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 나는 독일어 학원 입학상담을 받고 왔다. 4월이 되는 첫날 나는 우리 동네에 있는 독일어 학원에 가서 독일어 수업을 듣고 싶다고 직접 찾아갔었다. 전화로 상담을 받는 것보다 말이 유창하지 않지만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직은 그나마 더 편하기 때문이다.
4월 첫날 학원에 들어가자 입구에서 안내를 보는 안내원이 예약을 잡고 왔냐고 해서 안 잡았다고 하니 온라인으로 잡고 다시 오라고 했다. 그래서 팸플릿을 잔뜩 챙겨 집으로 온 나는 해당 온라인 사이트로 들어가 예약을 잡은 가장 빠른 날짜가 이번주 월요일이었다.
예약한 날 나 말고도 예약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나의 예약시간이 되어 나의 독일어 실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상담이 시작되었다.
상담자는 나에게 많은 질문을 했다. 나의 이름, 알파벳 독일어로 이야기하기, 출신 국가, 독일어는 어떻게 공부했는지 등을 물어보고 상담자는 한국에 있을 때 대학교에서 무엇을 전공했는지 등까지 물어봤다. 영어를 할 줄 아느냐 했을 때 나는 당당히 한국어와 독일어를 조금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더니 상담자는 나에게 짧은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를 한 거 같다며 왜 독일어를 이렇게 열심히 하냐고 질문을 하길래 독일인 친구를 만나보고 싶고 독일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독일을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상담자는 웃으며 엄지 척을 하며 퍼펙트를 이야기해줬다. 그렇게 진행된 상담은 20분 정도 지나고 상담자는 나에게 맞는 반을 선택해줬다. 결과는 A2반이었다.
내가 상담을 받는 동안 어떤 여자분은 영어도 못하고 독일어도 못해서 남편이 전화로 상담자와 상담을 해주기까지 했다. 그래도 나는 독일어를 알아듣고 혼자 상담을 받고 나온 것에 대해 내 나름대로 위안이 되었다.
올해 1월, 나는 쾨테어학원에서 주관하는 독일어 능력시험 A2을 신청했었다. 시험 등록까지 고민이 많았다. 응시료가 비싸서 신청을 할까 말까 고민이 많았지만 나의 독일어 실력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영어는 잘 못하지만 독일에 왔으니 독일어는 잘하고 싶었던 거 같다.
외국에 나가 살아본 적이 없던 나로선 남편의 직장을 따라 독일에 온 것이 나에겐 도전이었다. 영어는 대학교 졸업 이후 안 쓰고 살다 보니 말하는 것이 많이 어색해졌고 고등학교 때 배웠던 제2 외국어는 불어였다. 독일에 오기 전 독일어는 배워 본 적도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현재 나는 독일에 4년간 살아야 한다. 이제 독일어는 나에게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하나의 큰 도전이 되었다.
사실 가끔 독일어 공부를 하다가 못 알아들을 때 내가 독일에서 평생 살 것도 아니고 4년만 살다 다시 한국에 갈 건데 하지 말까 하는 반반의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가끔 알아들을 때의 기쁨은 독일어를 공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거 같다.
독일에 오고 처음 3개월은 독일 사회에 적응을 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독일에 오고 나서 내가 이렇게 자립심이 컸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도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바쁜 남편에게 물어보지 않고 나 혼자 하나하나 알아가며 마트도 다녀보고 걸어 다니며 동네의 병원도 알아보고 전철도 타보고 내가 어느 정도 독일 사회에 적응을 해 나갔다. 그러다 적응이 완료될 때쯤 코로나에 걸리며 회복하기까지 몸이 많이 아팠다. 솔직히 말하면 그 이후 독일어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 독일어고 뭐고 간에 우선 건강하게 살다 가자로 마음이 바뀌었다. 그러나 몸이 회복되고 아이들이 방학이 끝나 학교를 다시 다니면서 이대로 생활하다간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인터넷으로 독일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다 공부가 게을러지던 찰나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독일어 능력시험 A2를 등록한 것이다. 그래야 응시료가 아까워서라도 적극적인 자세로 공부를 할 거 같았다.
물론 내가 학원을 등록해서 다닐 수도 있었지만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도 많았고 사실 내 마음속에 아직 직접 독일 사람들을 만나 배우는 독일어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거 같다. 내가 말하는 것을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등이 나를 위축하게 만들었던 거 같다. 지금 돌아보면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지금은 독일에 온 지 6개월이 넘게 되면서 길도 물어보고 마트에서 말을 하고 다녀서 그런지 이젠 못 알아들어도 나의 이야기를 하고 나온다. 창피함은 버린 지 오래다.
나는 독일에 오기 전 A2와 B1까지 문제집과 단어집을 사서 독일로 오는 컨테이너에 실었다. 독일로 가는 날까지 일을 하고 왔기 때문에 준비기간이 짧았지만 가서 말을 하고 살아야 하니 한국어 설명으로 된 독일어 책을 사 온 것이다. 그러나 컨테이너에 싣고 와서 그 책들을 12월에나 만났다.
그렇게 시작된 공부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다행히 독일어 공부를 하다 보니 아이들의 독일어 기초는 설명을 해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시험의 날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시험을 보기 2주 전 괴테 어학원에서 메일이 왔다. 나중에 점수 결과지를 우편으로 보내니 사전에 봉투와 우표를 사서 준비해오고, 24시간 전 코로나 슈넬 테스트를 해서 준비해오라고 했다. 덕분에 난생처음 독일우체국에 가서 우표와 봉투까지 구입해봤다. 처음에 봉투를 못 찾아 친절한 독일 아주머니와 함께 찾기도 했었다.
독일어 능력시험은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가 그나마 제일 자신 있는 것은 읽기였다. 단어를 알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고 듣기가 문제였다. 쓰기도 나름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말하기가 또 난관이었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기출문제 등을 보며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갔다. 아가씨 때는 직장을 다니면서도 자격증을 땄었는데 결혼을 하고 일하면서는 자격증을 딴 적이 없었다. 핑계를 대자면 육아와 일을 한다고 시간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다 보니 앉아서 공부하기까지 굉장히 힘들었다.
괴테 어학원
시간이 지나 3월 마지막 주 드디어 시험날이 되었다. 괴테 어학원을 들어가서 슈넬 테스트를 보여주고 들어갔다. 한 교실에서 A2를 보는 사람들은 10명 정도였는데 한국인은 나밖에 없었다. 대부분 인도 사람, 터키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나이도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이분들은 영어를 너무 잘했다. 너무 부러웠다.
나는 읽기, 듣기, 쓰기 시험까지 마치고 말하기 시험을 앞두고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응시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영어로 대화를 하는데 나 혼자 멀뚱멀뚱 있었다.
그러다 나와 같이 말하기 시험을 보는 분이 같이 말하는 것을 연습해보자고 해서 독일어 대화를 시작했다. 나와 말하기 시험을 같이 본 분은 인도 여자분이었는데 독일에 온 지 5년이 되었다고 했다. 독일어가 나보다 엄청 유창했고 영어도 잘했다. 못하는 독일어지만 나는 어디서 왔고 한국에서는 어떤 직업을 갖고 있었고 남편 따라 독일에 왔다는 등 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너무 재밌었다. 물론 생각을 해서 이야기를 해야 했지만 독일어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재밌어 이제는 학원을 다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예상했던 말하기 문제는 나오지 않아 당황했지만 이것저것 아는 단어를 다 이야기해서 끝이 났다. 나와 말하기 시험을 본 응시자와 같이 나오며 나는 너무 떨렸다. 긴장되었다. 독일어를 너무 못했다고 했지만 나의 말하기 시험을 같이 본 여자분이 잘했다고 격려해줬다. 독일 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 정도면 잘하는 거라고 칭찬을 해줬다. 우리는 서로 건강하라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결과는 뒷날 나왔다. 56점이었다. 60점이 통과 커트라인인데 너무 아쉬웠다. 사실 듣기는 예상을 했지만 읽기는 자신 있었는데 점수가 너무 안 나왔다. 내가 답을 밀려 썼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오히려 말하기와 쓰기가 점수가 좋았다. 사실 쓰기는 점수를 잘 받을 줄 알았는데 쓰기 문제는 제한하는 단어 수가 있는데 단어를 좀 많이 쓴게 감점이 되었나 하는 생각부터 말하기 시험 때 예상한 질문만 나왔어도 합격했을텐데 등 머리가 복잡하고 아쉬웠다. 사실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았다. 내가 독일에서 살 것도 아닌데.... 차근차근 해나가면 되지! 나 스스로 마인드컨트롤을 하려고 노력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하면 된다.
앞으로 다시 열심히 준비해서 B1로 가면 된다. 사실 그 과정까지 쉽지는 않을 거 같지만 말이다.
나는 시험 결과가 나온 날 결과를 받아들이고 하루 종일 잡념을 없애기 위해 배추를 사서 김치를 담그고 양파를 잘게 쓸어 양파 절임을 만들고 달콤 매콤한 반숙 계란장까지 만들었다. 양파를 얼마나 썰었는지 양파가 매워서 눈물이 나는 건지 속상해서 눈물이 나는 건지 모를 정도였다. 그래도 하루 종일 음식을 만드니 스트레스는 날아갔다.
시험 후 반죽 계란장에 맛김치, 양파 간장절임 등 밑반찬을 만들었다.
물론 내가 A2 자격증 시험을 통과한다고 해서 독일인이 되는 것도 아니고 독일어를 다 알아드는 것도 아니다. 독일인들을 많이 만나고 많이 듣고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 그래서 학원을 등록을 하려고 찾아간 것이었다.
이번에 실패는 했지만 다시 하면 된다. 사실 시험이 떨어지고 나서 독일어 영상을 좀 멀리했었다. 한국어가 너무 편하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월요일 학원에서 입학상담을 받고 반이 결정되고 나오면서 나는 다시 독일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독일인의 질문을 알아듣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하며 상대방이 내 말을 알아듣고 대답을 해주는 것이 그냥 좋았던 거 같다.
나는 독일어시험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에게 엄마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었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이번에 공부를 하면서 나 스스로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시험에 떨어지면서 나 스스로가 제일 슬프고 아쉽고 속상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며 그동안 너희가 시험 못 봤을 때 혼낸 걸 반성했다고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독일에 와서 독일어를 공부하며 나는 아이들이 거부감없이 영어나 독일어를 배워가는 게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시험에 떨어진 나 자신에게 속상한 부분도 많이 있지만 앞으로 학원을 다니며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 독일어를 배워 능숙하게 할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