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존재가 옆에 있다는 것은...

언니의 존재

by su
첫째가 피곤하다며 동생이랑 놀다 잠이 들었다. 둘째는 슬픔에 빠져 혼자 소파에서 자기 마음을 그렸다며 나에게 그림을 가져왔다. 지금 자기의 마음에 비가 내린다나...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조금씩 내렸다. 어제 핸드폰 날씨 정보에 프랑크푸르트 날씨가 비 그림이 있어서 아이들과 내일은 집에서 쉬자고 이야기를 했다. 더구나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학교를 가야 하기 때문에 혹여나 비 오고 추운 날에 나가서 감기라도 걸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독일에 오고 나서 아이들은 한국에서도 사이가 좋았지만 여기서는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 특히 첫째가 마음이 넓은 편이라 동생에게 양보하고 공부도 가르쳐주고 하기 때문에 둘째가 첫째를 많이 따른다. 독일에 와서는 수학 서술형도 큰 애가 가르쳐주고 있다. 큰 애가 둘째에게 수학을 가르쳐주는 것을 볼 때면 보통이 아니다. 맞춤법까지 알려주며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흐뭇해진다. 물론 둘이 삐져서 안 놀 때도 있다.

독일에 와서는 아이들 뿐 아니라 나도 한국에서 처럼 공부의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있어 노는 시간이 많아졌다. 저렇게 최선을 다해 노나 싶을 정도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외국에 와서 둘이 있어 외롭지 않고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은 큰 애가 피곤했는지 둘이 놀다가 졸리다며 낮잠을 자겠다고 자기 방 침대로 들어갔다. 둘째는 언니가 잠이 들었다며 가서 깨워도 보고 안 일어나자 정말 절망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 소파에서 지난번 산 해리포터 같은 일기장 노트에 그림을 그리고는 나에게 갖고 왔다. 그리고 자신이 그린 그림이라며 보여주었다. 언니가 잠들어서 자기랑 놀아줄 사람이 없다며 이렇게 까지 속상해하다니... 그러면서 둘째는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둘째에게 큰 애는 특별한 존재인 거 같다.

둘째에게 올해 생일날 갖고 싶은 선물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둘째는 언니와 놀 시간을 선물로 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을 정도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던 거 같다. 나도 두 살 위의 언니가 있는데 항상 언니를 따르고 언니를 좋아했다. 지금도 그렇다. 물론 싸울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언니는 언제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고 동성으로 공감대도 비슷하고 항상 따라 하고 싶은 존재인 거 같다. 우리 둘째에게도 큰 애가 그런 존재인 거 같다.

언니가 안 일어난다며 혼자 창문을 바라보며 계속 "언니가 잠들어서 너무 심심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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