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일요일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 근처를 열심히 돌아다닌다. 요즘 독일의 날씨는 굉장히 더워 한 번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들어오면 배도 고프고 땀이 범벅이 된다. 그러나 그래도 매주 열심히 나가는 이유는 자전거를 왕복 1시간 이상씩 타는 동안의 시간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처음에 독일에 와서 자전거를 탈 때는 남편, 큰애, 둘째, 나 순으로 자전거를 탔었다. 그러나 이제 장거리를 갈 때가 많아 남편과 둘째가 같이 짝을 이루고 내가 큰 애와 짝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큰 애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물론 차도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정신을 집중하고 타야 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오는지만 계속 확인을 하는데 주로 밭길이 있는 자전거 도로에서는 큰 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나는 큰 애에게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느꼈던 감정들, 나의 학창 시절의 실패담. 큰 애에게 너를 임신했을 때의 감사 등등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가족이 다 같이 나왔으니 급할 것이 하나도 없다. 남편과 둘째가 앞서서 가고 있는 것이 앞에 보이고 나는 지도가 안내하는 대로 열심히 따라가면 된다.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하면 큰 애는 그동안 나에게 서운했던 감정들, 고마웠던 감정들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럼 큰 애에게 사과할 부분에 대해 사과를 한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늘 실수하고 산다고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럼 고맙게도 큰 애는 나의 장점만 이야기를 해준다.
물론 매번 큰 애와 사이가 좋은 건 아니다. 다행히 큰 애는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아직은 사춘기가 오지는 않은 거 같다. 그러나 예전에는 무조건 밝았다면 지금은 그 밝음도 있지만 청소년기에 나오는 감정들이 나오는 거 같다. 그래서 나는 큰 애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젠 육체적으로 놀아주는 시간보다 같이 정서적 소통의 시간이 많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그 시간이 나에겐 자전거를 타고 가는 시간이다. 그렇게 왕복 1시간 이상을 소통하고 오면 남은 6일이 너무 좋다. 물론 부족한 엄마라 가끔씩 큰 애와 싸울 때도 있다. 그럼 나는 열심히 자전거를 타며 사과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뜨거운 밭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도 좋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쫓아만 다녔는데 피곤했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야외 체험장에 갔다 왔다. 수풀 사이에 아이들이 헬멧과 끈을 매고 스스로 매달리고 걸어가고 체험을 하는 곳이었는데 안내원이 아이들 옆에 부모 한 명씩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은 어느새 컸는지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민첩해서 계속 따라다니는 게 힘에 부쳤다. 둘째도 겁이 많았었는데 오늘은 혼자서 끝에 의지해서 열심히 올라가고 내려오기를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른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키즈카페를 데리고 뛰어다녀도 힘든지 몰랐는데 이젠 아이들이 커가는 만큼 나도 나이가 들고 있는지라 몸으로 놀아주는 건 힘이 드는 거 같다. 그래서 정서적으로 아이들과 소통을 하는 게 더 편한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