나 혼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우울한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버틸 수 있다. 나의 기분이 아이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나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나의 큰 가방이 있는 것도 감사하고 이 덕분에 쌀을 2개나 지고 오고 카트 결재도 해결되고 이래저래 감사한 하루다. 근데 당분간 무거운 물건을 드는 건 줄여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사용한 물건들이 깨끗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것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