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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Nov 10. 2021

독일에서 비자 신청하기

동전과 사진의 중요성. 그리운 한국 사진관

  우리 가족은 독일에 온 지 40여 일이 지나서야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 외국인청에 갔다. 비자 신청이 워낙 많은 데다 한 번 날짜가 밀리면 다음을 기약해야 하기 때문에 긴장이 되었다. 지난번 주민등록을 하러 주민센터 같은 곳에 갔을 때 외국인청에 가면 독일어 수업을 찾아볼 수 있을 거라는 대답을 듣고 비자 신청을 하고 독일어 수업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독일은 영어를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독일어를 쓰기 때문에 독일어가 능통한 분이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다행히 회사에서 비자 신청을 도와주시는 직원 분이 계셨다. 윈터 타임이라 8시 예약을 잡고 우리는 직원분 집 근처로 출발했다. 회사 직원을 만나고 한참 이야기를 하다 여권사진 있으시죠?라고 하는 게 아닌가. 한국에서 갖고 왔으나 지금은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와 아이들은 여권 사진이 있었고 남편은 하나 찍어야 하는데 우리 동네 역에 사진관이 있는데.. 어제 주말에 그 옆을 지나왔는데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에서부터 나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회사 직원분은 괜찮다며 가서 사진기가 있으니까 거기 가서 찍으면 된다고 했다. 그래. 4년 살 건데 얼굴 이상하면 어떠냐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살짝 걱정은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진을 찍기 싫어하는 큰 애는 찍기 싫다고 했고 둘째는 지금 머리를 풀러야 예쁘게 나올 거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큰 애에게 차마 큰 소리로 뭐라고 할 수는 없고 차 안에서 눈에 힘을 한 번 팍 주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래야 네가 누군지 안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우리는 비자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2층에 사진을 찍으러 즉석사진 기계로 갔다. 현금만 되는 것인데 현금도 동전만 되는 것이다. 사진은 한 사람당 8유로였다. 나에게 20유로 지폐와 1유로 동전 몇 개, 직원 분이 6유로를 빌려주고 나는 큰 애에게 5유로를 빌려달라고 했다. 그래야 32유로가 된다고 하니 큰 애는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토스트를 먹어야 한다며 안된다고 했다. 나는 큰애에게 비자 신청만 되면 은행 가서 뽑아줄 테니까 빨리 달라고 했다. 어제 현금으로 아이스크림만 안 사 먹었어도 되는데.. 유로는 1,2유로가 동전이라 사실 한국에서 카드만 쓰던 나는 동전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그래서 거의 동전이 생기면 동전부터 사용하는데 여기서는 동전으로 32유로나 있어야 하다니.. 쉬운 게 하나 없었다.

  나는 우선 동전을 넣으며 큰애 보고 사진을 찍으라고 했지만 절대 먼저 안 찍는다고 해서 내가 들어갔다. 6유로까지는 겨우 들어갔는데 2유로가 안 들어갔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남편은 계속 잔돈 바꾸는 기계에 20유로를 동전으로 바꾸려고 하고 나는 2유로가 안 들어가고 근데 화면에 비친 내 모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화면을 보고 있노라니 그냥 안 찍고 내일 온다고 이야기를 부탁할까? 에서부터 이 모습으로 4년을 살 수는 없을 거 같다는 생각부터 머리가 복잡했다. 근데 또 내일 다시 아이들과 오려면 학교에 메일을 보내야 하고 전화를 하고 스쿨버스에 메일을 쓰고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사실 이 모든 상황이 오늘로 마무리짓기를 바랐다. 그러나 우리의 선택은 비자 담당 직원에게 가서 일정을 다시 잡는 것이었다. 사진 기계가 고장이고 돈이 안 들어가니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고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그럼 사진은 남편만 찍으면 되고 나와 아이들은 한국에서 찍은 고운 여권사진으로 제출하면 된다.

  우리는 나오면서 기계가 고장 났다고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줬다. 우선 6유로 낸 돈이 안 나와 고장 났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뒤에 기다리던 터키 아저씨가 사진을 찍으러 들어갔다.


   우리는 1층으로 가서 비자 신청 직원에게 우리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정말 착한 담당 직원이 알았다며 내일 응급으로 잡아주겠단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예약을 잡기가 어렵단다. 정말 착한 분이었다. 우리는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고 나오려는데 아까 우리 뒤에 있던 터키 아저씨가 6유로를 주면서 자기는 사진을 찍었다고 우리에게 6유로를 줬다. 그렇다. 사진 기계는 8유로는 프리미엄, 6유로는 일반이었다. 6유로도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20유로가 동전으로 바뀌지 않아 그냥 내일 오기로 했다.

  남편은 우선 동전 6유로가 있으니 여기서 찍고 오겠다며 2층으로 올라갔다. 한 5분 지나서 사진을 들고 내려왔는데 정말 사진을 안 찍힌 게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내일 여권사진을 반드시 갖고 와야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게 했다.

  사실 나는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살았는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미리 한 번 더 확인을 할 걸.. 지난번 주민 등록하러 갈 때도 여권사진을 챙겨갔는데.. 정작 중요한 순간에 여권사진을 놓고 오다니... 탄식과 후회로 머리는 복잡했다. 그리고 항상 소액으로 현금도 들고 다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날이 되어 우리는 다시 같은 코스로 출발하여 우여곡절 끝에 비자 신청을 완료했다. 간이로 비자신청서가 우선 나왔고 6주 뒤에 우편으로 집으로 발송된단다. 이젠 정말 독일에서 살아도 된다. 나는 사실 멀리 아이들과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에도 여권을 들고 다녔다. 언어가 안되니 내가 누군지를 설명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젠 비자 신청이 완료되었으니 나의 지문도 나의 인상착의도 다 등록이 되어 안심하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두 번 외국인청에 왔지만 덕분에 사진 기계 사용법도 알게 되었다. 20유로가 동전으로 안 바뀐 게 정말 다행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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