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큰 아이의 담임선생님과 상담이 있는 날이었다. 사전에 선생님과 온라인 사이트에서 상담시간을 정하고 아침에 아이 학교까지 갔다. 영어를 잘 못하지만 큰 아이와 같이 들어가서 상담을 하는 거라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해외에 사는데 외국인을 만난 것에 두려움을 가지면 안 되는 거 같다.
나는 선생님과 상담을 위해 학교 앞에서 기다리다 아이와 함께 교실로 들어갔다.
상담은 긍정적으로 잘 마무리가 되었다. 상담을 마치고 큰 아이는 교실로 들어가고 나는 집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대중교통을 타려면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갈아타야 해서 그냥 운동도 할 겸 1시간을 걸어가기로 했다. 아침 날씨가 쌀쌀했지만 그래도 너무 좋았다. 간이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을 사들고 출발했다.
한국인이세요?
바람은 쌀쌀했지만 걸어가다 보니 꽃도 피고 어느새 봄이 와 있었다. 한참을 걸어가고 있는데 S-Bahn 근처에서 혹시 한국인이세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독일에서 한국인이 별로 없는 동네 근처 거리에서 한국어를 듣기란 쉽지 않다. 뒤돌아보니 중년 여성 두 분이 표를 끊으려는데 S-Bahn 표를 끊을 수가 없다고 하셨다.
보아하니 누군가 S-Bahn 표를 끊는 기계의 유리를 깼는데 그로 인해 오류가 나서 표를 끊을 수가 없었다. 두 분은 나에게 여기 사시냐고 물어보셔서 그렇다고 하셔서 프랑크푸르트 역까지 가야 하는데 표를 살 수가 없다고 하셨다. 여기서 표를 살 수가 없고 여기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까지 가려면 어차피 다른 역에서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한 번에 갈 수 있게 그 역에 가셔서 표를 끊고 가시는 게 좋을 거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
나는 한 분의 핸드폰에 S-Bahn 노선표를 볼 수 있는 앱을 깔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그 앱에서 여기서 근처 S-Bahn 역에서 프랑크푸르트역까지 가는 시간표를 찾아서 알려드렸다. 충분히 걸어서 도착해서 탈 수 있는 있는 시간으로 알려드렸다. 독일 S-Bahn은 S-Bahn을 타는 레일이 다 다르기 때문에 번호까지 알려드렸다. 안 그럼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 분들께 저도 이 노선표 앱을 처음 독일 와서 S-Bahn을 탈 때 어떤 독일인이 알려줘서 알게 된 거라고 정확하다고 말씀드렸다.
두 분은 나에게 고맙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도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우리 동네에서 한국인을 만난 것도 신기하고 여행객을 만난 것은 더 신기했다. S-Bahn을 그래도 많이 타봐서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두 분이 안전하게 S-Bahn을 타고 가셔서 남은 여행의 일정에 차질이 없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