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일생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 Nov 15. 2022

독일에서 나는 인내심을 배운다.

세탁기가 있는데 세탁기 사용을 못한단다. 


    한 달 전 우리 빌라 전체의 보일러가 고장이 났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보일러까지 고장이 나서 고생 꽤 했다. 그러다 다행히 보일러를 고쳐져서 잘 사용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주 월요일에 집이 다시 추워져 보일러가 고장이 났나 하고 남편이 보일러실에 내려갔더니 보일러 실이 물바다가 되어 있었다. 이게 뭔가 해서 얼른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알아보니 배관을 타고 물이 나가야 하는데 빌라의 배관이 오래되어 물이 잘 흐르지 않아 세탁실에서 빨래를 하면 보일러실로 흘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더 청천벽력이었던 건 새로운 배관이 오려면 1주일 이상 걸린단다. 그동안 나는 세탁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우리 집 세탁실은 지하에 있어 세탁기를 쓰면 보일러 실로 물이 들어간다고 했다. 세탁기가 고장 나 세탁기를 샀는데 세탁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니...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배관이 오는데 1주일이 걸린단다

  처음에 마음을 다잡고 손빨래를 시작했다. 욕조에 물을 받아두고 빨래판이 없으니 발로 밟아가며 손빨래를 했다. 근데 겨울이다 보니 빨래의 부피가 커서 빨래를 짜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빨래를 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렸다. 도저히 안 되겠나 싶어 나는 남편의 도움을 받아 세면대의 배관을 빼 물을 받아서 세탁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손빨래보다는 낫긴 했지만 이것도 쉽지 않았다. 

  나는 세탁기 앞에 앉아 세탁기에서 나오는 물을 기다렸다가 버리고 또 버리고를 1주일째 하고 있다. 아직도 배관이 언제 올 지 모른다. 배관이 온다고 해도 공사를 해야 하니 당분간 이 생활을 계속해야 할 거 같다. 사실 너무 힘들다. 

  한국이었으면 금방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오늘도 세탁기 앞에 앉아 인내심을 기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인의 손이 따뜻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