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잠깐 내리는 비는 맞고 다녀도 된다.
독일은 비가 와도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심지어 우산도 잘 안 쓰고 다닌다. 그러다 보니 나도 독일에서 와서 폭우가 아니면 우산을 안 쓰고 다니고 있다.
지난주 주말도 마찬가지로 계속 비가 내렸다. 그러다 비가 그쳐 선선한 바람만 불고 있었다. 더 비가 오기 전에 자전거나 타러 갔다 올까? 하고 잠깐 고민을 하다 우리 가족은 자전거를 타고 나가기로 했다. 나는 얼른 간식 와 다칠 것을 대비해 밴드와 연고까지 챙기고 둘째는 자기의 인라인, 남편과 큰 애는 축구화와 축구공을 챙겼다. 우리는 비가 그쳤을 때 얼른 출발을 하기로 했다.
독일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리면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자전거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데 역시나 자전거를 타는 독일인들이 많았다.
우리 가족이 주말마다 공원을 갈 때 일부러 산책길로 이어진 자전거 도로를 따라간다. 그럼 더 자연을 많이 볼 수 있고 더 오래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다. 가다가 만나는 오리들도 반갑다. 지난번엔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서커스를 하는 곳이 나와 살면서 살면서 동물원이 아닌 곳에서 직접 낙타도 처음 봤다. 이럴 때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잠시 쉬어주는 게 필요하다.
비가 내린 공원에는 사람들이 없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독일 공원 놀이터에 사람이 없다. 그리고 우리가 축구 연습을 하러 가는 축구장에도 사람이 없다. 이런 날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놀이터와 축구장을 전세 낼 수 있다.
요즘 남편은 큰 애에게 축구를 가르쳐주고 있다. 독일은 워낙에 축구에 대한 열정이 많고 공원에도 축구를 할 수 있게 시설도 갖춰놨다. 남편도 딸과 함께 할 수 있는 취미가 생겨서 내심 좋은 거 같았다. 다행히 나 심심하지 말라고 둘째는 축구에 관심이 없다. 나는 둘째와 인라인을 타면 옆에서 독일어로 대화를 하고 있다. 그러다 다리가 아프면 옆 놀이터에서 같이 술래잡기를 한다. 나이가 들어 내가 힘차게 달리는 게 쉽지 않지만 생각보다 재밌다. 달리다 힘들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하는데 지난번엔 어느 독일인 아이가 내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둘째와 하고 있는데 계속 내 표정을 보고 웃었다. 비웃는 건 아니었지만 내가 좀 오버했나 싶었다. 그래도 둘째도 신나 했으니 괜찮다.
남편과 큰 애는 열심히 축구를 하고 둘째는 열심히 인라인을 타고 있다.
독일에 오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남편과 큰 애는 취미가 같아졌고 그 사이 둘째도 인라인이 많이 늘었다. 가족이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거, 아빠와 딸이 같이 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는 거 그게 행복인 거 같다.
독일 공원 나들이는 언제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