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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Jun 23. 2022

처음 경험한 독일의 폭염주의보

핸드폰도 더위를 먹는다.

  유럽이 폭염을 경험하고 있는 요즘 6월의 독일의 날씨도 폭염주의보가 한창이다. 한국에서 경험한 햇볕도 강하지만 독일도 만만치 않았다. 독일에서는 선크림을 항상 들고 다닌다. 해가 뜨거워 피부에 바르지 않으면 피부가 아플 정도이다. 나는 그동안 독일의 해가 강해도 왕복으로 40분 정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 지난주 폭염주의보가 뜬 토요일에 문제가 하나 생겼다.



  우리 가족은 토요일에 우리 집에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실내 놀이터를 가보려고 했다. 40분 정도 거리면 그동안의 자전거 속도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폭염주의보라고 지도에 떴는데 40분 정도 타도 크게 문제가 될 거 같지 않았다. 나는 얼음물을 가족 수대로 넣고 남편과 나도 지도를 켜도 출발을 했다. 사실 지도를 켜도 아직은 맨 뒤에서 남편과 둘째, 첫째 뒤를 따라 맨 뒤에 가는 게 편하다.

  우리는 목적지를 향해 한참 잘 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의 핸드폰 지도에서는 자꾸 지도를 재설정하고 있었다. 지도를 재설정한다는 것은 우리가 잘못 가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아니다 다를까 우리는 도로 쪽으로 핸드폰이 인도하고 있었다.  순간 나는 여긴 어디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남편도 잘못 왔다고 생각했는지 우선 우리를 안전한 곳으로 자전거를 세웠다. 남편은 운전도 베테랑에 길에도 익숙한 사람인데 왜 도로 초입까지 왔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남편은 내리더니 나와 아이들에게 핸드폰이 더위를 먹어서 인지 더 이상 지도로 안내를 못하고 멈춰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다행히 나의 핸드폰도 굉장히 뜨거웠지만 작동은 되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앱 기능은 되지 않았다.

  남편은 우선 더 안전한 곳으로 자전거를 세우고 다시 자전거도로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고 했다. 나는 아이들과 있고 남편은 다행히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 올라가서 갈 수 있는 길을 파악하고 내려왔다. 나는 그동안 아이들에게 얼음물을 주고 더위를 식혀주었다.


제대로 자전거 도로의 길을 찾았다. 핸드폰도 식히고 우리도 그늘에서 더위를 식혔다.

  다행히 우리는 자전거도로를 찾아냈다. 계단을 자전거를 들고 오르는데 가시 덩굴에 팔이 긁히고 아팠다.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었다. 그래도 한편으로 자전거도로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이쪽 길은 우리가 자주 왔던 길이었는데 핸드폰이 더위를 먹으며 우리도 더위를 먹었나 보다. 나는 아무리 폭염이라지만 핸드폰이 더위를 먹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우리 가족은 그늘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쉬며 오늘은 집으로 그냥 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날이 너무 더우니 집에서 쉬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다시 집으로 지도를 설정하고 출발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나도 지도를 확인하고 가면서 좌회전 표시가 나오면 아이들에게 좌회선, 우회전 표시가 나오면 우회전이라고 이야기를 해주며 달렸다.

  더위를 먹은 핸드폰 덕분에 나는 한 사람이 이끌고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두 사람이 같이 이 길이 맞는지 이야기를 하며 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 무대에서 멋진 독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공연이 이루어졌다.
더운 날 뜨거운 스파게티가 정말 맛있었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우리 동네 역 부근 공원에서 공연 소리가 들렸다. 소방차까지 와 있었다. 얼른 우리는 공원 쪽으로 자전거를 돌렸다. 춤 공연을 하기 전 행사로 소방차가 아이들에 시원한 물을 뿌려주는 행사였다. 참가비를 물어보니 5유로라고 해서 아이 2명이라고 하고 10유로를 내고 참여했다. 행사는 어제부터 여서 티셔츠는 다 팔렸다고 했다. 나는 아쉽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얼른 아이들에게 명찰을 주고 행사에 참여하러 갔다 오라고 했다.

  폭염의 독일 날씨에 딱인 행사였다. 우리 아이들도 실내놀이터는 못가 아쉬웠지만 독일 어린이들과 물놀이 행사에 참여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더위 먹은 핸드폰 덕분에 생각지도 않게 우리는 독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춤 공연도 보고 돌아왔다.

  날이 갈수록 독일의 날씨는 더 덥고 해는 강해질 거 같다. 앞으로 독일의 더위에도 적응해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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