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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Sep 08. 2022

나는 이별 선물로 필통을 선물 받았다

기억해줘. 

  독일어 A2.2가 다음 주면 끝난다. 


  다음 주 금요일이면 독일어 수업 A2.2 수업이 끝이 닌다. 그리고 한 주 쉬고 B1에 들어간다. 이렇게 까지 독일어에 적극적일 줄은 몰랐지만 독일에 살고 있으니, 그리고 남편 도움 없이 독일에서 나 혼자서 문제 해결을 하고 싶은 욕심에, 남편은 영어를 담당하고 나는 독일어 롤 담당할 생각에 시작을 한 게 여기까지 왔다. 덕분에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도 해보고 모로코, 이란, 이라크, 튀니지, 인도, 아프가니스탄 등 다양한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개인 사정으로 A2.2까지 마무리를 하는 친구들도 있고 같이 B1 수업을 신청한 친구들이 있다. 나와 같이 앉던 외국인 친구는 신청서를 늦게 내는 바람에 이미 B1 수업 인원수의 정원이 차서 2달 뒤에 수업을 듣게 되었다. 수업을 들을 때 도와주면서 힘들 때도 있었는데 막상 갑자기 다음 주면 또 이별이라니 아쉬웠다. 

  



이 필통을 보며 나를 기억해줘 

  오늘 아침에 학원을 가다 그 친구를 만났다. 내가 먼저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나는 그 친구에게 아침에는 너무 할 일이 많다. 엄마들은 힘들다 등등 이야기를 하고 그 친구가 자기는 숙제를 다 못했다고 해서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해왔으니 같이 보자고 이야기를 했다. 물론 내 답이 틀릴 수도 있다고도 말을 했다. 그 친구가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학원에 가서 우리의 지정 좌석에 앉자마자 나는 한국 지우개를 선물했다. 그 친구가 나에게 너는 참 친절하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나는 고맙다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3시간의 독일어 수업을 마치고 같이 나가려는데 그 친구가 가방에서 선물이라고 필통을 줬다. 너는 나의 좋은 독일어 선생님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수업 시간에 독일어를 많이 알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이 필통을 보며 자기를 기억해달라고 했다. 나는 갑자기 선물을 받으니 마음이 너무 이상했다. 그 친구를 도와주다 선생님한테 지적을 받은 적이 있어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또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고 미안했다. 




  연락은 계속하면 돼.


  그 친구는 나에게 다음에 또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메시지 앱이 있으니까 이걸로 계속 연락을 하자고 했다.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외국인 친구를 사귀었다. 그동안 그 친구와 문자를 보낸 것을 보니 꽤 많았다. 학원을 안 오면 왜 안 왔는지, 아프면 몸이 괜찮은 지 등등 3개월 동안 많은 문자들이 있었다. 독일어 문자로 길게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서로의 진심은 느껴졌다. 

  나도 이번 주말 그 친구가 나를 기억해 줄 선물을 정성껏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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