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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Jul 21. 2022

길을 잘못 가면 다시 지도를 설정하면 된다.  

하면 된다.

  어제 나는 오래전 예약 한 병원을 가는 날이었다. 독일은 병원 예약이 한국처럼 빠르지 않다. 예약을 하려면 오래 걸려서 예약한 날은 꼭 가야한다. 우리 집에서 병원은 S-Bahn으로는 41분이 걸리고 자전거로는 30분 넘게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나는 S-Bahn을 타고 갈지 자전거를 타고 갈지 결정을 하지 못했었다.

  독일은 한국과 다르게 우리나라 지하철의 역할을 하는 S-Bahn의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그러다 보니 나같이 차가 없는 사람의 경우 S-Bahn을 타고 다니려면 한 달 정기권을 끊는 것이 굉장히 싸다. 독일의 택시는 더 비싸다. 독일의 대중교통 가격이 워낙에 비싸다 보니 자전거로 이동하면 교통비도 줄고 건강에도 좋고 일석 이조이지만 막상 혼자 30분 이상을 타고 나가기에는 좀 부담이 되었다.

  나는 평소에 우리 동네 역에 있는 독일 정부에서 하는 현지 독일어 학원과 독일 마트 역세권에 사는 장점으로 주중에 자전거만 타고 다녀도 혼자서 장보기 등 차 없이도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이 산다. 그러나 병원을 가기 위해서는 다른 동네로 넘어가야 한다. 그러니 자전거나 대중교통 둘 중에 하나는 결정해야 했다.

  30분 이상의 거리를 갈 때는 주로 남편과 아이들과 같이 주말에 이동을 해봤기 때문에 혼자 지도를 켜고 잘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다. 더구나 독일은 자전거 도로 외에 차와 같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며 수신호도 잘해야 한다. 나는 아직 손을 떼고 수신호를 할 줄 아는 고수는 아니다. 손잡이를 꼭 잡고 페달만 아주 잘 밟을 뿐이다.

  근데 또 한편으로 지난 번 독일에서 자전거 타다 길도 잃어버렸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목적지까지 가봤으니 못 가겠나 싶기도 했다. 나를 믿어보기로 했다. 길을 잘못 들어서면 다시 지도를 설정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얼음물을 핸드폰 아래에다 두면 폭염이어도 핸드폰이 더위를 먹지 않는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도 연일 폭염경보가 뜬다. 어제의 대낮의 기온은 37도였다. 정말 더웠다.

  나는 핸드폰이 더위를 먹을 것을 대비하여 꽁꽁 얼린 얼음물도 준비했다. 이 정도 얼린 얼음물을 핸드폰 거치대 아래 두고 핸드폰을 올려두면 핸드폰이 더위를 먹지 않는다. 몇 번 폭염에 자전거를 타다 발견했다. 이정도 얼려 놓으면 2시간은 끄떡없다.

  나는 보조배터리까지 챙겼겠다 마음이 편해졌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핸드폰이 끊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걱정도 사서 한다.

  나는 지도에 따라 열심히 목적지까지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헬멧까지 쓰니 더 더웠다.

  시내를 지나 기찻길을 지나 자전거 도로가 이어져있는 길을 들어서니 낮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없었다.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이 길이 맞나 싶기도 했지만 나는 지도를 따라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사람이 없어 나는 더 적극적으로 페달을 밟았다.







낮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독일의 자전거 도로는 차도 옆에 있는 자전거 도로가 있고 사진처럼 넓은 들판이 펼쳐진 자전거 도로가 있다. 나는 넓은 들판이 펼쳐진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보면 힘들게 자전거를 타고 온 것에 대한 보상받는 느낌이다. 풍경이 너무 예쁘다. 어제 내가 달린 길의 밭주인은 옥수수를 예쁘게 심어놨다.


내가 가는 병원은 어제가 재활용 쓰레기와 오래된 종이를 버리는 날인 었는지 사람들이 쓰레기통을 집 밖으로 빼놨다.

  사람 없이 혼자 달리다 보니 병원이 있는 동네에 들어섰다. 사람 없이 20분 정도를 달리다 병원 근처에서 사람들을 만나니 안심도 되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러나 여기서 부터는 차와 같이 달리거나 수신호를 잘 해야 한다.

  우리 동네는 다음 주가 재활용을 버리는 날인데 내가 가는 병원의 동네는 어제가 재활용과 종이를 버리는 날이었는지 사람들이 밖으로 다 내놨다. 이렇게 밖으로 내놓으면 FES차가 와서 가져간다. 독일은 동네마다 쓰레기를 가져가는 날이 다 다르다.

  다행히 안전하게 병원에 도착해 진료를 보고 다시 나는 뜨거운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달려 집에 도착했다.

  들판 길에서 시내로 들어올 때 회전 길이 있어 조금 헤맸는데 다른 길로 가면 잘못 갔다는 소리가 들려 다시 지도를 설정하고 방향을 바꿔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자동차와 함께 달리는 도로에서는 수신호를 해야 해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두 발로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왼손을 펴서 좌회전을 한다고 뒤의 차들에게 신호까지 보냈다. 등에서 땀이 났다. 그래도 수신호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자전거 수신호는 앞으로도 내가 매번 연습해야 할 과제이다.



   사실 나는 가족과 함께 주말마다 먼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안 다녀봤다면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은 아예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동물원도 가보고 식물원도 가보고, 프랑크푸르트 중심부까지 가보고 길도 잃어보고 폭염에 핸드폰도 먹통이 되서 고생을 해보고 나니 이제 나도 모르게 독일 자전거 길에 대한 익숙함과 자신감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길을 잘못 들어서면 다시 지도를 설정하면 되지! 라는 마음가짐으로 자전거를 탔다.

  앞으로도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적극적인 자세로 도전하며 독일생활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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