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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Oct 17. 2022

딸의 생일파티에 내가 더 설렜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4학년을 다니다 온 큰 딸을 위해 한 번도 단독으로 생일파티를 안 해봤었다. 초등학교 1, 2학년 때는 학급에서 일 년에 3번 정도 단체로 생일이 비슷한 아이들끼리 생일파티 장소를 빌려 생일파티를 했었다. 3학년 때는 코로나로 인해 이마저도 못하고 4학년 때는 큰 딸의 생일 한 달 전에 독일로 왔다. 그러니 한국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단독으로 생일파티를 해준 적이 없었다.



독일에서 맞는 2번째 큰 딸의 생일


  작년에 처음 독일에 오고 거의 바로 큰 딸의 생일을 맞이했다. 처음 독일에 입국했을 때는 나도 독일 적응도 잘 안 되었을뿐더러 케이크를 어디서 사는지 몰라 마트에서 아이스로 된 케이크를 사서 생일 케이크에 초를 꽂아 불을 붙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큰 애에게 내 년에는 엄마가 잘 만들어주겠다고 이야기를 했던 적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다 되었다. 

  돌아오는 이번 큰 딸의 생일에는 친구들을 불러서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다. 독일에 오고 1년이 지난 지금 감사하게도 큰 애에게 마음이 맞고 좋은 친구들이 생겼다.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큰 딸은 친구들과 지난주 금요일 저녁 학교를 마치고 집에서 큰 딸의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다. 큰 딸은 자신의 생일파티 날짜를 정하고 너무 신나 했다. 

  나는 큰 딸에게 생일파티 메뉴를 양념치킨과 떡볶이로 할까 이야기를 했다. 큰 딸은 엄마가 다 만들어주면 자기는 너무 좋지만 엄마가 학원 끝나고 와서 하면 힘들지 않을까?라고 걱정을 했지만 그거 2개는 금방 하지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를 해줬다. 금세 얼굴이 밝아진 큰 딸은 엄마 치킨 맛있고 떡볶이도 맛있다며 해주면 좋지.라고 신나 했다. 언제나 생일파티는 즐거운 거 같다. 





엄마표 케이크도 빠질 수 없다. 

  생일날 큰 딸을 몰래 케이크는 만들기로 했다. 물론 케이크를 살 수도 있었지만 독일은 마트에 가면 워낙 베이킹 재료가 많이 나와 있어 빵 만들기 재료와 틀만 있으면 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 

 생일 파티 당일 집에 학원을 마치고 12시 30분에 도착한 나는 바로 케이크 반죽을 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반죽을 하고 오븐에 넣고 케이크 15분 정도 오븐에 구워지면 중간에 빼서 한 번 뭉치지 않게 구멍을 내주고 다시 45분을 구우면 케이크는 완성된다. 그리고 초콜릿을 끓여 식힌 케이크에 부어서 미리 사준 장식 과자들을 뿌려주면 된다. 나는 큰 딸의 인생이 별처럼 빛나고 꽃처럼 활짝 피는 인생을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별사탕과 꽃으로 장식품을 준비했었다. 

 케이크가 완성되고 나서 나는 집에서 이만하면 괜찮지 라며 스스로 칭찬해줬다. 

  



한국인의 생일파티에는 밥은 또 빠질 수 없다. 

  케이크가 완성된 후 나는 김밥을 말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김밥을 생각하지 않고 않았다. 근데 양념치킨과 떡볶이만 하면 너무 매운 메뉴만 있을 거 같아 김밥을 하기로 했다. 또 한국인의 생일에 밥은 빠질 수가 없다. 나는 소고기 간 것을 볶고 계란지단을 하고 당근을 볶았다. 독일에 와서 나는 김밥을 만들 때 굳이 오이를 안 절이고 나는 피클을 사용하고 있다. 그럼 단무지가 없어도 상큼하고 맛있는 김밥이 된다. 

  전날 큰 딸에게 김밥도 같이 하면 어떨까?라고 묻자 그럼 너무 좋지. 라며 근데 엄마 힘들지 않아?라고 하자 김밥 10줄은 매주 주말마다 마는데 생일날 못 말아주겠니? 금방 만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아이들을 6시에 오기로 해서 시간이 조금 더 확보된 상태라 케이크를 만들고 김밥을 말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열심히 김밥을 말았다. 그리고 10줄이 완성되어 통에 예쁘게 담아놨다. 

   


생일파티에는 역시 치킨이다. 

  케이크와 김밥까지 완성한 나는 이제 치킨을 튀길 준비를 했다. 나는 독일에 오고 치킨이 먹고 싶다는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치킨을 튀긴 이후 워낙 많이 튀겨봐서 이젠 대충 어느 정도 간을 하고 재료 준비를 하면 된다는 지 알게 되어 크게 어렵지 않게 되었다. 

  독일은 닭다리만 따로 팔기 때문에 닭다리를 사서 소금, 후추, 설탕, 식초, 파 등을 넣고 간을 한 후 냉장고에 재워둔다. 그리고 밀가루, 후추, 소금, 마늘가루, 베이킹파우더 등등을 넣고 여기서 닭다리가 잘 튀겨지게 옷을 입히기 위해 일정 부분 따로 빼서 계란과 함께 섞어준다. 재운 닭을 꺼내 반죽을 입혀 14분 이상 튀기면 된다. 나는 이날 닭다리만 32개를 사서 재워놓고 튀겼다. 닭을 튀기고 양념까지 만들어놨다. 이날 나는 2시간 이상을 서서 닭을 튀겼다. 이날은 정말 그동안 내가 독일에서 치킨을 튀긴 날 중에 제일 오랜 시간 많은 양을 튀겼다. 닭을 계속 튀기는 건 힘든 일이지만 딸 생일 준비하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계란도 삶아놓고 떡볶이도 열심히 만들었지만 아이들이 오는 시간에 맞춰 요리를 한다고 사진을 못 찍었어요




생일파티는 언제나 즐겁다. 

  

  딸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데 이날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너무 신나 행복해하는 모습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났다. 친구들과 함께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르고 같이 친구들이 선물해준 선물도 열어보고 같이 즐겁게 놀았다. 고맙게도 친구들도 딸도 너무 맛있다며 내가 준비한 음식을 열심히 먹었다. 

   나도 어릴 적 초등학교 때 친정엄마가 친구들을 초대해서 직접 음식을 해주시고 집에서 생일파티를 했던 기억들이 있다. 나만을 위한 생일파티가 준비되어 있어 기분이 더 좋았던 거 같다. 

  생일파티가 끝나고 정리를 하는데 큰 딸이 나를 안아주며 엄마 너무 고맙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진짜 맛있게 먹었고 친구들과 너무 행복했단다. 나는 큰 딸에게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해줬다. 

  집에서 음식을 다 만들어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건 쉽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큰 딸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면서 내가 더 설레고 행복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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