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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독일에서 두 번째 만나는 비둘기 부부

독일 비둘기 사이에서 우리 집이 집짓기 좋다고 소문이 났나 보다.

by su
우리 집에 비둘기 부부가 집을 또 지었다.


며칠 전부터 우리 집 부엌 쪽에 비둘기가 왔다가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나는 그러려니 했다. 독일 하늘은 요즘 나뭇잎을 물고 다니는 비둘기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나는 평소 그 모습을 너무 많이 봤던 터라 다른 집 나무에 집을 지으러 왔다 갔다 하는 보다 싶었다.

우리 집 나무는 아직 잎이 많이 나지 않아 비둘기가 집을 지을 수 없어서 안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건 나의 착각이었다. 독일은 집과 집 사이에 잎으로 높은 벽을 쌓아두기도 하는데 우리 집도 그런 형태라 사방이 초록잎이다. 비둘기부부는 그 초록잎 벽 사이가 알을 낳아 새끼 비둘기를 키우기에 최적의 장소라 생각했는지 집을 짓고 있었다. 나는 설마 이런 곳에 비둘기가 집을 지을까 싶었다. 내 눈앞에서 비둘기가 매일 집을 짓기 위해 나뭇잎을 물고 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너무 가까워 이젠 창문을 열 수 없게 되었다. 수컷 비둘기가 나뭇잎을 물고 올 때 나와 눈이 마주치는데도 비둘기는 나를 무서워하지도 않는 거 같다.

작년에 우리 집 나무에 비둘기가 집을 지었을 때 그냥 두었던 게 소문이 났는지 아님 작년에 우리 집에 왔던 비둘기 인지 모르지만 올해 또 이렇게 비둘기들과 같이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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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비둘기 부부. 금슬이 좋아 보인다.
암컷 비둘기. 현재 임신 중이다.

비둘기가 집을 짓기 시작했으니 곧 새끼 비둘기들이 부화하면 제법 시끄러울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알을 품은 암컷 비둘기를 보고 나니 나가라고 내 쫒을 수 없을 거 같았다. 그리고 매일 나뭇잎을 물고 와서 집을 연일 짓고 있는 수컷 비둘기를 보고 있자니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만 비둘기가 똥만 우리 집에 안 싸길 바랄 뿐이다.

매일 수시로 나뭇잎을 물고 와 열심히 집을 짓고 있다.



우리 집이 비둘기들 사이에서 집짓기 좋다고 소문이 난 거 같다.
가끔은 비둘기 부부가 이렇게 나와 우리 집 정원에서 데이트도 한다.


집을 짓기 시작한 비둘기 부부는 가끔 나와 우리 집 정원에서 산책도 하고 우리 집 나무에서 나뭇가지를 뜯어 집을 짓는다. 우리 집이 아주 마음에 들었나 보다.

이왕 집을 짓기 시작한 비둘기 부부가 새끼를 건강하게 낳고 건강하게 키워 나가길 바라본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바라기는 우리 집 정원이 독일 비둘기들 사이에서 집짓기 좋다고 소문만 안 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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