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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Jul 22. 2022

하루 3시간 나는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

서로 간식나눠먹는 사이

   벌써 내가 독일어 수업을 들은 지 2달이 다 되어간다. 이젠 독일어 수업을 들으며 외국인 친구들과 많이 친해졌다. 나는 평소에 일찍 학원에 도착하는 편이라 일찍 오면 책상 위에 올려있는 의자들을 다 내려놓고 그래도 시간이 나면 책상에 소독약을 뿌리고 닦는다. 내가 늦게 오는 날은 나보다 일찍 온 친구들이 해준다.

  그리고 아침에 오면 서로 안부를 묻고 혹시나 옆 친구가 빠져서 못 오다 오면 괜찮냐고 안부를 묻는다. 내 옆의 앉는 친구 중 먼저 일정이 있어 가는 친구들이 있으면 나에게 숙제를 문자로 보내달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럼 나는 수업이 끝나는 대로 보내준다. 그렇다고 나의 독일어 대화는 길지는 않다. 근데 신기하게 독일어로 대화는 된다.

  외국인 친구들 대부분이 B1를 목표로 해서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라 공통된 점이 많다. 우리는 서로 모르면 도와주는 관계이다.


  독일어 수업에서 우리는 ㄷ자로 앉아서 선생님과 수업에 참여한다. 나뿐 아니라 보통 처음에 앉은 자리에서 변경 없이 그대로 앉는다. 나는 A2.2반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A2.1 때 앉던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나랑 항상 문자를 주고받던 친구가 교실에 들어와서 앉을자리를 찾더니 나보고 같이 옆자리에 공부를 하자고 했다. 나는 이미 책도 다 펴놓고 한 상황이었지만 흔쾌히 알았다고 하고 다시 자리를 옮겨 선생님과 마주 보는 중간자리에 앉게 되었다.  

  나는 이제  독일어 A2.2로 독일어를 배우는 단계라 문법과 단어를 예습을 해가야 더 알아듣게 되고 집에 오면 아이들 저녁밥을 해놓고 열심히 복습을 해야 하는 단계라 크게 누구를 가르치거나 도와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아는 한에서 서로 돕고 있다.



  한 날 내가 먼저 중간에 앉아 있었는데 나랑 같이 앉자고 했던 친구보다 이번에 새로 온 다른 친구가 먼저 와서 그 친구가 앉을자리에 앉았다. 그러다 보니 친구는 나와한 칸을 띄고 앉게 되었다. 새로 온 친구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하다 말을 못 하고 그대로 앉았다. 같이 앉자고 했던 친구가 늦게 와서 나에게 인사만 하고 아쉬워했다. 그러다 쉬는 시간에 그 친구 옆자리가 비어서 양해를 구하고 그 친구 옆자리로 갔다.

  그 친구는 나보다 나이가 어린데 소녀같다. 나랑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보니 공통점도 많다.

  그 친구는 쉬는 시간에 간식을 싸오는데 항상 내 것도 같이 싸온다. 나도 항상 감기 사탕이며 초콜릿 등을 가방에 넣고 다녀서 친구들에게 나눠 주는데 우리는 쉬는 시간에 같이 나눠먹고 있다. 그리고 모르는 부분은 서로 공유하며 공부하고 있다.

  나는 독일어 공부를 하며 중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거 같다. 단짝 친구와 매점에 가서 간식을 사 먹거나 같이 그날의 날씨나 일상에 대해 공유하고 걱정을 나누고 했던 중고등학교 시절로 말이다. 물론 한국어처럼 말이 유창하지 않아 길게는 못한다. 근데 날씨가 너무 덥다. 독일어가 어렵다. B1까지 해보자, 알려주며 내 답이 틀릴 수 있어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15분의 쉬는 시간을 보낸다.

  오늘 나는 어제 마트를 갔는데 새로 나온 망고 감기사탕이 있다고 먹어보라고 나눠주고 그 친구는 빵을 갖고 와서 같이 나눠줬다. 내 나이 40에 소녀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왜 우리 아이들이 간식을 넉넉히 가져가는지 알 거 같다. 친구와 나눠먹으면 이야깃거리도 더 생기고 즐겁다. 지금 내가 아침에 학원을 가기 전 오늘은 무슨 간식을 가져가서 나눠 먹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오늘 학원 수업을 마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나오는데  그 친구가 다음 주부터는 내 옆에 앉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길래 내가 이번에는 반드시 중간에 앉아 있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고 다음 주에 만나자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내가 뭐라고 내 옆에 앉아서 같이 공부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나는 초등학교 시절 이후 연필을 사용한 지 오래이나 한국에서 가져온 연필이 많아 독일에 있는 동안 내가 다 사용하고 가겠노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이들이 크면서 샤프를 쓰겠다고 해서 내 사프를 주고 내가 연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근데 나 말고도 우리 학원 친구들도 필통에 다 연필과 연필 깎기를 들고 다닌다. 그렇기 때문에 연필 깎기를 갖고 다니면 옆의 친구도 비려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미니 연필 깎기로 연필깎는 소리에 재미를 붙였다.

  열심히 친구와 공부를 해서 나의 독일어 실력이 금방 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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