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학교 개학 전 담임선생님도 만나고 학교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아이들과 나는 S-Bahn을 타고 갔다. 집에서 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면 20분 안으로 갈 수 있고 S-Bahn을 타면 걸어가는 시간을 합쳐 40분이 걸려 어떻게 갈까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남편 없이 자전거를 타고 나 혼자서 아이 둘을 데리고 가는 건 조금 무리이고 아직은 아는 길만 가능한지라 자전거는 포기하고 S-Bahn을 타고 가기로 했다. 이젠 S-Bahn이 편하다.
S-Bahn에서 만난 둘째 반 친구
S-Bahn을 탔는데 누가 우리를 보고 인사를 했다. 둘째의 같은 반 외국인 남자 친구였다. 그 친구는 아빠와 같이 S-Bahn을 타고 오고 있었다. 나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우리 말고도 S-Bahn을 타고 오는 외국인 친구들이 많았다.
학교 역이 나오자 둘째의 외국인 남자 친구네도 우리랑 같이 내려서 같은 방향으로 걸어갔다. 마주치면 영어로 이야기를 해야 할 텐데... 속으로 조금 난감했다. 역시나 외국인 남자 친구는 둘째에게 방학 동안 뭘 했는지 등등 많은 질문을 하며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둘째가 그 친구의 말에 대답을 하고 중간중간 내가 대답도 했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영어로 듣고 독일어로 대답을 하고 있었다. 지금 나는 독일어를 배우는 학생이니 영어보다 그나마 독일어가 편하다. 둘째가 영어로 물어보는데 엄마는 왜 자꾸 독일어로 대답을 하냐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둘째에게 엄마가 독일어를 배우고 있어 독일어가 더 편해졌어.라고 작게 이야기를 했다.
사실 둘째가 다니는 학교는 영어와 독일어를 같이 배운다. 학교 아이들은 영어를 메인으로 배우다 보니 다 영어로 대답을 한다. 하지만 나는 독일에 와서 독일어를 배우는 학생의 자세로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독일어로 대답을 하고 있다.
드디어 둘째의 베스트 프렌드를 만났다.
둘째가 학교에 도착해서 자기 반으로 가더니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베스트 프렌드인 외국인 친구를 나에게 소개했다. 너무 예쁜 금발의 여자 친구였다. 그 친구도 손을 흔들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 나는 너희 둘의 모습을 함께 사진을 찍어서 엄마한테 보내줘도 될까?라고 말을 하고 둘째가 통역을 해서 그 친구가 좋다고 했다.
문제는 그 이후 생겼다. 친절한 둘째 베스트 프렌드가 자기의 엄마를 찾아 전화번호를 교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그 친구 가족들은 영어를 쓰기 때문에 나는 독일어도 잘 못하지만 영어로 만나서 인사를 하고 하는 건 더 어색한데 속으로 어떡하지 싶었다.
친구 엄마는 교복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었고 친절한 외국인 친구는 엄마에게 저쪽에 oo의 엄마가 있으니 전화번호라도 적어달라고 하는 거 같았다. 이렇게까지 적극적이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 외국인 친구 엄마와 눈인사를 하고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그런 건지 더워서 그런 건지 내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외국인 친구가 나에게 자기의 엄마 번호니까 사진을 보내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때부터 통역이고 뭐고 독일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습관이 무서운 게 독일어로 말을 하려고 하다 보니 잘은 못해도 독일어로 말이 나온다.
사진을 보내기 전에 핸드폰 번호를 확인하는데 나도 모르게 그 친구에게 독일어로 숫자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영어 숫자 정도는 아는데 하도 수업 시간에 독일어 숫자로 페이지를 이야기하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독일어로 숫자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둘째의 베스트 프렌트 친구의 엄마 번호까지 확인하고 내가 지금 사진을 보낼게. 하고 사진을 보내고, 내가 지금 보냈어. 이야기를 했다. 외국인 친구는 알아듣는 거 같았다. 그리고 둘째에게 엄마는 다른 엄마 친구들과 저기 앉아있을 테니까 친구랑 놀다가 오라고 했다. 나의 독일어를 알아듣는 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너희 엄마 뭐라는 거야? 나도 몰라.
외국인 친구 엄마에게 내가 사진을 보내고 그 친구 엄마가 고맙다는 답이 왔다. 그리고 몇 번 문자를 주고받았다. 나는 사실 이메일이나 문자가 더 편하다.
그리고 한참후 그 친구는 집에 가고 둘째가 내가 있는 자리로 왔다. 나는 00 이가 엄마 독일어를 알아듣는 거 같아.라고 이야기를 했다.
내가 독일어를 이야기를 할 때 그 친구가 알아듣는 거 같았다. 그러나 둘째의 말이 너무 웃겼다.
00 이가 내가 가고 나서 "너희 엄마 뭐라는 거야?"라고 이야기를 했고 둘째는 "나도 몰라".라고 대답을 했단다.
나의 독일어 문법이 틀리지 않았는데... 이날 급식 신청서를 제출할 때도 담당자와 독일어로 이야기를 하고 처리했는데... 순간 좌절이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듣던 큰 애가 "엄마 영어를 배워야 할 거 같아."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둘째는 "엄마는 영어로 물어보는데 자꾸 독일어로 대답을 하고 있어" 라며 말을 했다.
나는 두 딸에게
"엄마는 지금 독일어를 시작해서 독일어 공부할 게 얼마나 많은데.. 독일어 회화가 어려워 이리 고생중인데 나는 앞으로도 독일에 사니 나는 독일어에만 집중할거야." 고 당당히 이야기했다.
아이들과 학교를 마치고 S-Bahn을 타고 오며 그동안 만나고 싶었던 둘째의 외국인 친구도 만나서 인사를 하고 엄마와 번호도 주고받아 기분이 좋았다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엄마를 만나 이렇게 독일에서 대중교통으로만 다니니 고생이 많다고 이야기를 하자 큰 애가 나에게 이제 S-Bahn을 타고 다녀보니 이제 표 사고 S-Bahn 핸드폰 앱만 있으면 어디서 내리고 걸어갈 줄 알겠다며 자기는 S-Bahn이 편해졌단다.
우리는 이 날 만 보를 넘게 걸었다. 아이들을 걷기 운동을 시키려고 한 건 아닌데 학교를 다녀오면서 운동까지 같이 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