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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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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Nov 17. 2022

이젠 독일 매장에서 물건도 교환할 수 있어요.

  지지난 주 토요일에 남편이 주말에 큰 딸과 함께 축구를 해보겠다며 축구화와 축구공을 하나 샀었다. 축구에 진심이 남편을 닮아 큰 딸도 축구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독일은 공원에 축구장이 있어 누구와 와서 연습을 할 수 있게 해 놨다. 그 옆 길에서 축구에 관심이 없는 나와 둘째는 독일어 대화를 하며 열심히 인라인을 연습하고 있다. 

  지난주 주말에 드디어 산 공을 가지고 공원에 나가 남편과 큰 딸이 축구공으로 연습을 하는데 공에 바람을 넣어도 자꾸 바람이 빠져 축구 연습이 원활하게 안 되는 거 같다며 남편이 공을 잘 못 산 거 같다며 나에게 매장에 가서 공을 교환해달라고 한 번 이야기를 해보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나는 남편에게 바람이 제대로 안 들어간 거 아니냐며 다시 공에 바람을 잘 넣어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정말 얼마 안 가면 공의 바람은 빠져 있었다. 나는 안 되겠다 싶어 학원을 마치고 매장을 가기로 했다. 

  이날 산 영수증을 버려서 없었지만 그중 다행이었던 건 이날 그동안 모은 포인트 카드에서 적립된 6유로를 사용한 날이라 나는 직원에게 포인트 카드를 제시할 생각이었다. 

  매장으로 걸어가면서 매장 직원에게 말해도 교환이 안 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과 상황에 대해 잘 말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교환이 안된다고 하면 알았다. 하고 아쉽다고 하고 나오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걸어갔다. 

  생각해보니 독일에 와서 택배를 반품만 해봤지 한 번도 매장에서 직원과 물건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교환을 해 본 적은 없었다. 


나는 축구공을 교환하고 싶어요. 

이번엔 단단한 축구공을 선택했다.

  다행히 내가 갔을 때 계산하는 곳에 다른 고객들이 없었다. 매장 직원에게 다가가 공을 산 날짜와 공의 상태, 자꾸 바람이 빠져서 공을 찰 수가 없다, 예를 들어가며 자세히 설명하며 공을 보여줬다. 아쉽게도 영수증은 없지만 이날 나는 포인트카드에서 포인트를 사용했다고 이야기를 하자 직원은 카드를 달라고 하며 어디서 결제했냐고 물어서 결제한 계산대까지 말하니 내 카드를 스캔을 해서 날짜와 산 품목을 확인하고는 영수증을 출력했다. 

  직원은 나에게 공에 바람을 넣고 빠지는지 자기가 보겠다며 조금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알았다며 기다렸다. 내가 이야기한 걸 다 알아들어줘서 고마웠다. 공이 바람이 빠지는지 확인을 하고 나서 직원은 나에게 교환을 원하냐고 해서 그렇다고 하니 그럼 다른 공으로 바꿔서 오라고 했다. 이번에는 돈을 더 주고 더 단단한 공으로 바람이 안 빠질 거 같은 공으로 선택했다. 



비를 맞아도 기분이 좋았다. 

  

조금씩 내리는 비에도 기분이 좋았다. 

  공을 사서 나오는데 비가 조금씩 내렸다. 우산이 없어 비를 맞았지만 내 기분은 너무 좋았다. 공을 교환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지만 문제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에 기분이 더 좋았던 거 같다. 이날 집에 온 아이들에게 엄마의 축구공 교환 대화를 얼마나 자랑했는지 모른다. 한국이면 물건을 교환하는 게 자랑거리도 아니었겠지만 독일에 와선 이런 것도 아이들에게 자랑거리가 된다. 

  독일어 자격증 시험 안 봐도 대화가 통하면 되지 하는 생각에 이날 나의 자신감이 한 단계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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