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남편은 나에게 아이들과 재밌게 놀 수 있는 좋은 곳을 찾았다며 우리 집에서 자전거로 55분을 가면 놀이동산을 보여줬다. 지도에서 자전거 거리로 55분이 나왔는데 아이들과 가다보면 실제로 30분은 더해야 한다. 그럼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지난번 우연히 시내에 나갔다가 놀이동산이 꾸며져 있어서 놀다 온 적이 있었다. 나와 남편은 그런 곳이겠거니 싶었다. 더구나 지도에 사진도 놀이동산과 먹거리가 멋있게 나온 사진들이 있어 운동도 할 겸 아이들에게 가보자고 했다. 이제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진 지 오래라 얼른 준비를 하고 나섰다.
이제 500ml짜리 물을 얼려서 자전거 핸드폰 거치대 아래에 넣으면 핸드폰이 더위를 먹지 않는 법까지 터득하여 우리는 만만의 준비를 하고 출발했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달렸다. 1시간 30분 정도 자전거를 타고 프랑크 푸르트 중앙 역을 지나 또 한참을 가니 놀이동산에 다 왔다며 안내가 종료되었다.
우리를 맞이한 건 히어로들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한 곳은 거대한 천막과 큰 공터였다. 아이들은 나와 남편에게 잘못 온 것이 아니냐. 우리가 본 사진과 다르다며 놀이기구는 어디 있냐며 계속 자전거로 돌고 돌았다. 아무리 찾아도 천막만 보일 뿐이었다. 남편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이미 더운 날씨에 90분을 타고 왔으니 우리는 천막 안에 뭐가 있는지는 보고 잠시라도 쉬다 가야 했다. 공터가 엄청 컸는데 아마 그 주마다 놀이기구가 있는 날도 있고 이번처럼 천막이 있는 날도 있고 하는 거 같았다.
긴 시간 달리고 자전거를 주차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
안으로 들어가니 티켓을 끊으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나는 남편에게 이 사람들은 알고 왔겠지? 이런 정보는 어디서 얻을까? 하는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독일인이었으면 알고 왔겠지 싶었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히어로에 관심이 없다. 나도 없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고 왔으니 여기서 놀다 가야 했다. 심지어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과감히 표를 끊었다. 표를 끊자 경품을 추첨한다며 인원수에 맞게 표도 줬다. 이게 뭐냐고 물어보자 당첨이 되면 선물을 준다는 것이다. 우선 뒤에 있는 사람들이 많아 더는 못 물어보고 대충 추첨을 하겠구나 싶었다. 독일어로 더 물어봤다간 나의 더듬거리는 독일어 실력만 독일인들에게 알려질 게 분명했다.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가니 그동안 텔레비전에서 보던 스타워즈, 베트맨, 헐크 등 다양한 히어로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린아이들과 사진도 찍어주고 곳곳에 엄청난 크기의 로봇이 설치되어 있었다.
중간에 히어로들은 돌아다니며 포즈도 취해주셨다.
밖의 날도 더웠는데 천막 안도 더웠다. 다행히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곳과 간단한 간식거리를 파는 곳이 있었다. 우리는 얼른 자리에 앉았다. 옆에는 아이들이 점핑할 수 있는 놀이기구들이 있었다.
나와 남편은 자리를 지키고 아이들은 점핑을 하러 갔다. 둘째가 팝콘이 먹고 싶다고 하길래 그럼 가서 얼마인지 물어보고 직접 사 가지고 오라고 했다.
둘째는 3유로를 들고 팝콘을 사 가지고 왔다.
큰 애는 슬러시가 먹고 싶다길래 물어보고 그럼 둘째 것 까지 같이 사가지고 오라고 했다. 아이들은 잘 사가지고 왔다.
한참 팝콘을 먹고 쉬고 있는데 독일어로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독일어 능력시험 듣기 문제에 나오던 경품 추첨하는 소리와 완전 똑같았다. 나는 남편에게 얼른 갔다오겠다고 하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추첨표를 들고 갔다.
정말 열심히 귀를 종끗 세우고 혹시 내가 당첨될 수 있나 기대하는 마음에 서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들어도 내가 갖고 있는 숫자는 안 나왔다. 3시에 경품도 안 되고 4시에 하던 경품도 안 되었다. 5시도 경품 추첨이 있다고 했지만 5시까지 여기에 있으면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시간도 있어 과감히 포기하고 나왔다.
비록 경품 추첨은 안 되었지만 덕분에 독일인 진행자가 숫자를 말하는 것과 경품 당첨자에게 하는 말은 대충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하나도 당첨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독일어로 숫자를 잘 알아들을 수 있어 뿌듯했다.
나는 열심히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히어로들과 사진촬영을 하라고 부르고 히어로들과 같이 포즈까지 취하며 사진을 찍어줬다. 특히 큰 애는 이제 6학년이 되는데 자기는 안 찍고 싶다고 했지만 히어로들이 지나가다 오면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히어로들도 멋지게 포즈를 취해줬다. 히어로들이 나의 어눌한 독일어로 사진을 찍어 달라고 말하는 것을 잘 알아들어줘서 고마웠다. 역시 히어로이다.
한국에선 이런 곳을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았던 거 같다. 그러나 독일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이동산을 가려다 히어로들을 만나고 왔다. 원래 히어로들은 일부러 만나러 가는 것보다 우연히 만나야 더 반가운 거 같다.
나는 집에 와서 아이들에게 우리가 만난 히어로들에 대해 설명을 하고 얼마나 유명한 히어로들인지 설명도 해줬다. 나도 영화속에 보던 히어로들이 돌아다니며 포즈를 취해주니 동심으로 돌아간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